[수미산정] 아직도 점보러 다니십니까?
[수미산정] 아직도 점보러 다니십니까?
  • 윤성식 논설위원 ·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7.04 23:24
  • 호수 35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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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을 찾는 인간은 대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궁금해 한다
불교가 역술에 의존하면
부처님 말씀은 뒷전에 밀리고
고통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부처에게 돌아가자
윤성식
윤성식

이사를 가거나 결혼을 할 때 우리는 전통적으로 ‘손 없는 날’을 선택하려고 한다. ‘손 없는 날’에는 이사 비용을 비싸게 부르기도 한다. 결혼식장은 아예 일찍이 ‘손 없는 날’부터 마감된다. ‘손 없는 날’에서 ‘손’은 한자어로 ‘손실’을 의미하는 음절이다. 즉 손실이 없는 날이라고나 할까?

우리 전통민간신앙에서는 귀신의 방해가 없는 길한 날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날이 ‘손 없는 날’일까? 복잡한 계산법을 몰라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매달 ‘손 없는 날’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6월 손 없는 날’이라고 검색하면 6월 중 어느 날이 ‘손 없는 날’인지 알려준다.

한국에서 불교는 역술하고 가까운 종교로 인식돼 있다. 역술인 중에는 아예 불교를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사찰 명칭으로 영업을 하는 역술인도 있다. 역술이 우리의 삶에 의미 있으려면 과거보다는 미래를 맞춰야 한다. 과거를 맞추는 것은 미래를 맞추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어쩌면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평생 역술인을 연구한 고(故) 서정범 경희대 교수는 역술인들이 과거는 잘 맞추지만 미래는 잘 맞추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과거는 이미 발생한 확실한 사건이다. 이에 반해 미래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돼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눈치가 빠르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역술인은 고객의 과거를 상대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다 한두번 미래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 정도로 미래를 잘 맞추는 역술인이 있을까? 아니 있었을까? 과거를 맞춘다고 미래를 맞출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식이 대학에 합격한다는 사실을 맞춘 역술인에 대해 감탄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지극히 별거 아닌 예측이다. 그 사람의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도 합격한다고 예측한 사람이 여러 명 있었을 거다.

나는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학생들의 열정, 능력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보면 행정고시에 합격할 것인지 불합격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역술인에게 가면 조그마한 일에도 감탄하려고 하는 사고 구조로 전환된다. 역술인이 확률적으로 맞추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도 한두번 맞추면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나도 젊었던 시절에는 역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많은 사건을 겪고 보니 미래를 잘 맞추는 역술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미래를 그렇게 잘 맞춘다면 그들이 남의 운명을 봐줄 일이 아니라 주가의 미래와 부동산 가격의 미래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왜 남의 자식 대학 합격과 사업의 성공 실패는 예측하면서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의 미래는 예측하지 못할까? 

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역술을 비판하셨다. 과학과 부합하는 연기의 세계에 역술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불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불교를 미신이나 역술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과 연기법에 따라 우리는 역술을 멀리해야 한다. 역술을 가까이 하려고 하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힘든 삶에 불교적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역술은 때로 사람에게 치유와 위로를 주고 용기와 희망을 준다. 절을 찾아오는 중생에게 역술이 비록 어떤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불교가 제시해줘야 한다.

역술인을 찾는 인간은 대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궁금해 한다. 욕망으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려는 불교가 역술에 의존하면 부처님 말씀은 뒷전에 밀리고 고통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부처에게 돌아가자.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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