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웃는
눈언저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모란이 웃는
입언저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모란이 웃는 
흐드러진 웃음소릴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모란이 웃는
참한 얼굴 속에
아무리 찾아도 난 없었다.

- 신석정 시 ‘모란’에서
 


신석정 시인은 이 시를 1973년에 발표했다. 신석정 시인은 “인간이 자연을 통해 보편적으로 소유하려는 낙원 지향의 자아를 현실 속에서 보여주는 드문 발자국을 한국시에 남긴” 시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만개한 모란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즐거움을 얻는다.

웃는 모란의 눈언저리와 입언저리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또 활짝 핀 모란의 웃음소리를 상상해 들으면서 그 모란의 기쁨이 곧 시인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모란의 얼굴이 자신의 표정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나무랄 데 없이 말쑥하고, 곱고, 찬찬하고, 얌전한 모란의 얼굴을 누군들 닮고 싶지 않겠는가. 

신석정 시인은 시 ‘난(蘭)’을 통해서도 “바람에/ 사운대는 저 잎샐 보게// 잎새에/ 실려오는 저 햇빛을 보게// 햇빛에/ 묻어오는 저 향낼 맡게나”라며 심미적 체험을 표현했다.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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