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님 반야심경 번역 사연
윤달 가사불사 회향날 해무리 …


제불보살 가피에 의한 불가사의한 경험은
영험담 힘입어 깨달음 이끄는 방편이기도

선행스님
선행스님

제불 보살의 가피력과 위신력에 의한 신령하고 불가사의하며 믿기 힘든 경험을 영험(靈驗)이라 이르며, 경전 수지(受持), 독(讀), 송(誦), 해설(解說), 서사(書寫)의 체험으로 나타난 이변 또한 영험이라 한다.

그러한 영험은 신앙이라는 믿음 체계에 근거한 경험인 동시에 신앙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체험이겠다. 목련존자가 초심자 등 여타의 사람들을 성불(成佛)이 요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들을 위해 보인 신통력은, 영험담을 의지하여 깨달음에 나아가도록 하는 방편이겠다. 

일찍이 삼장법사 현장스님은 천축 길에 나서면서 문둥병에 걸려 숨이 넘어갈듯 한 노스님을 만나 지성으로 간병하고, 완쾌한 스님은 “삼세제불의 심요(心要) 법문이 여기 있으니 이것을 늘 기억하여 외우면 온갖 악귀를 물리치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으리라.” 그때 건네받은 경전이 범어로 된 <반야심경>이었다.

온갖 위험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천축국 나란타사에 도착하자, 거기서 다시 만난 그때 노스님이 “관음보살의 화신이니라” 이르고 천화(遷化) 곧 이 세상의 교화를 마치고 다른 세상의 교화를 위해 옮겨 가듯 표연히 떠올라 하늘 높이 사라졌으며, 귀국 후 관음보살이 가르쳐준 <반야심경>을 가장 먼저 번역하여 유포시킴으로써 이후 <반야심경>으로 인한 많은 영험의 사례가 있게 되었다.

일전에 윤달을 기해 사중에서는 가사불사를 회향했다. 전에는 사찰별로 가사를 총괄하는 도편수의 주관 하에 자체적으로 가사를 짓는 불사를 했지만, 이제는 종단적으로 관리하고 제작하여 배포하기에 오조가사와 일부 한정된 가사만을 짓는 불사를 한다.

회향하는 날 사시(巳時)에, 법당에 가사를 이운하려는 의식을 할 즈음 도량에서 갑자기 환희에 찬 음성이 들려 왔다. 대중들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니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끼면서 해무리가 형성되었다. 장관 이었다.

2003년 가을. 월하 노장님의 다비식 때의 일이다. 다비장은 사중과 1000m가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다비는 장작을 쌓아서 하기에 하룻밤을 꼬박 새우곤 했다. 저녁 9시 쯤. 사리탑 쪽 공중에서 붉은 불기둥이 광명을 비추며 솟아올랐다. 다비장에 있던 대중들은 화재가 일어났나 싶어 주의 깊게 살폈다는데, 이변이었다.

이어 49재 때는 법당에서 의식을 하는 중간에, 사회 보는 스님으로부터 밖에는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떴다는 전갈이었다. 법당 안에 있었는데, 순간 온 몸에서 수모(竪毛) 곧 털이 솟는 전율을 느꼈다. 의식을 마치고 영상을 확인하니, 정녕 믿기지 않을 광경이었다. 용이 승천한 듯 회오리를 일으키는 구름띠가 무지갯빛을 발하며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문득 스님의 생존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05년 총무원장 재임 중에 입적하신 법장스님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이었다. 의식을 하려는데 갑자기 대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맑은 하늘에 법당 위쪽으로 형성된 구름에서 무지갯빛을 하고 있었다. 감동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믿기지 않을 영험을 목격하고, 때론 현장의 증언을 통해 증험(證驗)된 이변에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된다. 감동과 환희 때론 온몸에 전율을 느낀 것은, 정녕 영험이 준 교훈이었다. 앞으로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정진해야 할지 되새겨 보며, 다시 한 번 인과와 윤회에 대한 확신을 갖고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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