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찬불앨범 낸 불자 가수 김란영

3천만장 앨범 판매량 기록하며
트로트 메들리 4대 천왕 ‘칭호’

최근 탄탄스님 인연으로
찬불가 앨범 발매 ‘인기’
간월암, 관촉사, 갓바위 등
사찰 대상 음악으로 ‘눈길’

“목소리가 나올 때 까지
노래 부르며 희망 전하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불자 가수 김란영 씨를 6월1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불자 가수 김란영 씨를 6월1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고된 삶이었다. 불자 가수 김란영의 인생이 그랬다. 고등학교 1학년 소녀는 엄청난 실력을 뽐내며 여수MBC 신인가수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규 앨범과 리메이크 앨범 등 총 70여 장을 발매했다.

그의 목소리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전무후무한 앨범 판매량 3천만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트로트 메들리 앨범 4대 천왕이라는 영광스런 칭호도 얻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생기지 않았다. 연이어 사기를 당했다. 가수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없었다. 이곳저곳 몸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성대결절에 눈 안쪽 망막 황반부에 변화가 오면서 시력장애가 생기는 황반변성도 찾아왔다.

무너지고 쓰러질 법한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는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노래한다.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처럼 소중한 부처님을 위해. 대중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김란영 씨를 61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그의 고향은 전남 여수다. 어릴 때부터 상경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아버지는 무남독녀 외동딸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가수가 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설마 진짜 가수가 되겠어라며 안심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MBC 신인 가수상 대상 트로피를 내놓는다. 결국 그렇게 상경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며 점차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던 그에게 1988년 어느 날 전속 계약을 맺자는 한 레코드 회사의 제안이 들어온다. “드디어 나를 알아주는 구나라는 생각에 바로 계약했다. 이것이 인생에서 처음 당한 사기였다.

계약에 앞서 어떤 아는 분이 저보고 몇몇 노래들을 불러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녹음한 걸 그 분이 저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레코드사에 팔았던 거죠. 이미 제 이름이 적힌 녹음테이프는 만들어져 시장에 유통되고 있었어요. 그게 카페노래 0집이었어요.”

카페노래 앨범은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졌고, 그 해에만 기록적인 3천 만장 판매량을 올린다. 하지만 이미 계약을 한 상태이기에 판매량에 대한 인센티브는 요구할 수 없었다. 계약금으로 받은 1000만원이 전부였다. 회사는 그의 노래 덕분에 막대한 수입을 챙겼음에도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았고 배려도 없었다.
 

최근 발매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김란영 찬불가' 앨범.
최근 발매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김란영 찬불가' 앨범.

두 번째 만난 음반사 사장은 더 악질이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그는 계약금 1억을 요구했다. 사장은 순순히 1억을 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결국 1억은 받지 못했다. 심지어 사장이 진 빚 6000여 만원도 갚아야만 했다.

허망함도 몰려오고 속이 썩어 뭉그러질 만큼 괴로웠지만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실력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이 세계에서 저를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해요. 그리고 저한텐 어머니와 부처님이 계시잖아요.”  이렇듯 그에게 불교와 어머니는 인생의 전부다.

어머니는 절에 가시기 며칠 전부터 고기와 생선, 계란도 안 드셨어요. 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사찰을 찾으셨죠. 올해 상수(上壽, 100)로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처님께 기도하러 가는 일을 빼먹지 않으셨죠. 출가 수행자와 같으셨습니다. 저를 가지실 때도 부처님께 기도하시면서 태교를 하셨으니 저와 불교와의 인연은 태어날 때부터죠. 어머니의 기도 공덕과 부처님의 가피로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수 김란영은 최근 찬불 앨범을 발매했다. 이 또한 그는 부처님의 가피라고 말했다. “‘초혼이라는 곡을 만든 임강현 선생이 ‘28청춘이라는 노래를 만들어줘서 열심히 활동을 시작하려고 할 때쯤, 코로나19가 찾아왔어요공연 및 행사 등 모든 일정이 다 취소됐죠. ‘아 진짜 이젠 가수라는 직업을 그만둬야 하나할 때 찬불가 앨범이 다가왔습니다. 불자로서 내 인생에 한번은 불교음악 앨범을 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온 거죠.”

이번 찬불 음반은 동국대 한국음악과에서 10년 넘게 강의를 하고 있는 탄탄스님과의 인연으로 비롯됐다.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는 탄탄스님이 사찰을 주제로 쓴 시를 그에게 보여줬고, 불법이 담긴 시어에 매료됐다. 곧바로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부터 평소에 마음이 잘 맞아 함께 작업하던 프로듀서, 밴드 등과 의기투합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렇게 김란영 찬불가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교계 반응은 뜨겁다.

이웃 종교인이 들어도 감탄할 정도 대중적인 찬불음악을 만들자는 그의 바람처럼 이번 찬불가 앨범엔 특별함이 곳곳에 담겨있다. 무엇보다 간월암’ ‘관촉사’ ‘갓바위등 명찰을 대상으로 만든 노래가 눈길을 끈다.

넓은 이마 은진미륵님 평평한 허허벌판만/지극하게 굽어 보시네 천년의 눈길로/중생의 아픈 세월 사그러 들어/그 세월쯤 되어야 한 숨 편히 눈감을 텐데.’ (탄탄스님 작사·서창원 작곡 관촉사)‘

탄탄스님이 써 내려간 아름다운 노랫말은 김란영 찬불가 앨범을 장엄했다. 스님은 이번 그의 앨범을 통해 공식 작사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아름다운 사찰을 대상으로 한 찬불음악을 만들어 불자들에겐 자긍심을, 일반 국민들에겐 불교를 알리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릴 괴롭히는 코로나도 곧 종식되겠죠. 이제 좋은 음악으로 불자 분들과 사찰 그리고 무대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이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일이 그에겐 자비의 실천이었다. 그러면서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면 부처님은 절대 못 본 척 하시진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 김란영TV’를 개설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그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 참 다사다난했지만, 견뎌냈고 이겨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처럼 그의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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