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등회
코로나 사태로 취소됐지만
국난극복에 마음 모았으면

퇴근길에 잠시 조계사에 들렀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적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절마당에도 조금은 생기가 돈다. 물론 예년 이맘때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불기 2564년 봄. 오실 수 있다, 없다 의견이 분분했던, 조금 늦게 오시나 싶던 부처님이 결국 올해는 못 오셨다.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간 미뤄졌던 부처님오신날 기념 연등회도 결국에는 취소됐다. 매년 도심 연등행렬에만 2만여 명이 참여했던 연등회다. 올해는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참가규모를 5000명으로 대폭 축소해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준비해왔는데, 이마저도 안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5월 말 조계사를 찾은 한지연 씨 모습.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5월 말 조계사를 찾은 한지연 씨 모습.

연등회(燃燈會)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팔관회와 함께 이어져 온 행사로 국가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불교계의 대표행사인 연등회가 취소되었던 것은 모두 3차례라고 한다.

1961년 4‧19혁명 당시 계엄령으로 인한 취소, 1970년에는 교통 혼잡에 따른 서울시 행사 취소로 무산, 1980년에는 ‘서울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운동이 이어지며 신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연등행렬이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40년 만에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 번 취소되면서, 올해는 1960년 이후 연등회가 취소된 4번째 해가 되었다. 불교계에서 자발적으로 연등회 행사를 취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모든 불자님들이 그러하겠지만, 평일과 주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대웅전과 절 마당을 드나들었던 우리 청년 불자들에게도 이번 연등회 취소는 아쉬울 따름이다. 유례없는 국가재난사태, 아니 전 세계 재난사태 앞에서 서로를 위해 내린 진중한 결정이지만, 사실 연등회는 청년 불자들에게도 1년 내내 기다려온 축제였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강렬한 햇살 아래 땀 뻘뻘 흘리며 율동연습을 하고, 가지각색의 연등을 직접 만들며 행사를 준비했을 거다. 그리고는 누구보다 곱게 꽃단장하고, 연등행렬 속에서 춤을 추었을 테지. 쉬이 가시지 않는 아쉬움이 지나는 시간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하나 다행이라 생각되는 것은 행사가 잠시 멈추었을지언정, 그 속의 우리는 여전히 ‘행동하는’ 불자들이라는 것이다.

연등회는 무산되었지만, 5월30일 봉축 법요식은 예정대로 봉행됐고 국난 극복을 위한 기도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계사는 이미 각 전각을 청소하고 소독을 진행했다고 한다. 스님들께서는 대웅전 부처님을 깨끗이 목욕도 시켜드리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펼쳐온 조계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변의 이웃에게 식료품과 비타민, 물과 생필품 등을 나누고 있었다. 

이는 우리 조계사 청년회도 마찬가지다. 매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봉사했던 것처럼 이번 법요식에서도 관불의식 지원, 연등접수, 연등공양, 질서유지, 마스크착용 및 간격유지 안내를 진행한다.

또한 6월4일 창립 43주년을 맞아 예년과는 달리 행사규모를 축소하고 축하공연은 진행하지 않는 대신, 뜻 깊고 좋은 마음을 내었다.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쌀 기부를 진행하기로 한 것인데, 청년회 법우들은 만 3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쌀 500kg를 모았다.

나와 너,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모두의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하고자 하는 우리 불자들. 곳곳에서 이 세상을 복되게 하는 자비로운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같은 불자임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지금이 비록 힘들고 지칠지라도, ‘나’에 대한 수행과 ‘남’을 위한 배려, 삼보님을 향한 예경의 다함없는 기도가 계속 되기를, 우리의 기도가 더 큰 행복과 희망이 되기를, 그리고 함께 하는 기도로 가가호호 행복하고 평안하며, 지혜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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