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선지식 구법여행]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끝>

“우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법인을 제대로 체득해야 한다. 제행이 무상하고 제법이 무아라는 그 명제, 그리고 열반에 들면 적정이라는 큰 낙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체득해야 한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무아라는 대명제가 있어야만 우리는 수행도 할 수 있고, 성불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고 하는 고정된 실체가 없어야 성불할 수 있다. 성불한다는 것은 업을 바꿔서 운명을 바꾸는 길이 되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6월2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에서 법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53선지식 구법여행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53번째 초청법사로 나선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 운명을 바꾸는 길’을 주제로 법문했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불자들은 부처님의 본원력인 지혜와 자비로 수행함으로써 성불할 수 있다”며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불교가 500년 동안 탄압을 받아 침체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자생적으로 일으켜 세운 것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이 바로 불교”라며 “불자들이 나서서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근간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님의 법문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6월2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에서 “수행을 통해 성불하는 것이 업을 바꿔서 운명을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근간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6월2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에서 “수행을 통해 성불하는 것이 업을 바꿔서 운명을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근간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다. 오늘 조계사불교대학 총동문회와 불교신문사에서 주최하는 53선지식을 모시는 큰 법회가 회향을 한다고 하니 축하드린다. 그간 고생 많으셨다. 불교대학총동문회와 불교신문사, 그동안 여러분을 뒷바라지 한 분들과 그동안 법문을 담당하셨던 모든 분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린다.

오늘 이 시간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화엄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화엄학자는 아니지만 보편적인 상식을 갖고 함께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법문 주제는 ‘불교, 운명을 바꾸는 길’이다. 결론은 <화엄경>에서 말씀하시는 대로 사시면 우리 운명이 바뀐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화엄경>은 최고의 경전이다. 10조9만5048자라고 이야기하는 방대한 불교 경전이자 대서사시다.

구법여행을 떠나는 선재동자는 복성(福城)이라고 하는, 복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성에서도 가장 부자였던, 대재벌의 아들 쯤 되는 사람이다. 착할 선(善)에 재물 재(財)를 써서 선재라고 한다. 이런 선재가 발심을 하는 것, 발심은 무엇이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부처님 말씀대로 따르고 수행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 그것이 발심이다. 처음으로 마음을 내는 것을 초발심이라고 한다. 선재가 문수보살님을 뵙고 발심을 시작하게 된다.

53선지식이라고 하지만 55분의 선지식을 뵙고 그 중에 문수보살님을 두 번 뵙고,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를 한자리에서 만났기 때문에 53선지식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당시 2600년 전에 21분의 여성 선지식을 또 만나게 된다. 각계각층의 선지식을 선재동자가 만난 것이다. <화엄경>이나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모든 것을 우리 범부들의 조그마한 상식을 갖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또 우리가 연구하다보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나서 어려운 법을 중생들에게 전해봐야 모르니까 열반에 드시려고 하니 많은 뜻있는 선지식들이 만류를 해서 삼칠일 동안 <화엄경>을 설했다고 배웠다. <화엄경> 내 이야기들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판단이다. 부처님의 경지나 대의는 그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생각으로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부처님 당시에 설했던 범어본을 모태로 해서 여러 선지식들이 윤문해 중생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대의가 손상되지 않고, 부처님께서 45년간 설했던 모든 대의를 모아 <화엄경>이라는 꽃이 피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유하면서 <화엄경>을 설하셨는데, 석가모니 부처님 다음에 문수보살이 나오고 보현보살이 나온다. 그 다음에 53선지식을 만나게 된다. 52번째 선지식이 미륵부처님이, 그 다음에 문수보살님과 보현보살님을 친견하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좌우보처 문수, 보현보살이다. 대지문수보살, 대행보현보살이다. 지혜와 중생을 향한 행동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화엄경> 안에 많은 선지식이 계시지만 중요한 골자는 문수보살의 지혜다. 지혜라고 하는 것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알아야 할까. 우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법인, 삼법인을 제대로 체득해야 한다. 제행이 무상하고 제법이 무아라는 그 명제, 그리고 열반에 들면 적정이라는 큰 낙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체득해야 한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무아라는 대명제가 있어야만 우리는 수행도 할 수 있고, 성불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고 하는 고정된 실체가 없어야 성불할 수 있다.

법정스님께서도 모든 중생들에게 대자비를 베풀고 너와 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나를 무한히 넓히고 확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다. 내가 넓어지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무아라고 해야 성불할 수 있다. 무상과 무아를 체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뒤바뀐 헛된 생각도 없고, 쓸 데 없는 욕심을 낼 일도 없다. 무상은 쉽게 말하면 세상은 변한다는 것,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변한다.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일밖에 없다. 무상하기 때문에 집착이 없고 평상심을 가져야 한다.

지혜를 갖춘다는 것은 무상과 무아를 체득해서 모든 이들을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을 직접 행동을 옮기는 것이 바로 보현보살의 보현행이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행원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큰 2대 원력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보현보살님의 그 큰 뜻을 이어가는 여정을 그린 것이 <화엄경> 입법계품이다.

불자들은 미륵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육법제자들을 제도하는 부처님이 미륵부처님이다. 유사종교에서 이를 호도하는 것을 보곤 한다. 이를 분명하고 알고 체계를 세워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나의 제자인 마이트리야, 미륵이 56억7000만년 후에 이 사바세계 부처로 태어나서 용화세계를 만든다. 미륵으로 오신다”고 하셨다. 아직 석가모니 부처님의 많은 법이 남아 있고, 56억7000만년이 흐르지도 않았다. 또 십선법을 행할 때 오신다고 했는 우리가 십선법을 행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개화기에 무모한 이들이 있었지만 미륵이라는 이름으로 오신 분이 없다. 미륵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로서 도솔천 내원궁에 계신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교법을 따라서 수행하는 것이 불교다. 불교라는 것은 믿음, 부처님 말씀을 따라서 공부하는 것이 불교다. 부처님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된 것을 믿는 것은 불교가 아니다. 정확히 이에 대한 개념을 세워야 한다. 미륵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서 용화세계를 건설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수행해서 성불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의 본원력인 지혜와 자비, 보현보살님의 행원에 따라 수행함으로써 성불할 수 있다. 성불한다는 것은 업을 바꿔서 운명을 바꾸는 길이 되는 것이다. 보살행을 행하는 것이 보현행원이다. 육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보현행원이다.
 

<화엄경>의 방대한 모든 것을 다 공부할 수 없지만 그 골자는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기 위해서는 문수보살님의 뜻을 따라 53선지식을 친견하고 수행했던 선재동자처럼 우리가 수행함으로써 성불할 수 있다. 성불한다는 것이 바로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곳 조계사에 오셔서 법문을 하셨다. 선지식은 셋이 길을 가면 둘은 선지식이다.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선지식은 나를 이끌어주는 스승도 선지식이지만 우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반이나 시주자들도 선지식이다. 선지식 아닌 분들이 없다.

그래서 절대 조그마한 것들이라도 소홀해선 안 된다.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공부인들은 정성스럽게 공부를 해야 한다. 정성을 다해 잘 하셔야 한다. 성심성의껏 모든 정성을 다했을 때, 그리고 나서 다음에 오는 일들은 진인사대천명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성의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육바라밀을 행할 때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힘들어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마스크도 잘 착용하시고, 거리도 두고, 남들이 참배하지 않는 시간을 잘 활용해 참배해야 한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어려운 시간을 잘 넘겨야 복덕을 받을 수 있다. 선재동자가 큰 원을 세웠는데 선재동자가 억만금을 가진 큰 부자였다는 것은 그만큼 큰 복덕을 지었다는 것이다.

대부(大富)는 하늘이 내리고 소부(小富)는 근면에 있다고 했다. 큰 부를 축적한 대장자들이 발심해서 수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옛말에 산좋고 물좋고 경치 좋다는 곳은 없다. 다 갖출 수 없다는 뜻이다. 이사를 겸비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을 다 갖춘다는 것은 엄청난 수행력이다. 그런 분들을 존중해야 한다. 복덕이 많은 분들이 리더가 돼야 한다. 어디를 가든 자기 자리가 아니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들은 조계사불교대학을 졸업하신, 불자로서는 열심히 수행하는 엘리트들이다. 여러분들이 후배들을, 후학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불교와 후학들을 연결시켜 주는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불교가 500년 동안 탄압을 받아 침체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DNA가 우리 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절이 없다. 조계사는 근대에 세워진 것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모든 사찰은 사대문 밖에 있다.

어렵게 해방이 되고 불교는 다시 전법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다. 우리 국민들이 자생적으로 일으켜 세운 것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이 바로 불교다. 우리는 자생력을 갖고 조선 500년을 견디고 불교를 지켜왔다. 그래서 오늘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삼보정재가 이뤄진 것이다.

대한민국 1번지 조계사에 다니는, 그 중에서도 불교대학을 졸업하신 여러분들은 선도적으로 신도들을 이끌고 불교를 위해 선봉에 서야 할 분들이다. 선재동자 구법여행의 큰 울림을 받아 여러분들도 수행하지만 여러분들의 주위에 있는 분, 동수정업하는 도반들과 함께 한국불교와 조계사를 더 건강하게, 보람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모든 불자들은 참선을 하던, 염불을 하던, 간경을 하던, 예불이나 의식, 가람수호, 포교, 복지를 하던 해야 한다. 53선지식을 초청해서 함께 탁마하신 귀중한 법회에 이렇게 마지막 법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오늘 말씀을 잘 새겨서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근간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 우리 함께 하는 백만원력 결집에 다함께 동참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정리=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595호/2020년7월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