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현
김숙현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우울증)’ 환자가 늘어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느니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파트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6월의 찬연한 햇살이 얼굴 가득 쏟아질 때 신선한 행복감에 뿌듯해진다. 

미국의 언론인 리처드 루브는 현대인을 가리켜 “자연 결핍 장애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자연 결핍 장애’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들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비타민 N이 부족한 자연 결핍 장애를 극복하고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녹색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재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빽빽한 나무 이파리 사이를 뚫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문득 나무들의 ‘수관(樹冠) 기피’의 지혜를 떠올렸다. 수관은 나무줄기의 정상, 수많은 가지와 잎들이 모이게 되는 끝부분을 말한다. 숲의 나무가 자라다 가장 높은 꼭대기의 가지가 또 다른 가지를 건드렸을 때 성장을 멈추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적외선을 감지해 상대 나뭇가지가 자신과 얼마나 가깝게 위치하는지 파악한 뒤, 그 식물과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는 방향으로 자라거나 바람에 흔들려 부딪치는 동안 마모되면서 자연적으로 가지치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식물 공동체가 햇빛을 골고루 이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숲 환경 속에서 각각의 나무들이 서로 무한생장을 고집하는 대신에 각자의 공간을 적당히 지키며 자람으로써 숲 아래쪽에 있는 키 작은 나무, 작은 풀꽃들까지도 햇볕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코로나의 2차 대유행설’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또 다른 ‘엔데믹(endemic, 풍토병)’ 가능성 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현실화 되든 안 되든 이제 인류는 어떤 식으로든 종래의 생활패턴과 결별해야함을 말해주고 있다.

나무가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듯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생활 속 접점과 욕망을 줄이고 자신의 내적인 우주를 최대한 확장하며 가능한 한 덜 번잡하게 사는 뺄셈 인생에 익숙해질 일이다.

[불교신문3593호/2020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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