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리 한 송이 눈 맞춰주세요
우리 아기 눈동자에 별이 떴어요
하늘의 별들이 전율하네요
들판에 풀꽃들이 모두 피었어요
온 세상 강물이 반짝이며 흘러가요

- 이혜선 시 ‘눈부처’ 전문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형상을 일컫는다. 이 시에는 생명세계의 환하고 빛나는 절정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 꽃과 별이 그이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다. 넓은 들판과 유유하게 흐르는 강물이 눈동자에 평온하게 비치고 있다. 불화가 전혀 없는, 눈부신 화엄의 광경이 있을 뿐이다. 아기의 순진무구한 눈동자와 하늘의 별은 서로 교감하며 움직인다. 이 조응이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의 눈동자에는 어떤 눈부처가 섰다가 사라지고 있을까. 우리는 그 무엇에 눈을 맞추고 있을까.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마음도 새로이 생겨난다. 이 또한 유연(有緣)하기 때문이다. 미소를 보면 미소가 생겨난다. 미소가 생겨나면 움켜잡는 것을 놓게 된다. 잡아함 <월유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눈부처를 잘 모셔서 “달처럼 부드럽게 살고, 출가한 스님처럼 겸손하”게 살 일을 생각해본다.

[불교신문3593호/2020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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