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오늘] 안거(安居)
[스님의 오늘] 안거(安居)
  • 선행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 승인 2020.06.27 20:38
  • 호수 3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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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윤달 있어 다행
‘심념안거’ 마음가짐 절실


토굴에선 똬리 튼 뱀과 하안거 함께 나고
풀 먹인 광목 승복 고집하는 납자 기억도
선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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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마음으로 구순(九旬) 곧 90일 동안 외출을 금지하고 한 곳에 모여 수행하는 것이 안거(安居)다. 본래 비가 잦은 우기(雨期)를 기준으로 정한 하안거(夏安居)였지만, 풍토와 사람들의 정서에 따라 추운 계절인 동안거(冬安居)로 구분되며, 그 안거를 통해 승랍이 한 해씩 증가한다.

이번 하안거는 몇몇 선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원하는 곳이 있어 다소 아쉽지만 윤달로 인해 대체로 제 날짜에 하안거 결제를 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때가 때인 만큼 심념안거(心念安居) 곧 조용히 혼자서 안거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절실하리라 본다.

지난해 하안거는 새로이 건립한 사중(寺中)의 ‘보광선원’에서 성만했다. 그 자리는 본래 학인시절 모내기 하던 논이었다. 해서 주춧돌을 놓기까지 엄청난 양의 진흙을 파서 옮겼다고 한다. 아마도 상전벽해(桑田碧海)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듯, 더구나 어마한 양의 진흙은 마치 번뇌를 덜어 낸 것 같아 도량이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이었다.

도량의 안정을 위해 도량석을 한다 해서 자청하여 그 소임을 봤다. 10분 내외의 시간에 맞춰 ‘신묘장구 대다라니’를 하는 동안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량을 울리는 공명(共鳴)이 어찌나 좋던지 신심이 절로 더했다. 

선원은 대부분 따로 도량석을 하지 않고 별도로 떨어져 있는 경우, 상황에 따라 하는 도량이 이따금 있을 정도다. 1993년 초가을 운문암에서 산철결제를 할 때는 특이하게도 그 도량에서는 ‘나옹스님의 토굴가’로 도량석을 했다. 중간에 무명장야업파랑(無明長夜業波浪) 곧 ‘무명으로 인한 업에 끌려 번뇌 속에서 지낸 긴긴 밤과 같은 날들. 한 소식에 확 트여지이다’하는 대목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서옹 노장님을 모시고 지냈는데, 스님께서는 일찍이 일본 유학시절 뛰어난 논문을 인정받아 학문적인 소양으로 <벽암록>을 직접 강론하셨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말씀도 조용조용 하셨고, 내적으로는 맹장 수술을 마취도 하지 않은 채 태연히 의연한 모습으로 임할 만큼 강인한 정진력을 갖추셨다. 통도사가 본사라는 말씀을 들으시고, “월하 노장은 충청도 분치고는 강직하시지!” 말씀과 함께 인자한 모습이 아직도 연상된다. 

하안거에는 종종 뱀에 관한 일화가 생긴다. 칠불사 선원에서는 한 납자가 독이 강한 뱀들을 마대 자루에 거지반 불러 모아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고 한다. 함께 정진했던 그 납자는 유독 광목으로 지은 승복을 고집하고 풀을 했는데도 다림질을 하지 않고 꾹꾹 밟아 입었다. 좌복에서 조금만 움직인다 해도 ‘버스럭’ 소리에 주위를 불편하게 할 수가 있었음에도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정진했다. 짐작컨대 그날 그렇게 독을 품은 뱀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정진력으로 가능했으리라.

상원사 서대의 선원은 뱀이 많기로 유명하다. 고지대인 만큼 독이 강한 뱀들이다. 부엌ㆍ방안 구석구석ㆍ마당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출몰했지만, 아직까지 뱀의 피해를 입은 납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한 번은 너무도 뱀이 많아 전문 직업인을 불렀다는데, 어디론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단다.

어느 납자는 토굴에서 정진할 때면 어김없이 뱀이 방안으로 들어와 똬리를 틀고 정진이 끝날 때까지 함께 했단다. 어쩌면 지나칠 일인 듯해도 정진력으로 인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신케 하는 일이겠다.

모쪼록 이번 안거에는 모두를 아울러서 위안과 평온을 되찾게 할 큰 공부인이 출현하기를 발원한다. 

[불교신문3593호/2020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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