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중생 아픔 소멸하려 십이대원 세우다


병고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도 파계자 범법자들도 구제
질병 만연한 시대의 참된 신앙

혜총스님
혜총스님

약사여래부처님은 동방정유리(東方淨瑠璃)세계의 교주로서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해주시는 부처님이다. 이 부처님의 모습은 큰 연화대 위에 앉아 왼손에 약병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을 맺고 있다.

<약사경>에 보면 문수보살이 여쭈자 세존께서 답하시는 가운데 약사여래의 12대원이 등장한다. 약사여래는 과거세에 약왕보살로 수행하실 때에 중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하고자 열두 가지 대원을 세웠는데, 그 12대원은 단순히 중생들을 병고에서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도·파계자·범법자들에게도 구제의 법을 펼치고 있다. 

약사여래의 서원은 요즘처럼 병명조차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만연하는 시대에 참된 신앙으로 믿어야 할 절실한 서원이라 하겠다.

첫 번째 대원은 ‘원하옵건대 내가 다음 세상에서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내 몸은 찬란히 빛나는 광명이 있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세계를 두루 비추며 서른두 가지 장부의 모습과 팔십 가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엄될 것이니 모든 유정들의 몸도 내 몸처럼 똑같아지게 하겠나이다’이니, ‘내 몸에서 나오는 빛으로 세상을 비추고 모든 중생이 나와 똑 같이 되게 하리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은 빛이 필요하다. 광명이 필요하다. 약사여래부처님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찬란한 광명으로 시방세계를 비추어 모든 중생들이 약사여래부처님의 불신(佛身)과 똑같아지기를 서원하셨다. 왜 이 서원을 세우셨을까.

우리들, 나 자신을 돌아보자. 우리들은 빛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빛이 본래 내재돼 있음을 모르고 있다. 우리가 미혹해 몰라서 그렇지 우리 마음속에도 빛이 있다. 단지 그 빛을 비출 줄을 모를 뿐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무한한 빛을 발현하게 하는 법이 부처님 법이다.

부처님 법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내 몸의 병고와 근심은 한순간에 싹 사라지고 만다. 그 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하는 존재들과 세상의 모든 일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약사여래께서는 먼저 마음에 빛을 발하는 서원을 가장 먼저 세우신 것이다. 

병이 없기를 바라는 자도, 복을 받고 안락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먼저 자기 마음속의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약사여래부처님의 광명을 온몸으로 받는 가피이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두 번째 대원은 ‘원하옵건대 내가 다음 세상에서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내 몸은 유리처럼 투명하여 안팎이 깨끗하고 다시는 더러운 때가 없으며 광명은 크게 빛나고 공덕은 드높아 해와 달의 광명보다 훨씬 더 수승한 광명으로 장엄된 보배 그물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세간의 중생들이 어두운 밤에 어디로 갈지 방향을 몰라 헤맬 때 광명을 놓아 길을 열어서 가고 싶은 데로 가도록 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이니, ‘내 빛을 보는 이들이 모두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얻고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게 하리라’는 것이다.

약사여래의 빛은 온갖 번뇌에 물들지 않는 유리처럼 청정한 우주의 근원이다. 따라서 원하고 구하는 대로 이루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청정한 빛의 위대한 힘이다.

[불교신문3593호/2020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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