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사 상월묵언 템플스테이
천막결사 상월선원 환희와 감동 여기에…

수국사 상월묵언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주지 호산스님, 도감 효연스님과 함께 삼성각 주변에 둘러 앉아 참선을 하고 있다.
수국사 상월묵언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주지 호산스님, 도감 효연스님과 함께 삼성각 주변에 둘러 앉아 참선을 하고 있다.

그 치열한 2박3일 체험 현장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정신을 이어가려는 재가 불자들의 힘찬 걸음이 서울 수국사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불자라면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햇살이 천막법당 상월선원을 감싸 안았던 2월7일,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아홉 스님이 뚜벅뚜벅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던 그날을.

스님들은 이날만을 기다려온 대중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고, 삼천대천세계를 향해 삼배를 올렸다.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수행 끝에 결사를 무사히 회향한 9인의 스님 가운데 한 명인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이 ‘상월묵언템플스테이’를 열었다. 지난겨울 한국불교 사상 유례가 없었던 동안거 천막결사의 가치와 정신을 대중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폭풍 마감을 마친 6월12일, 평소 같으면 달콤한 주말을 상상하며 집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을 금요일 오후였다. 하지만 이날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려보기로 약속한 ‘운명의 날’이었다. 이날 오후부터 6월14일까지 2박3일 동안 상월 묵언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 위해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천년고찰 수국사로 향했다.

상월선원 4대 결사정신 이어

이번이 벌써 3회 차였다. 그간 묵언 템플에는 재가불자로서 가장 먼저 상월선원 체험관에 입방해 천막결사 청규를 따라 22시간 정진한 윤성이 동국대 총장을 비롯해 호산스님과 어릴 때부터 인연이 깊은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수행의 참 맛을 앞서서 경험하고 돌아갔다. 

이날 또한 지난겨울 외호대중으로 그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냈던 동국대 교직원들과 불교신문 기자 둘, 호산스님까지 총 9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명 한 명이 아홉 스님 가운데 한 사람이 된 듯 한 마음으로, 입방과 정진체험에 참가함에 있어 청규를 따르겠다는 서약서에 자신들의 이름 석 자를 기입했다.

‘첫째 묵언하겠습니다, 둘째 휴대폰을 비롯한 통신기기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사찰 밖으로 외출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수국사에서 제공하는 음식만을 섭취하겠습니다, 다섯째 상월선원 사대결사를 잘 수행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읽으며, 모두들 무게감과 사명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다. 
 

호산스님의 인례에 따라 걷기명상을 하다.
호산스님의 인례에 따라 걷기명상을 하다.

천막결사 대중 호산스님 발원

전반적인 일정을 숙지하는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가졌다.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지그재그로 자리에 앉도록 안내했는데, 사찰 측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주요 일정은 입재식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6월13일 오전4시30분 기상 및 자리정돈, 부처님께 새벽예불, 좌선, 걷기명상, 점심공양, 봉산 둘레길 걸으며 걷기명상, 묵언 차담, 저녁예불 등을 진행한다.

마지막 날인 6월14일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고 좌선에 이어, 누룽지 공양과 도반들과의 참가 소감을 곁들인 자자(自恣)를 행하는 것을 끝으로 회향하는 일정이었다.

“손에서 놓지 못하던 휴대폰과 잠시 이별하고, 묵언과 소식하며 나 자신과 대화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수국사 묵언 템플스테이를 계기로 상월선원의 4대 결사 정신을 함께 이어가자. 2박3일 인연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행하는 인연으로 만나고 싶다. 더 좋은 인연을 지어가자”는 주지 스님 당부가 가슴을 때린다.

프로그램 주 무대인 삼성각으로 자리를 옮긴 대중들은 간단한 입재식을 갖고 묵언에 들어갔다. 천막결사의 느낌을 살린 1인용 텐트에 몸을 누였다. 

잠들어 있는 뭇 중생들을 위한 도량석이 새벽을 깨웠다. 예불에 이어 스님들과 함께 108배를 하며 서서히 잠을 털어냈다. 대중 모두는 항상 부처님 품 안에서 살기를 발원했다. 
 

‘모기장 참선’ 모습이 색다르다.
‘모기장 참선’ 모습이 색다르다.

휴대폰 NO 묵언과 소식 명상…

본격적인 참선의 시간. 호산스님이 중앙에 앉고 반원 형태로 둘러앉았다. 1인용 모기장에 들어가 자세부터 바르게 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스크를 벗었다. 시원한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와 온 몸으로 퍼졌다. 묵언 템플 참가자들은 전날 도감 효연스님으로부터 안내받은 대로 반가부좌를 하고 왼손 위에 오른손을 놓고 둥근 원을 만든 뒤, 시선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공기가 코로 들어와 빠져나가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했다. 배가 불룩해졌다가 납작해지는 순간까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갔다.

수마가 오려는 찰나, 송담스님 법문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다. “인생이 무엇이냐! 이 문제는 이론상으로 절대 도달할 수 없고 오직 참선을 통해 깨달아야한다. 활구참선 하려면 그동안의 지식은 전부 다 버리고 바보가 되어야 한다. 참선하는 방법은 첫째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옳게 지어가면 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금생에는 참 나를 깨달아 영원한 목적지에 도달하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스님 법문에 다들 더욱 정진에 열중했다. 

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1인상 차림으로 소중한 점심공양을 하고, 한 낮 무더위 속에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하는 산길 걷기와 오후 좌선, 감자와 바나나로 저녁 공양을 하는 모든 일정을 스님들과 함께해 더욱 집중력 있게 임할 수 있었다. 주지 스님과 대웅보전 주위를 빠르게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걷기 명상의 시간도 있었다. 약45분 동안 족히 50바퀴 이상을 돈 것 같았다. 호산스님은 인도 만행결사를 위해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1주일간 하루 30km를 걷는 예비순례부터 차근히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날. 참가 대중들은 주지 스님과 자자의식을 통해 상월선원 결사정신을 잇고, 더욱 성숙한 불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수국사 점심공양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귀한 성찬이었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상월묵언템플스테이를 끝내고 소감을 나누다.
상월묵언템플스테이를 끝내고 소감을 나누다.

분주한 삶 속 스스로 돌아보다 

입소 전날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무사히 원만 회향한 김해덕 씨는 “상월선원의 좋은 취지를 이어받은 템플스테이에 함께해 정말 힐링이 많이 됐다. 발목 통증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해서 중간에 포기할까도 했지만 끝까지 도반들과 함께 해 기쁘다”며 “4대 정신 가운데 한국불교 중흥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묵언 템플에 참여해 불교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마음도 치유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불교 중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선희 씨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이렇게 약해졌나 싶을 정도로 몸이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좌선을 하며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저 스스로를 진지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살겠다는 가르침을 안고 돌아갈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22시간 무문관 체험과 호법활동 등 상월선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섭렵하고 이번 묵언 템플에도 참가한 백승규 씨도 “정진을 열심히 해 천년의 보물을 얻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매 시간을 보냈다”며 “한국불교사에 길이 남을 아홉 스님 다큐에도 제 모습이 나오는데 무한한 자부심과 그에 비례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훌륭한 한 끼 공양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참가 대중을 향한 주지 호산스님의 마지막 회향 인사는 “쉼 없는 수행과 정진”이었다.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전화도 받지 말고 말도 하지 않으면서 정진을 해 나간다면 자신의 마음을 절제하고 잘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수국사 묵언 템플에 참가한 사부대중이 쌓이고 쌓여 108명 정도가 되면 올 하반기 전체 대중을 한자리에 모아 묵언을 실천하며 수행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원력도 내놓았다.

보다 많은 대중이 위례 상월선원에서 느꼈던 눈물과 기쁨, 환희의 순간을 수국사 묵언템플스테이에서 구현하길 발원하며 모든 시간을 회향했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죽을 때까지 수행인연으로 함께 하고 싶어요”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 토요일 하루 ‘묵언데이’
“나 위한 마음으로…인욕 배우고 살아갈 힘 얻길”

호산스님
호산스님

한겨울 난방도 안 한 천막에서 하루 한 끼를 먹으며 14시간씩 정진하고, 씻지 않고, 옷 한 벌로 90일간 정진한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조계종사에서 다시없을 대중무문관으로 기록됐다.

천막 안에서 극한의 청규를 지키며 정진했던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은 “뜨거웠던 겨울 수행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4대 결사 정신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템플스테이를 기획했다”고 했다.

상월선원에 찾아와 정진과 화합, 한국불교 중흥과 온 세상 평화를 외쳤던 수만 불자들의 구도열기에 다시 불을 지피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스님은 상월묵언템플스테이를 수행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텐트에서 생활하며 휴대폰 없이 묵언하고, 적게 먹고, 참선과 걷기명상을 한다. 상월선원 청규를 바탕했기 때문에 상월선원 22시간 무문관 체험을 하거나, 천막법당서 기도하고 호법 활동을 한 불자들의 참여도와 이해도가 높다. 상월선원을 잘 몰라도, 고요함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스님에게도 이 시간은 공부다. 해제 후 일상으로 돌아와 주지와 종단 소임을 맡아 일하다보니 따로 수행할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토요일 하루만큼은 전화도 받지 않고 묵언하며 재가자들 수행을 직접 지도한다. 부처님 뜰 안에서 잘 수 있다는 것 또한 희유하다. 스님은 “출가한지 40년이 다 돼가지만 부처님 모신 전각이 있는 상단에서 잠을 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삼성각 앞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이 스님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특별한 만큼 쉽지 않은 일과다. 상월선원처럼 하루 14시간 정진하는 것에 비하면 짧지만, 초심자가 6시간 참선하고, 3시간 걷기명상을 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호산스님은 “좌선을 시작하면 누구나 힘들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처음엔 힘들었지만 서서히 노력하면 몸에 익는다”며 “절이나 염불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지만 구경에는 참선을 해 스스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어렵기 때문에 얻어지는 게 있을 것이라는 스님은 꾸준히 수행하라고 당부했다. 한 번에 오래 앉아 있겠다고 욕심내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정도만이라도 참선하면 정신과 신체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발심자경문>에는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란 구절이 있다. 삼일 마음을 닦으면 천 년의 보배가 되고, 100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의미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그 가르침을 알 수 없다. 스님은 “부처님이 영험이 있고 없고를 따지지 말고, 수행을 통해 집착과 분별을 내려놔야 한다”며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할애해 수행해보라고 권유했다.

“3개월 지독하게 정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마음이 다시 풀어지는 것 같다”는 스님은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있다. 11월 상월선원 시즌2 ‘인도 만행결사’에 총도감 소임을 맡은 터라 요새는 시간 날 때마다 하루 10km 이상 걷는 연습을 한다. 인도 만행결사라는 새로운 수행을 준비하는 스님은 “죽을 때까지 수행하는 인연으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3593호/2020년6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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