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떠난 울산의 고혼들이여, 이제 원한의 매듭 푸시옵소서”
“억울하게 떠난 울산의 고혼들이여, 이제 원한의 매듭 푸시옵소서”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6.25 21:26
  • 호수 3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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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문화진흥원 ‧ 백양사
‘울산시민 번영‧안녕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 봉행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
억울하게 목숨 잃은 영혼들 위로
사단법인 태화문화진흥원(이사장 산옹스님)은 백양사 경내에서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수륙대재에 함께한 내외빈 모습.
사단법인 태화문화진흥원은 6월25일 울산 백양사 경내에서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수륙대재에 함께한 내외빈 모습.

이곳 울산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고혼들이여. 오늘 우리 시민과 불자들이 정성을 다해 재를 올리니 그간 응어리진 매듭을 풀고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625일 울산 백양사 경내엔 외로운 넋을 달래는 스님들과 불자들의 간절한 독경 소리로 가득했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억울한 영혼들을 위한 기도 정진은 더욱 깊어져 어느덧 함월산 자락을 휘감았다.

6.25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이날 울산지역에서 억울하게 떠난 고혼들을 위무하는 의미 있는 법석이 마련됐다. 사단법인 태화문화진흥원(이사장 산옹스님)은 백양사 경내에서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에 함께한 불자들이 스님들의 집전에 맞춰 기도하는 모습.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에 함께한 불자들이 스님들의 집전에 맞춰 기도하는 모습.
울산지역 차인(茶人) 108명이 헌다례하는 모습.
울산지역 차인(茶人) 108명이 헌다례하는 모습.

이번 수륙대재는 백양사 주지이자 태화문화진흥원 이사장인 산옹스님의 원력으로 마련됐다. 산옹스님은 올 초 백양사 주지 소임을 맡게 되면서, 70년 전 일어난 울산 보도연맹 사건의 실상을 알게 됐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은 19508월께 군·경이 보도연맹 소속 민간인 870여명을 이념상의 이유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과 청량면 반정고개에서 집단 총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지난 2007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진실이 규명되고, 최근 대법원에선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보상판결도 나왔다. 오는 10월엔 추모비가 건립되는 등 묶여있던 매듭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픔의 상흔의 다 아물지는 못한 상황.

이에 산옹스님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억울하게 숨진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들의 한을 풀어줘야겠다며 마음을 냈고, 바다와 육지 그 어디서도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고혼들을 위로해주는 불교 전통의례인 수륙대재를 열게 됐다.
 

산옹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이번 수륙대재가 주변을 밝히고 원한에 찬 영혼들이 위로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옹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이번 수륙대재가 주변을 밝히고 원한에 찬 영혼들이 위로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 백양사와 울산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은 인연이 깊다. 1960년 백양사 인근에 울산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합동묘와 추모비가 조성됐지만 516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유도 모른 채 사라졌다. 60여 년 만에 이들을 위해 열리는 수륙대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이날 수륙대재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민족의 아픈 역사 속 울산지역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함께 위로하는 천도재의 뜻도 담겨 있어 가치를 더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이날 수륙대재의 증명법사로 나서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이날 수륙대재의 증명법사로 나서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했다.

이날 오전9시부터 시작한 국태민안 수륙대재는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설행됐다. 뜻 깊은 자리에 함께한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은 코로나19의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등을 실천했다. 행사를 준비한 백양사 측에서도 참석자 명단 작성과 손 소독제 비치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수륙대재' 현장에 참석한 시민과 불자들은 진심으로 기도에 동참하며 해묵은 원한과 갈등을 풀고 발전과 상생을 기원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정성스런 육법공양을 올리고 울산지역 차인(茶人) 108명이 헌다례를 하며 법석을 장엄했다.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 기도를 집전하는 스님들의 모습.
‘울산시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국태민안 수륙대재’ 기도를 집전하는 스님들의 모습.

이날 수륙대재를 준비한 산옹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후 이름 없이, 이유 없이 죽어간 외로운 고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수륙고혼 천도대재를 봉행하게 됐다"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이번 수륙대재가 주변을 밝히고 원한에 찬 영혼들이 위로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이날 수륙대재의 증명법사로 나서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했다. 현문스님은 울산 보도연맹 사건 등 의미도 모른 채 희생당한 분들의 억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스님들과 불자들이 정성을 다해 고혼들의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분명히 감동을 받고 극락왕생 하셨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뜻이 모아 발전과 상생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오랜 시간 울산지역을 외롭게 떠돌던 영혼들의 위로를 받고 흘리는 고마움의 눈물”이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오랜 시간 울산지역을 외롭게 떠돌던 영혼들의 위로를 받고 흘리는 고마움의 눈물”이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박성민 국회의원, 조종래 울산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장 등 이날 법석에 동참한 정관계 인사 등은 긴 시간 응어리져 얽혀 버린 원한의 흔적을 지우는데 앞장선 불교계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울산지역 차인(茶人) 108명이 헌다례하는 모습.
울산지역 차인(茶人) 108명이 헌다례하는 모습.

송철호 울산시장은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오랜 시간 울산지역을 외롭게 떠돌던 영혼들의 위로를 받고 흘리는 고마움의 눈물이라며 울산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조종래 회장은 이처럼 영혼들의 한을 풀고 나라의 평안과 울산 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륙대재를 봉행해줘 유족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이제 우리는 부처님의 자비심에 힘입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어두웠던 지난날을 밝은 광명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화답했다.
 

동참 대중들이 함께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동참 대중들이 함께 발원문을 낭독하는 모습.

시기를 질투를 뛰어넘어 사랑이 가득한 세상, 대립과 경쟁을 뛰어넘어 화합으로 함께하는 세상, 투쟁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울산사암연합회 스님들은 고혼들을 위해 '금강경'을 독송했다.
울산사암연합회 스님들은 고혼들을 위해 '금강경'을 독송했다.

동참 대중들은 이와 같이 발원문을 함께 낭독하며 이날 수륙대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겼다. 회향에 앞서 울산불교연합합창단의 웅장한 음성공양을, 울산사암연합회 스님들은 고혼들을 위한 <금강경> 독송을 펼치며 마지막까지 정성을 쏟았다.

울산=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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