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광당 종산대종사 원적 특별인터뷰

인욕 하심 자비 수행 근본
차에서도 화두 놓지 않아
종단장, 화엄사 가풍 가미
위엄 있게 장례 모실 계획

혜광당 종산대종사 분향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혜광당 종산대종사 분향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당신에게 엄격하셨지만 남에게는 굉장히 자애로운 분이셨습니다.” 원로회의 사무처장으로 종산대종사를 가까이서 모신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몸이 편찮으실 때도 의복을 정제(整齊)한 후에 손님을 맞이하셨다”고 회고했다.

덕문스님은 “종산대종사는 후학들에게 말씀을 낮춘 적이 없다”면서 “조카 상좌이니 저에게 말을 편히 하셔도 될법한데, 한 번도 그리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을 배려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컸다”면서 “본사(화엄사)에 자주 내려오시라고 말씀 드리면, ‘대중이 불편 할 수 있어요’라고 답하셨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도천스님이 원적하고 이듬해인 2012년 화엄사 조실로 추대됐지만 종산스님은 거듭 사양했다. “문도들이 찾아뵙고 여러 번 간청 드리자 ‘그럼 이름만 잘 간직하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화엄사는 1984년 도광스님 열반 후 ‘그 자리는 어른의 몫’이라는 생각에 조실채를 비워놓는 전통이 있다. 도천스님에 이어 조실로 추대된 종산스님도 조실 요사채에 입주하지 않았다.

덕문스님은 “법상(法床)에 올라 말씀으로 전하는 것보다, 항상 실행을 위의(威儀)로 하셨다”면서 “책을 내거나 법문을 거창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의 삶 자체가 간결한 수행자”라고 종산대종사를 기억했다. “문중의 어른으로 법문을 내려달라고 해도 사양하셨습니다. 결제 법문을 간결하게 써주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참선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항시 화두를 들라고 하셨는데, 차로 이동하면서도 화두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어른스님은 인욕, 하심, 자비를 철저하게 수행의 근본으로 삼으라고 하셨다”면서 “큰스님을 본 받아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철저하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소임을 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평상시 하시던 말씀을 후학들이 잘 따르는 것이 큰스님의 유지를 계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덕문스님은 종단장(宗團葬)으로 거행하는 종산대종사 영결식과 다비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총무부장 금곡스님과 함께 종단장 집행위원장인 덕문스님은 “종단장이기에 종단에서 주최하지만 화엄사 가풍을 가미하여 전통식으로 위엄 있게 장례를 모실 계획”이라면서 “코로나 19에 대비해 띄어 앉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화(弔花)를 안 받으려고 했지만 코로나 19로 화훼농가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입장을 바꾸었다.

27일 오전 10시에 봉행하는 ‘혜광당 종산대종사’ 종단장에는 진제 종정예하, 원로회의 의장 세민스님,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사부대중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화엄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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