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 라크마 7월 내 반환 합의

극락보전 삼존불 후불화로
1755년 조성된 초대형 불화

한국전쟁 직후 무단반출됐다
2007년 美 라크마박물관서
감정 요청해 존재 사실 파악

명부전 시왕도 6점도 환수
종단 사찰 정부기관 지자체
NGO단체 협력해 환수 성공

먼 타향에서 떠돌다 66년만에 환지본처하는 신흥사 영산회상도.

한국전쟁 직후 무단반출돼 미국 내 박물관에서 소장중이던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66년만에 환지본처(還地本處) 길에 오른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과 신흥사 성보 반환과 함께 양 기관의 우호협력과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616일 체결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환수 시기가 늦어졌지만 7월 내에는 국내로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625일 발표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 조성돼 신흥사 본전인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721)의 후불화로 법당을 장엄했지만 한국전쟁 직후인 19546월과 10월 사이에 미군에 의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45~6월 미군 통신장교 폴 팬처 씨가 찍은 사진에는 영산회상도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같은 해 10월 미 해병대 중위 락웰 씨가 찍은 사진에는 영산회상도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195010월 비상계엄이 선포된데 이어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유엔군에 의한 군정 시기(19518~195411)를 거치는 동안 신흥사 일대는 불자와 일반인은 물론 스님조차 출입할 수 없게 엄격하게 통제됐다. 이로 인해 신흥사는 한국전쟁과 이후 혼란기를 틈타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경판 등 적지 않은 성보문화재가 도난 등 무단반출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담은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수십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가 미국 LA카운티박물관이 석가여래설법도(Buddha Shakyamuni Preaching to the Assembly on Vulture Peak)’라는 이름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2007년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다. 석가여래설법도의 가치를 감정해달라는 라크마의 요청을 받은 정우택 동국대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가 화기(畵記)를 통해 신흥사가 원소장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라크마가 1998년 영산회상도를 구입할 당시 6개의 조각으로 잘리고 오랫동안 말려 있어 전시가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라크마 측은 1998년 뉴햄프셔 홉킨튼 지방에 사는 메리 S. 프렌치(Mary S. French)가 아들이 구입해 집 다락방에 놓아뒀던 불화를 구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6개 큰 조각과 파편으로 나눠진 석가여래설법도는 지난 20109월부터 1년 여 동안 보존처리 작업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된 뒤 라크마 한국관에서 특별 전시된 뒤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보존처리를 위해 정우택 교수가 연구년 동안 라크마에 상주하며 학술 자문을 했으며, 지류 분야 전문가인 박지선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장(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5명 이상의 연구원과 함께 보존처리작업에 매진한 결과다.

라크마 측은 1998년 석가여래설법도를 구매한 직후 화기를 확인해 신흥사에 원소장처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신흥사 측은 공문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영조 31) 6월에 그렸다는 발문(跋文)이 선명한 가로 4.064m, 세로 3.353m 크기의 초대형 불화다. 이 불화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깨달음과 설법을 안정감 있는 구도위에 한 폭의 불화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색은 원봉안처를 떠나 수리과정에 이르기까지 변색과 박락 등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붉은색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하면서도 파스텔톤의 중간색을 사용함으로써 차분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준다.

특히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강원지역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가장 시기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불화의 규모와 화격(畵格)에 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 현재 신흥사 극락보전에 봉안돼 있는 영산회상도는 새롭게 조성돼 1956317일 점안한 성보다.

영산회상도와 함께 환수되는 신흥사 시왕도는 1798(정조 22) 세로 124.4cm, 가로 93.9cm 크기로 조성돼 명부전을 장엄했다. 10점으로 구성돼 있는 신흥사 시왕도는 라크마 소장본인 6점이 오는 7월 환수된다. 나머지 4점은 미국 내 다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는 조계종과 신흥사, 강원도, 속초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등 불교계와 지자체, 정부기관, NGO 등이 협력해 일군 성과다.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오는 7월 환수한 뒤 8월 환수 고불식을 통해 사부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신흥사 유물기념관으로 이운한 뒤 오는 9월 한국전쟁 희생 영가를 위한 수륙재 때 괘불로 장엄할 예정이다. 신흥사는 수륙재 후 많은 불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새 전각을 조성해 영산회상도를 모신다는 방침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신흥사 불화 반환은 종단의 환수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성보문화재 환수를 위한 종단의 다양한 노력이 이룬 성과라며 종단은 앞으로도 한국불교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해외에 흩어진 성보문화재의 현황 조사 연구를 위해 해외 여러 기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사 시왕도.
폴 팬처 씨가 1954년 5~6월 촬영한 신흥사 극락보전과 명부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위 왼쪽), 시왕도 3점(사진 위 오른쪽)이 존재하지만, 리차드 락웰 씨가 같은해 10월 찍은 사진에는 영산회상도(사진 아래 왼쪽)와 시왕도 5점(사진 아래 오른쪽)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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