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정목 압구정김정목안과 원장

혜국스님과 운명같은 만남
시민선원 방부 들이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2년간 참선

“의사이자 불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
스님 백내장 수술하다 깨달아
‘샤이 불자’에서 ‘적극적’ 변모

“진료 받은 후 기분이 더욱
좋아지는 법당 같은 병원”
‘법당 병원’ 전국에 건립 원력

불자들은 기본적으로 ‘샤이(shy)’하다는 생각이 많다. 다른 종교에 비해 불자라고 스스럼없이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샤이불자’라는 단어를 성립시키는 이유다. 예전에는 정말 그랬다. 저명인사의 경우 특히 더했다. 정치인, 기업인은 물론 연예인도 불교를 믿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개그맨 이수근이 방송에서 자신이 불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이 비근한 예다. 도대체 뭘 말하려고 이런 장광설을 늘어놓나 싶겠다. 결코 ‘샤이’와는 거리가 먼 당당한 불자 의사를 만난 기쁨에 설명이 길어졌다. 게다가 그는 수행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금상첨화가 바로 이것이라 할만하다.

김정목 원장은 불자로서 ‘시심마’ 화두를 매일같이 참구하고 있다.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이 직접 써준 화두 글을 병원에 두고 보면서 마음자세를 바르게 한다고 전했다.
김정목 원장은 불자로서 ‘시심마’ 화두를 매일같이 참구하고 있다.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이 직접 써준 화두 글을 병원에 두고 보면서 마음자세를 바르게 한다고 전했다.

“혹시 누가 떠오르지 않으세요?” 갑작스런 질문. 자신의 이름과 스님의 법명(정목스님)이 같다는 것을 설명하는 김정목 압구정김정목안과 원장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김정목 원장과의 만남은 6월5일 그의 병원에서였다. 불교를 참 좋아하는 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만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래도 마음은 반반이었다. 기대 반, 의심 반. 그 반의 의심이 기대로 채워진 것은 그와 대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김정목 원장과 불교의 인연은 그가 19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의 인연으로 우연히 혜국스님을 처음 만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했다. 혜국스님과 악수하면서 마주한 단지(斷指)한 손에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아닌 친근함과 따뜻함을 느꼈고, 불교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됐다.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는 말로 그 첫 만남의 강렬함을 표현한 김 원장은 그 때부터 혜국스님과 불교를 스스로의 표현처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산에서 살던 김 원장은 제주 남국선원에서 불사를 하고 있던 혜국스님을 찾아 수시로 제주도로 건너갔다. 10분을 마주하려고 3일 내내 사찰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방학이 되면 아예 눌러 살다시피 했다. “그저 좋았다”가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김 원장의 답변이다. 

이렇다보니 출가까지 고민하게 됐다. 군복무 시절에 현재 아내를 만나지 않았으면 김 원장의 미래는 당연히 출가수행자였다. “출가는 다음 생이라고 여기고 스님의 유발상좌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김정목 원장도 ‘샤이불자’였다. 주변에 종교를 밝히지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 스님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수술이 잘 되고 그 스님이 법회와 강의에 더 열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은 바가 컸다. 특히 많은 불자들이 연세가 적지 않아 경전을 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목도한 후로는 그의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전에는 안과의사로의 생활과 불자로서의 삶을 별개로 여겼다면 이를 계기로 둘이 아닌(不二) 삶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불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동안 제 직업과 불교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의사이자 불자로서 제가 가진 것으로 인해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자신이 불자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의료기술과 체계가 발전하면서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눈의 건강까지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력이 나빠지면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우울증까지 생겨 삶 자체가 피폐해질 수도 있다. 

김정목 원장은 치료를 통해 눈 건강을 돌려받은 환자들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사례를 수없이 지켜봤다. “노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제가 도움을 드려 좀 더 선명한 세상을 본다면 인생 후반기를 새로운 기회와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내면적인 양식을 쌓는 제2의 인생을 사는데 제가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김 원장은 전문의로서 자신감이 넘쳤다. 그 자신감은 바로 ‘수행’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불자로서는 운이 좋은 편이다. 지도자로부터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불교에 입문하면서 108배와 ‘광명진언’ 독송으로 수행을 시작했다. 20대 중반부터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었다.

그렇게 10년 세월이 또 흘러서야 비로소 ‘화두’를 받을 수 있었다. ‘시심마(是甚麽)’, 이뭣고 화두다.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의 가르침이었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수행으로 인해 그의 불교에 대한 믿음은 견고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만 하기엔 억울하다. 그는 그 ‘운’을 스스로 만들었다. 충주 석종사의 시민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수행하기 위해 서울에서의 의사생활을 접고 충주로 내려와 2년 동안 ‘페이 닥터’로 지내며 진료를 마치면 수행에 몰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드러난다. 수행력은 의사로서의 자신감을 배가하는데 기여했다.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고 환자가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수행하며 얻은 결과다.

또 의사로서 진료하면서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힘이 생긴 것도 수행력이 바탕이 됐다. “진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아차’하며 알아채고 마음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립니다. 수행을 하면 할수록 마음을 되돌리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지금도 김 원장은 매일 아침 30분, 저녁 1시간 동안 화두를 들고, 병원에서도 틈만 나면 경전을 읽고 있다.

화두 참구와 함께 김 원장이 마음에 새기고 있는 가르침은 ‘항상 중생을 수순한다(恒順衆生願)’이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가르침으로, 환자를 대하는 기본자세가 됐다. 상대방의 근기에 맞춰 그 뜻을 따르면서 참된 이익을 준다는 뜻으로,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몸과 마음 모두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는 김 원장의 철학이 담겼다. 

김 원장은 병원을 ‘마음속 법당’으로 여기고 있다. 김 원장의 태몽에 등장한 관음부처님과 의사로서 모시는 약사부처님이 상주하며 자신이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면 부처님이 도와주시는 곳이라 여기니 예가 바로 법당인 것이다.

“병원에 왔을 때보다 나갈 때 기분이 단 1%라도 좋아지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안락한 마음을 갖게 하는 법당과 같은 병원을 전국 여러 곳으로 넓히고 싶습니다.” 김 원장이 불자이자 의사로서 둘이 아닌 경지를 만방에 실현하고 싶은 원력은 왠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정목 원장
김정목 원장

김정목 원장은…
한양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정목 원장은 안과 전문의로서의 한 길을 오롯이 걸어왔다. 김 원장의 약력을 보면 전문의로서 그가 걸어온 길이 드러난다. 삼성서울병원 외래교수,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미국 시기능학회 정회원, 미국 안과학회 정회원,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대한안과학회 정회원…. 노안 치료와 백내장 수술을 전문으로 10년이 넘는 임상경험과 성공사례를 갖고 있는 김 원장은 연로한 불자들이 눈 건강을 되찾아 여법하게 불교를 공부하며 마음에 풍요를 누리며 살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법명은 보성(寶性). 서울 봉은사 신도로서 수행과 신행에도 열심이다. 봉은사 시민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관음전에서의 기도는 그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92호/2020년6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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