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첫 삽 뜨기까지

세종시 부지 갖고 있던 석불사
'종단 차원 불사' 위해 권한 이양
타종교의 잇단 법적 대응 극복
전통불교문화 상징으로 내년 완공

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조감도.

617일 착공식을 거행한 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수많은 정부 부처가 옮겨가는 등 사실상 행정수도 기능을 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활약할 포교전전기지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복합시설로 사찰음식과 명상, 각종 공연과 전시를 향유할 수 있다. 옆에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사찰 전월산 광제사가 들어선다.

두 건물 모두 내년(2021) 11월말 완공될 예정이다. 얼핏 1년 반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건물인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8년 만에 겨우 틔운 싹이다. 한 사찰의 신실한 애종심에서 시작돼 타종교의 집요한 음해와 훼방을 극복해낸 결과물이다.

세종시는 2012년 중앙정부 부서가 이전된 인구 30만의 신도시다. 2010년대 초입부터 신도시포교를 화두로 제시했던 조계종은 이곳을 새로운 전법의 장으로 염두에 두었다. 개발 초창기여서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청사 인근에 사찰을 지어 불교의 위상을 높이자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사찰을 건립할 종교용지를 쉽사리 구하지 못해 난항에 부딪혔다.

해법을 고심하던 중 서울 마포에 위치한 석불사가 한줄기 빛으로 등장했다.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특례법은 해당지역에 기존부터 종교시설이 있으면 종교용지를 우선적으로 불하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종시 연기군 남면 양화리에 석불사 소유의 부지가 있었던 것이다.

석불사가 공심(公心)을 발휘하면서 길은 열렸다. 2012년 종교용지를 이용할 권한을 종단에 넘겼다. 석불사 주지 경륜스님은 신도들 사이에서는 석불사가 자체적으로 도량을 건립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종단 차원의 불사가 더욱 뜻 깊으리라는 데에 모두가 동의했다며 양도의 이유를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조만간 경륜스님에게 감사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 완공될 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및 전월사 광제사 조감도.
2021년 11월 완공될 세종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및 전월사 광제사 조감도.

종단은 20143월 석불사가 갖고 있던 토지를 기반으로, 연기면 세종리 일대의 토지 총 16000(4800)을 특화종교용지로 매입했다.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근거로, 불교문화체험관이 올라가게 될 땅이다. 이 과정에서 종단의 대()정부 협상력도 빛났다. 종단불사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종단이 확보한 종교용지 가운데 역대 최대의 면적이다. 20172월 건립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눈앞에는 탄탄대로만 보였다.

물론 손쉬운 불사(佛事)란 없다. 타종교의 공격이라는 또 다른 걸림돌을 만났다. 세종기독교연합회는 201711월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상대로 종교용지사업계획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지역 개신교계는 특정종교시설이라며 건립 백지화를 요구했다.

연일 시위에 나서며 불교는 한국문화가 아니다라거나 정부가 세종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라고 몰아세웠다. 끝내 교회의 표심에 연연하는 시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2017년 연말 체험관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장 환성스님을 중심으로 지역 불교계가 반박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다행히 예산은 원상 복구됐다. 마침내 올해 616일 대전고등법원이 세종기독교연합회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다음날 착공식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착공식에서 불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찰과 불자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은 기어이 빛을 보게 됐다. 공공성과 법적 정당성도 충분하다. 금년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내년 3월 상량식을 거쳐 11월 준공식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조형예술 생활 수행 의례 등 전통불교문화의 정수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여가생활에 크게 기여하는 가람으로 우뚝 선다. 세종시의 발전 정도에 따라 종단의 미래거점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종단불사추진위 집행위원장 금곡스님(총무원 총무부장)치밀하고 투명한 불사로 종도들의 자랑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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