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한문 해석법

정천구 지음 / 민족사
정천구 지음 / 민족사

불교는 지난 2000여 년 동안 인도에서 북쪽으로 동아시아로, 남쪽으로 동남아시아로 퍼져간 종교이자 철학이다. 19세기 말부터는 유럽과 미국으로 불교가 전해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불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불교는 크게 빨리어와 한문 등 두 가지 언어로 전승됐다.

빨리어 경전과 한문 경전은 같으면서 다르다. 그 출발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같았겠지만,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사유체계와 문화 등이 다른 곳에서 번역과 해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양인들 가운데서 선불교에 심취한 이들은 대개 한문 경전에서 출발한 불교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한문’이라 하면 일단 어려움과 난감함이 밀려온다.

불교라는 심오한 철학도 어렵지만, 현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문으로 쓰여 있다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삼국유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고전학자 정천구 박사는 최근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불교한문 문법서인 <불교한문 해석법>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일반 한문 문법서와 달리, 예문을 <논어>, <맹자> 등 중국 고전이 아니라 대승불교에서 중시하고 한국에서도 널리 읽히는 불교경전, 즉 <금강경>, <법화경>, <유마경>, <화엄경>, <능엄경> 등에서 끌어 온 것이 큰 특징이다. 또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불교한문을 어떻게 ‘한글로’ 번역해야 하는가에 대한 훌륭한 지침을 제공해 준다.

1장에서 불교한문의 ‘품사와 문장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고, 제2장부터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부정사, 개사(전치사), 연사(접속사), 문말 조사 등의 품사들과 특수한 용법의 어휘들에 대해 두루 다뤘다. 풍부한 예시들을 통해 문법적 사항들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 여느 문법서처럼 딱딱하지는 않으며, 예시들에서도 불교철학의 심오함이 엿보인다.

저자는 “한문으로 단단하게 봉해진 법문을 밀치고 들어설 이는 옛날에도 적었고, 오늘날에도 적으며 앞으로는 더욱 적을지 모른다”면서 “그 적은 사람이 한문을 익히지 않은 대중을 위해 이 법문을 제대로 밀어서 열어 두어야(번역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문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선결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오묘한 이치를 풀어 밝힐 수 있도록, 즉 온전히 해석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한다”면서 “그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이른바 문법이며, 불교경전을 이루는 한문 즉 불교한문의 문법은 법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게 해 줄 열쇠”라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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