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한
티베트 불교 지도자
인내에 대한 가르침

“모든 방법 다 써서
인내를 수행하라…”

달라이 라마, 화를 말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 툽뗀 진빠 편역 / 이종복 옮김 / 담앤북스
달라이 라마 지음 / 툽뗀 진빠 편역 / 이종복 옮김 / 담앤북스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은 보살이 되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 가장 사랑받던 중요한 문헌 가운데 하나다. 서기 8세기경 인도 샨띠데바 스님이 저술했으며, 영원불변의 착한 마음을 어떻게 만들고 지켜가야 할지에 대한 실천방법을 적어놓았다.

특히 대승불교가 제시하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서 핵심적인 수행의 윤곽을 그려주고 이타적인 보살사상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으로 꼽힌다. 이는 불자들의 개인적인 신심을 고양시켜주는 심오한 원천이 돼왔다.

이런 이유로 티베트 불교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93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입보리행론> 제6장 ‘인욕품’을 가르쳤다. 인욕품 첫머리는 “한순간 화를 내는 것은 한 생의 복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순간, 그 화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화는 분명히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화의 대상이 된 사람은 참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화풀이를 할 것이고, 그 화풀이가 다른 화풀이를 연속적으로 낳게 될 수도 있다.

화를 치료하는 약은 인내다. 그래서 인내에 대한 샨띠데바 스님의 지혜를 널리 알리는 것이 이 시대에 중요한 일이 됐다.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사랑, 인내, 예의가 희미해진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대중에게 인내를 가르친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6년부터 현재까지 달라이 라마의 수석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툽뗀 진빠가 편역한 <입보리행론>의 주석서 <달라이 라마, 화를 말하다>는 샨띠데바 스님의 인내에 대한 가르침과 삶의 길에 대해 달라이 라마와 1600여 명의 대중이 함께한 5일간의 기록이다.
 

6월7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궁에서 달라이 라마가 화상을 통해 세계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6월7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 라마 궁에서 달라이 라마가 화상을 통해 세계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 책은 강연과 명상, 청중과의 대화를 통해 인욕품을 함께 전한다. <입보리행론>이 11세기에 티베트어로 번역된 이래 티베트에 준 영향은 대단하다. 대승불교의 사상과 수행에 관련된 방대한 학술 업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티베트 ‘마음 수련’ 로종이 일어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티베트에서는 불교 초심자들의 <입보리행론> 게송이 관례가 됐을 정도다.

인욕품 첫 번째 게송은 “일천 겁 동안 쌓아 올린 보시와 붓다에게 올린 공양 등의 (어떤) 선행이라 하더라도 단 한 번의 화로 모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화나 증오를 일으키면 천 겁 동안 쌓은 공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어 두 번째 게송에서는 “증오만큼 악한 것은 없으며 인내만큼 견디기 힘든 고행도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모든 방법을 다 써서 인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전한다. 자만, 오만, 질투 등 고통스러운 마음을 일으키는 데에는 많은 번뇌가 있지만 이 중에서도 증오와 화가 가장 악하다고 것이다.

특히 ‘모든 방법을 다 써서 인내를 수행하라’는 가르침은 화가 많은 이들이 현실에서 가장 노력해야 하는 수행법이다. 즉 수행자는 인내하고 감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증오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달라이 라마는 “불교적 입장에서 보자면 증오는 그 시작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의식 자체의 기본 성질은 중립적이며,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 성질이자 본성을 ‘불성’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자만심을 다루는 방법이나 치유법’, ‘인내를 끌어올리는 데 용서의 역할’, ‘자기혐오’, ‘수행의 지점’ 등 달라이 라마의 시각에서 바라 본 마음 수행법을 엿볼 수 있다. 달라이 라마의 강론이 담긴 형식의 게송과 달라이 라마의 설명이 화와 분노를 다스리고, 인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편역자는 서문을 통해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가르치는 바와 정반대인, 결과를 단박에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야말로 인내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정확히 지적한다”면서 “자기 향상의 길을 가는 이의 여정은 고된 것이며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러한 여행을 떠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보상은 어마어마하다”면서 “달라이 라마가 이 여행의 결실을 얻은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그 노력의 공덕이 어떠할지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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