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명전 부상병 낙서…목격담 잇따라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에 설치된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가 발굴됐다. 사진은 병원 건물로 이용한 대광명전에서 발견된 부상병의 낙서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에 설치된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가 발굴됐다. 사진은 병원 건물로 이용한 대광명전에서 발견된 부상병의 낙서 가운데 하나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에 설치된 육군병원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증언과 증거가 나왔다. 병원 건물로 사용한 통도사 대광명전 벽면에 새겨진 부상병들의 낙서가 다수 발견됐다. 또한 경내에 있던 보광중의 졸업생들과 김진조 부산 김내과 원장이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언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앞두고 ‘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정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사료가 확인된 것이다. 

이병길 양산 보광중 교사가 지난 3월 하순 발견한 통도사 대광명전 낙서는 퇴원, 전우, 정전 등 전쟁 관련 단어와 간단한 문장 그리고 군인 모자, 탱크, 트럭 등 그림들이다. 못, 연필, 칼 등으로 새긴 낙서들은 전쟁의 비참한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4284년’이란 낙서가 여럿 확인되는데, 4284년은 단기(檀紀)로 1951년에 해당한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자리에 있던 보광중 졸업생 안정철, 김학조, 김두형, 류득원 씨는 이병길 교사를 통해 당시 목격하고 체험한 내용을 증언했다. 김진조 김내과 원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통도사 기획국장 성구스님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박강용 팀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31육군병원의 통도사 주둔사실을 증언했다.

국방부, 육군병원, 의무사령부 등에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증언과 대광명전 낙서는 국군병원사(史)를 복원하는 소중한 자료이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스님)는 지난해 9월 26일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31육군병원의 존재를 뒷받침 하는 연기문(緣起文)을 발견한바 있다. 1952년 9월 구하스님이 작성한 ‘용화전 미륵존불 갱(更) 조성 연기’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통도사에 병원이 설치되어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머물렀으며, 1952년 4월 12일 육군병원이 철수했다.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지난해 용화전 미륵불 연기문에 이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면서“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친 장병들을 위해 도량을 제공한 통도사의 역사적 사실을 복원하여 후손들에게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문스님은 “코로나 19 때문에 전몰장병과 통도사 병원에서 숨진 군장병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거행하지 못했다”면서 “정부에서 통도사육군병원 존재 사실을 인정한 후 내년 6월 즈음에 천도재를 봉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광명전 낙서와 목격자들의 증언은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명하는 귀중한 사료들이다. 정부 차원에서 역사적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통도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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