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로봇이 인간의 화성이주 앞당긴다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과거에는 결코 없었던 세계로 이끌 수 있다. 상상력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 칼 세이건

 

보일스님
보일스님

지구 밖은 위험해

우리가 호흡하면서 땅을 딛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너무도 당연해서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일상 속의 경험들은 대기권만 벗어나도 얘기가 달라진다. 중력은 인간이 지구에서 벗어나는 것을 붙잡아 준다. 중력은 인간이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과정에 극복해야 할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중력이 있어서 지구의 품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그토록 자연이 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고, 끊임없이 이 지구 또는 태양계 너머의 세계에 대한 꿈과 동경을 품고 살아왔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속에도 원심력과 구심력이 팽팽히 힘을 겨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면서 우주왕복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우주비행사가 조난을 당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선 밖에서 우주 유영을 하던 주인공 스톤 박사는 폭파된 위성 잔해 파편들 때문에 우주왕복선이 폭발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간다.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스톤 박사는 주어진 여건을 활용하면서,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가려 사투를 벌이게 된다.

쏟아지는 불덩어리 같은 파편을 맞아 모든 것을 잃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로 귀환하려 한다. 순식간에 자신이 의지했던 우주왕복선이 사라져버리자, 그녀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하면서 방법을 찾아내려 하지만, 모든 수단이 여의치가 않다. 소리도 산소도 없는 암흑과도 같은 우주 공간에서 미아가 된 것이다.

그녀가 타고 있던 캡슐의 연료마저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지독한 외로움과 공포, 절망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는 일부러 선실의 산소공급을 차단해 자살을 지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먼저 임무 도중 먼저 사망한 동료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게 되고, 정신을 차려 다시 용기를 내서 지구로 귀환을 시도한다.

엄청난 속도와 대기권의 마찰로 인한 발열을 감당하기에는 캡슐이 너무나 빈약했지만, 극적으로 캡슐은 지구 어느 한 편의 아름다운 호수에 불시착한다. 그 와중에도 착륙선의 내부에서는 화재가 일어나고 스톤은 탈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강가로 헤엄쳐서 살아나오게 된다. 제일 먼저 그녀는 강바닥에 엎드린 채로 강가의 흙을 움켜쥐듯 만져본다. 그리고 나서는 후들거리는 두 발로 지구의 땅을 딛고 일어나 걸어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는 영화 ‘그래비티(Gravity)’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미 보았을 것이다.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경이로움이 어떤 것이지 이 이야기는 잘 보여준다. 주인공이 지구를 떠나기 전에 경험했던 공기와 대지의 중력, 산과 물은 이미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새로운 자각 속에서 지구의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놀라울 정도로 조화로운 환경을 지구 밖 다른 별에서도 누릴 수 있을까. 누릴 수 없다면 누리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어쨌든 지구 밖은 위험한데 말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테라포밍’

우주와 천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 개발은 이전에 다루었던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 등의 분야와는 달리 별로 양가적인 윤리적 혼란을 그다지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때마다 우려보다는 찬사가 앞선다. 최근 들어 언론에 빈번히 등장하는 새로운 용어 중 하나가 바로 ‘화성 테라포밍(Teraforming)’이다.

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유인 우주왕복선의 발사 성공과 로켓 회수 등의 사건으로 화성 이주계획이 정말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테라포밍’은 지구화 또는 행성 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천체 환경을 지구 대기, 온도, 생태계와 최대한 일치하게 바꿔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나 실행을 말한다. 

사실 ‘화성 테라포밍 구상을 처음으로 제안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일론 머스크는 아니다. 1973년 이미 명저 <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화성에 대한 ’테라포밍‘ 구상을 밝혔다. 그 후에 NASA를 중심으로 지속적 연구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NASA는 인간이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화성은 모든 행성 중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

‘테라포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액체상태의 물이 있어야 하고,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이 확보되어야 하며, 신진대사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우주생물학적인 지침이 세워져 있다. 이러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기 시작하면, 화성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농업단지 그리고 생산단지를 건설하여 현대 문명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수준부터 시작해서, 화성을 테라포밍 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마저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3D 프린터 기술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라포(Teraforming)밍’은 지구화 또는 행성 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천체 환경을 지구 대기, 온도, 생태계와 최대한 일치하게 바꿔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나 실행을 말한다. ‘화성 테라포밍’은 우주생물학적인 지침에서 제시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기 시작하면, 화성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농업단지 그리고 생산단지를 건설하여 현대 문명을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테라포(Teraforming)밍’은 지구화 또는 행성 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천체 환경을 지구 대기, 온도, 생태계와 최대한 일치하게 바꿔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나 실행을 말한다. ‘화성 테라포밍’은 우주생물학적인 지침에서 제시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기 시작하면, 화성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농업단지 그리고 생산단지를 건설하여 현대 문명을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딥러닝과 자기복제로봇 그리고, 3D 프린터 

화성에 지구와 유사한 환경 조건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화성까지 가기부터가 어렵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수시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구에서부터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래밍 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주 공간에서의 무수한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유성우가 쏟아지고 위성 파편들이 불시에 날아 오라도 딥러닝이 탑재된 우주선이나 장비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위험을 최소화 수 있는 알고리즘을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화성에 탐사로봇을 보내고 있지만, 그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만약 자기복제 로봇 생산라인을 화성기지에 건설한다면,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면서도 화성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은 인간보다 산소공급이나 수분 섭취 그리고 근육 위축이라는 측면에서 인간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화성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기술이 바로 3D 프린팅 기술이다.

지구에서 보낸 디지털 정보를 화성에 있는 자기복제 로봇 공장에서 수신하여, 액체금속을 주입하면 화성에서 활동할 로봇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로봇들은 인간을 대신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인간의 화성 이주를 도울 것이다. 기지건설은 물론이고 인간들의 화성 거주 생활을 보호하면서 인간의 겪게 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해줄 것이다. 

원심력과 구심력 사이에서

거대한 우주선 로켓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연기가 화면 가득하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은 경이로운 시선으로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산된 팰건9 로켓은 대기권 밖에서 2차 추진체와 분리된 후 다시 발사되었던 발사대로 정확히 되돌아온다. 지상 수 ㎞를 남겨두고는 강한 화염이 역추진되면서 속도를 급속히 줄여나간다.

너무나 사뿐하게 그리고 매우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지점으로 안착한다. 이내 쏟아내던 불꽃은 사라지고, 마치 발사된 적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며 태연히 서 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영상 속 스페이스X의 관제센터에 모여 있던 수많은 소속 직원들과 발사대 밖의 군중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한다.

육상뿐만이 아니다.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위는 바지선 위로도 정확하게 로켓은 돌아와 사뿐히 착륙한다. 유튜브로 공개된 이 장면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천지가 개벽할 수준의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몇 분 안 되는 이 영상은 학인 스님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이 일은 2년 전,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제4차 산업혁명과 불교’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학인 스님들의 얼굴이 이 장면을 보고 나서는 놀라움을 숨지지 않았다. 그 강의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간단했다.

붓다의 마지막 유훈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리고 그 변화의 크기와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더욱 근원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님들이 방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를 떠나 우주를 향해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일궈내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원심력과 마음속 내면을 응시하면서 안으로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며 수행하는 구심력이 만나는 팽팽한 지점, 그 긴장 위에 현재 우리가 있다. 

[불교신문3591호/2020년6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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