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세원사불교대학총동문회가 승보공양금을 모아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써달라며 1000만원을 냈다. 세원사불교대학총동문회는 6월9일 세원사 주지 정운스님과 신도회장, 총동문회장 등 신도회 간부들이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하고 결사에 적극 동참하는 뜻으로 큰 금액을 보시했다. 

세원사 불교대학총동문회가 보여준 선행이 남다른 것은 보시는 사찰규모 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충남 보령 농촌에 자리한 세원사는 기독교세가 유달리 강한 충남 서해안 지역에 위치한데다 노인 인구가 많고 경제 사정이 넉넉치 않다. 세원사는 전통사찰도 아니다. 주지 정운스님이 20여 년 전 밭을 사서 만들고 일군 신생 ‘포교당’이다. 신도수가 많지 않고 들어오는 시주도 적다.

대도시 소규모는 고사하고 중소지방의 웬만한 사찰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문화 경제 사회인구 모든 면에서 열악한 세원사가 종단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1000만원을 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시금 액수가 척도는 아니지만 세원사의 1000만원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세원사 주지 정운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불교대학동문 불자들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승보공양 행사를 취소하고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동참하는데 마음을 내주었다”고 밝혔다. 스님의 이 발언 속에 많은 가르침이 녹아있다. 불교대학 동문들이 승보공양을 올렸다는 데서 스님이 신도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음을 읽는다.

스님이 신도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얻기 위해서는 수행자로서 흐트러짐 없고 정법(正法)을 전파하며 포교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작은 사찰의 불교대학 동창들이 나서 그토록 큰 금액을 마련했다는 것은 주지 스님의 평소 행과 가르침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주지 스님이 사찰 재정에 쓰지 않고 종단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쾌척한 결정도 놀랍다.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 중에 계룡대 영외법당 건립은 같은 충남 지역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찰과 불자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중요한 불사”라고 강조했는데, 종단을 생각하는 공심(公心)과 애종심을 엿볼 수 있다. 일부 스님 중에서 종단이 나를 위해서 해준 게 무엇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종단은 국가와 같다. 종단이 집처럼 그늘을 드리고 안온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님들은 마음 놓고 공부하고 수행하며 포교할 수 있다. 정운스님은 종단에 기대고 요구하기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종단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종단이 발전하고 존속해야 스님이 포교에 매진하고 수행에 전념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도들이 공양한 승보공양비를 빠듯한 사찰살림에 보태지 않고 종단에 쾌척했다. 

세원사의 이번 보시행은 부처님 법을 전하는데 조건은 장애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원력을 세우고 묵묵히 행하면 수미산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춘 이가 수행자이다. 세원사 보시는 우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불교신문3590호/2020년6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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