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십우도' 쓴 백금남 작가
많은 경전과 정신분석서 분석
‘부처님 생애’ 새롭게 조명하다

‘인간 붓다’가 성불에 이른
고된 여정 다양하게 보여줘

붓다 평전

백금남 지음 / 무한
백금남 지음 / 무한

1985년 정통 불교소설 <십우도>를 출간해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불교소설가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던 백금남 소설가가 부처님의 생애를 ‘만들어진 성인’이 아닌 ‘인간붓다’의 관점에서 분석한 <붓다 평전>을 출간했다.

대표적인 불교작가로 알려진 백금남 소설가는 2003년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 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삼성문학상 수상작인 불교소설 <십우도>를 재출간 한 것을 비롯해 <유마>, <소설 법정 :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등 다양한 소설을 출간했다.

또한 민중들의 애환을 다룬 소설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대원문학상, 동양문학상, KBS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관상>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궁합>, <명당> 등 역학 3부작의 영화의 시나리오가 된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인 소설 <붓다 평전>은 제목 그대로 부처님의 생애에 대해 백금남 소설가 특유의 돋보기로 ‘인간 붓다’를 들여다보고 자칫 세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붓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인간 싯다르타’가 성불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을 살피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초기경전을 비롯해 대승경전을 총 망라하고 각종 경전을 인용해 인간 붓다가 어떠한 정신적 세계에 침잠해 고뇌를 하고 성불에 이르는지를 736쪽의 방대한 분량(원고지 2500여 매)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 도입부는 붓다가 생존할 당시 바이샬리에 한 떡장수 노파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꺼낸다. 그녀에게 외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관청에서 아들의 사인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나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붓다의 소문을 들은 노파가 찾아와 말한다. “그대가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중생을 제도하고 있다고 하니 내 아들의 죽음을 밝혀 주시오.”

붓다가 아들의 죽음을 살펴보니 떡장수 노파가 준 떡을 먹고 아들이 죽은 것이 분명했다. 전날 밤 아들은 떡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고 노파는 아들이 배가 고픈데도 어머니를 생각해 배고픔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억지로 먹었다. 그 바람에 아들이 떡에 체해 죽고 만 것이다.
 

인도 쿠시나가라의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의 발 모습. 사진제공=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인도 쿠시나가라의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의 발 모습. 사진=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여기에 대해 붓다는 침묵했다. 붓다는 “그대가 준 떡을 먹고 아들이 체해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떡장수 노파가 “아들의 죽음 하나 밝히지 못하는 자가 무슨 현자냐”며 욕을 하고 가 버리자 제자가 물었다. “붓다시여, 어찌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까?”

이 말은 곧 어미가 준 떡에 의해 아들이 죽었는데 왜 그걸 밝히지 않았느냐는 물음이었다. 이 물음에 붓다는 침묵했다. 침묵은 제작들의 화두가 된다. 저자는 “어떻게 보면 불교는 이 침묵의 여정이다. 이 속에 해답이 있기 때문”이라며 “붓다의 세계는 물질이 아닌 정신적 세계이지만 정신세계만으로는 떡장수의 진실조차 증명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인간붓다의 고뇌에서 출발해 성불에 이르는 대장정의 평전을 서술했다.

또한 저자는 싯다르타가 출가인연에 어머니 마야부인의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새로운 주장도 펼친다. 이를 위해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신경과학센터 이사벨 만수이 교수의 외상적 상처에 대한 연구 논문을 동원하기도 하고 마크 엡스타인의 글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붓다의 생애 속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있었는데 친어머니의 죽음, 생사의 문제, 태자비들과의 관계, 아들 라훌라의 탄생 등이었다. 그 상처들이 곧 출가의 동기가 되었으며 출가하고 난 뒤에도 그는 치열하게 성도라고 하는 발전 외상(Trauma)를 앓고 있었다. 성도 후 여여(如如)한 세계에 듦으로써 붓다의 경지를 성취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러한 상처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붓다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숫타니파타 출가경>을 비롯해 <반야심경>, <대열반경>, <맛지마 니까야>, <증일아함경> 등 초기경전과 빨리어 경전 및 대승경전 내용에 담긴 의미를 분석했다.

저자는 “강가에서 독을 푸는 부모들 곁에서 웃고 있는 소년, 벼랑에서 형제를 밀어 죽인 사내, 그리하여 쇠산지옥에서 수천 년을 고통 받았던 사내, 자신의 업보로 멸망하는 조국을 눈 뜨고 지켜보았던 사내 등 사실 그대로의 붓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며 “붓다는 <디가니까야>에서 ‘너희가 범천을 본 적이 있느냐, 나는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당신의 가르침이 방편교설임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 교설을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를 아우르는 작업으로 붓다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아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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