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 법련사 주지
고양이와 만남 담은
산문집 속편 선보여

“결국 우리는 같은
생명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를 읽는 시간

보경스님 지음 /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보경스님 지음 /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나는 냥이를 볼 때마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대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읽으려면 어떤 선입견도 두지 말고 마주하는 사물을 빈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밖으로 외물(外物)을 대하는 내 마음이 고요하면 사물은 거울처럼 스스로 본질을 드러낸다. 그래서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읽히면 아는 것은 찰나 간이다. 그래서 깨달음은 직관적으로 심연에 닿는다.”

2018년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산문집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을 펴낸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보경스님. 당시 이 책은 인간 대 반려동물의 관계를 일방적인 돌봄이 아닌 ‘독(獨)대 독(獨)’, 즉 존재와 존재의 대등한 만남으로 보는 스님의 특별한 시각으로 호평을 얻었다. 그리고 2년여 지나 최근 보경스님이 속편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펴내 주목된다. 전작이 겨울 이야기라면 이 책은 이후의 여름 이야기다.

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읽는다’라고 표현하는 스님은 “읽는 행위야말로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행들은 ‘읽기’에 서툴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다가온 ‘고양이’를 정성으로 읽으며 깊어진 스님의 사유는 우리에게 내 안의 나 그리고 타인,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읽는 길로 안내한다.

조계총림 송광사 탑전에 머물고 있는 저자 보경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년간 서울 북촌에 자리한 법련사에서 주지 소임을 살다 송광사로 내려간 스님의 처소 앞에 어느 날 밤 야생 고양이가 불쑥 나타났다. 스님은 배고픈 고양이에게 토스트 한 쪽과 우유를 대접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굶주리면 안 되니까!’하는 마음이었다.

그 인연으로 고양이와 스님은 서로에게 동거인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식구를 맞이한 스님은 가족이라는 낯설고 색다른 경험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을 차츰 깨닫게 됐다. 이른바 ‘고양이가 스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그 이야기를 묶어 낸 책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이다. 이번에 나온 <고양이를 읽는 시간>은 그 뒤를 잇는 속편으로 한층 깊어진 저자의 사유를 만날 수 있다.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보경스님이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산문집 두 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최근 출간했다.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보경스님이 산중에 사는 스님과 야생 고양이의 만남을 담은 산문집 두 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읽는 시간'을 최근 출간했다.

1권에서 토스트 한쪽과 우유로 시작된 보경스님과 고양이의 관계는 눈빛으로 대화가 가능할 만큼 무르익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안경을 찾을 때, 멀찌감치 앉아 있던 냥이가 ‘야옹’ 하고 답하듯 울면 스님은 냥이의 말을 ‘저쪽에 있잖아!’로 알아듣는 식이다. 이처럼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동화 같은 신비한 이야기는 또 다른 읽는 재미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며 쫓아내려는 사람들을 향해 ‘며칠만 기다려줘요’라고 무언의 소리를 전하는 고양이, 몰래 새끼를 낳고 옮겨 다니며 돌보는 어미 고양이, 스님보다는 친구 고양이와 노는 게 더 즐거운 냥이, 상처를 치료해준 스님의 꿈속에 나타나 고마움을 전하는 수고양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신비하고 눈물겨운 일이다. 반려동물과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아닌 ‘교감과 합일’이라는 고차원의 세계로 이뤄짐을 보여주는 예이다.

스님은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면서 무의식적 연결이 강화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 의식의 세계를 확장시켜 바깥의 다른 존재, 동물과 식물, 나아가 집에서 쓰는 일상의 집기들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광사 조계산 고양이들에게 ‘스님 집사’가 잘 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스님은 고양이를 최대 18마리까지 돌보기도 했다. 암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고, 어느 녀석은 엄마 젖을 채 물어보지 못한 채 죽고, 어느 날 갑자기 살던 터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영역을 지키느라 치열하게 싸우는 고양이들을 스님은 차분히 지켜봤다.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양이의 삶을 통해 스님은 ‘누구나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각자 존재하는 방식이 있다’는 생의 진실을 절절하게 마주한다.

그 진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결국 우리는 같은 생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단 하나의 이유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것이 스님의 단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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