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승대 교수 정각스님 공개
공명첩 발급 자료로 ‘처음’
사찰 토목 건축공사 참여
‘승정원일기’에 기록 전해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스님이 공개한 ‘공명첩’ 발급 서류.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스님이 공개한 ‘공명첩’ 발급 서류.

사찰을 중수하는 과정에서 시주에 동참하거나 공로가 있는 이들에게 수여한 공명첩(空名帖)을 발급한 고문서가 공개됐다. 조선 순조 28년(1828) 남한산성 내 사찰의 중수 및 관아(官衙) 보수에 참여한 김시점(金時漸)에게 공명첩을 발급한 문서이다.

이번에 공개된 공명첩 발급 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行(행) 廣州府留守(광주부유수) 兼(겸) 南漢守禦使(남한수어사) 爲(위) 領給事(영급사) 以(이) 本城(본성) 寺刹(사찰) 役事(역사) 功德(공덕) 帖壹張(첩일장) 金時漸(김시점) 處填名出給爲去乎(처전명출급위거호) 相考(상고) 施行(시행) 向事(향사) 合下(합하) 御照驗(어조험) 施行(시행) 須至帖者(수지첩자) 右帖令(우첩령) 準此(준차) 道光八年(도광팔년) 八月(팔월) 日(일) 領給(영급) 帖(첩)”

이 공명첩 발급문서에서 ‘김시점’이라 적은 난은 본래 비어있으며, 공명첩을 받는 이들의 이름을 기록한 것이다. ‘도광8년’은 순조 29년에 해당한다. 이 문서의 크기는 29.5cm×19.5cm이다. 남한산성 수어사(守禦使)겸 광주부 유수(留守) 이지연(李止淵,1777~1841)이 남한산성과 사찰 역사(役事)에 참여해 공덕을 지은 이들에게 공명첩을 발급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이다. 역사는 규모가 큰 토목이나 건축 공사이다.

왕명(王命)출납과 행정사무, 의례적 사항 등을 기록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와 조선조 중후기 최고의결기관인 비변사 사무 내용을 담은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에 공명첩 발급 내용이 게재돼 있다.

이지연의 보고에 의하면 본성(本城)의 아홉 군데 사찰에 군기(軍器)와 성향(城餉, 군량미)을 쌓아 놓았는데 모두 기울고 무너져 지탱하기 어렵고, 성의 관아[廨]와 창고[倉厫]도 곳곳이 훼손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군량미 사용, 호조에 납부할 급대전(給代錢)의 차용, 공명첩 300장 발급을 요청했다. 이에 조정에서는 군량미 사용, 급대전 차용, 공명첩 발급을 허락했다. 다만 공명첩은 100장을 줄인 200장을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신라 문무왕때 처음 쌓기 시작한 남한산성. 조선 인조의 명으로 팔도도총섭 벽암각성 스님이 의승군을 소집해 3년 만에 완성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신라 문무왕때 처음 쌓기 시작한 남한산성. 조선 인조의 명으로 팔도도총섭 벽암각성 스님이 의승군을 소집해 3년 만에 완성했다. ⓒ불교신문

조선 인조 때 각성스님 등
의승군 3년 만에 城 완성
사찰 중창 보여주는 자료

조정의 허락을 받아 공명첩을 발급한 이지연은 세종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廣平大君) 후손으로 문과에 급제한 후 병조좌랑과 예조참판을 역임했다. 경상도 관찰사 재직시 지방 수령의 민폐 타파 방안을 상소하고, 한성판윤, 예조판서, 광주유수, 우의정 등을 지냈다. 저서로 <희곡유고>와 편서로 <장의공자손보(章懿公子孫譜)>가 전한다.

신라 문무왕때 처음 쌓기 시작한 남한산성은 주장성(晝長城), 일장산성(日長山城)으로 불린 한강과 한양의 주요 거점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참전한 벽암각성(碧巖覺性, 1575~1660)스님이 인조 2년(1624)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으로 전국에서 의승군을 소집해 완성했다. 조정의 지원 없이 3년 만에 성을 다 쌓은 곳으로 스님들의 노고가 배여 있는 성이다. 당시 군막(軍幕)사찰 가운데 장경사(長慶寺)가 현존한다.

공명첩 발급 자료는 공개한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스님(고양 원각사 주지)은 “공명첩은 다수 전하고 있지만 공명첩 발급 관련 문서는 그동안 발견된 적이 없다”면서 “남한산성에 있는 9개 사찰의 중창 관련 사례를 알려주는 귀한 자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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