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월 호국보훈의 달 맞는 자세
[사설] 6월 호국보훈의 달 맞는 자세
  • 불교신문
  • 승인 2020.06.13 15:07
  • 호수 3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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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충일을 맞아 군승들은 대전 현충원을 찾아 순직 군승들에게 헌화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했으며 6일에는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주관해 전쟁을 맞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군경 뿐만 아니라 이웃을 구하다 희생당한 의인, 장기를 기증하고 새 생명을 살린 장기기증자들도 천도했다.

해인사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7일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고혼들을 위령, 천도하는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국군과 경찰사망자 14만1000명, 미국·터키·프랑스·네덜란드·콜롬비아·태국 등 16개국 유엔 참전국 3만8000명, 북한군 52만 명, 중국군 14만9000명, 남북 민간인 사망자 52만 명 등 138만 명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희생됐다. 

이외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전국의 사암에서 추모재를 봉행하고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 한국불교는 호국불교 전통을 1700년 넘게 잇고 있다. 호국은 왕조를 지키거나 무기를 들고 전쟁에 나서는 정치 군사와는 다르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나라가 평안하고 국민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기를 염원하는 신앙이 호국이다.

경전을 수지 독송하여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밝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부강하고 튼튼한 나라가 이루어진다. 그런 나라를 발원하며 나부터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자 발원하는 것이 바로 호국불교의 참 신앙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자신을 던진 호국영령은 개인의 영달보다 사회와 이웃을 위해 희생한 보살과 같다. 불교가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기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나라의 위기는 외부 침략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서로를 헐뜯고 반목해 혼란이 끊이지 않으면 이는 외부 침략자보다 더 무서운 병폐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잘 섬기고, 가장 약한 사람들까지도 챙기며 부를 공정하게 배분하고 국가의 법이 평등하게 작용한다면 아무리 부강한 나라가 넘본다 해도 능히 물리칠 수 있다.

반대로 국토가 넓고 물자가 풍부하다 해도 지도자와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고, 법이 조건에 따라 달리 적용되며 빈부 격차가 극심하면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내부의 분열과 불신으로 멸망을 재촉한다. 

사람들은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한 정책은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냉소 짓지만 인도의 광활한 영토를 통일한 아소카 대왕이 부처님 법에 의한 정치가 얼마나 위대하고 튼튼한 지를 몸소 보여준 바 있다. 대왕은 인간에 대한 배려와 살생금지 등 부처님 가르침을 지키도록 하고 정부는 백성들이 평안하도록 도로 관개 등 공공사업을 펼쳐 인도 역사상 최고의 융성기를 보냈다. 아쇼카의 정치와 국가 운영 원리가 바로 호국불교가 지향하는 핵심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 땅에 부처님 법이 세상에 널리 퍼져 평안하고 건강한 나라가 이룩되기를 기원한다. 불자들도 사찰을 찾아 사회와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의인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589호/2020년6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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