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아홉스님’ OST 부른 가수 송민경

극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수행 정진한 상월선원 스님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아홉 스님’. 그 중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이가 있다. 바로 애틋한 감성과 맑음 음색으로 영화 메인 OST ‘꽃비를 부른 가수 송민경 씨이다. 69일 영화 아홉 스님특별시사회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탁월한 가창력으로 따뜻한 울림을 전해준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아홉 스님 OST ‘꽃비’를 부른 가수 송민경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아홉 스님 OST ‘꽃비’를 부른 가수 송민경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수 송민경은 지난 2012년 그룹 더 씨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았다. 꾸밈없이 활발한 모습과 함께 성숙한 매력이 눈길을 끈다. 가수가 된 계기를 묻자 어렸을 때부터 끼와 흥이 남달랐다고 한다. 높은 곳만 보이면 무대 마냥 올라가 노래를 부르며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단다.

자연스럽게 음악은 친구같은 존재가 됐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음악을 듣고 따라 불렀던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해 위로 받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내 노래로 큰 힘을 줬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죠.” 그렇게 남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내기로 결심한 소녀는 고된 연습생 시간을 견뎌내고 데뷔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엔 진심이 녹아있었다.

하지만 순탄할 것만 같은 연예계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그룹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했지만, 일을 쉬는 날이 서서히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감정 기복도 심해지면서 우울한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이 세상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담담한 미소를 지은 그는 마치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처럼 힘들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 시절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바로 불교적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혜민스님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찾아 읽게 됐는데,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책 제목처럼 멈추니깐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불교적 가르침이 녹아있는 스님의 글을 읽으며 많이 배웠어요. 슬프다는 감정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이겨냈죠. 불교 가르침이 저한테 딱 맞던데요?”

연예계 일을 잠시 쉬는 동안 심리치료 석사 과정을 공부한 그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1년 반 정도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해 일하기도 했다.

이처럼 힘들었던 시간을 끝내고, 연기 활동과 드라마 OST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운명처럼 영화 아홉스님OST ‘꽃비와 인연을 맺었다.

원래는 남자가수 분의 노래인데, 특별한 상황이 생겨서 급하게 여자가수를 구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연히 노래의 가이드 버전(본 녹음 전 가수에게 노래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려주기 위해 미리 녹음한 파일)을 듣자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제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고 위안 받는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노래를 좋아해주셔서 기쁩니다. ‘꽃비노래가 저한테 진짜 꽃비가 된 셈이죠.”

흐드러지게 내리는 꽃비의 모습을 표현한 잔잔하고 아름다운 노랫말에 그의 호소력 짙은 청아한 음색이 더해져 영화 아홉스님’ OST ‘꽃비는 영화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뮤직 영화 OST부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나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음원 무료로 제공하며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는 영화 아홉스님에 대한 솔직한 감상평도 전했다. “사실 처음엔 큰 기대를 안 했어요. ‘왜 힘든 고행을 일부러 할까라는 의문도 있었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벅찬 감동을 받았어요. 스님들은 수행을 통해 지금 입고 있는 옷’ ‘맛있는 밥’ ‘따뜻한 집처럼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주신 것 같아요. 영화 중간 중간 스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에선 잔잔한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6월9일 열린 특별시사회에서 영화 '아홉스님' OST 곡 '꽃비'를 부른 가수 송민경 씨는 맑은 음색으로 ‘꽃비’ 라이브 공연을 펼쳐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6월9일 열린 특별시사회에서 영화 '아홉스님' OST 곡 '꽃비'를 부른 가수 송민경 씨는 맑은 음색으로 ‘꽃비’ 라이브 공연을 펼쳐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특히 그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과의 일화도 들려줬다. “최근 영화 관계된 일로 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함을 찾는 것이 곧 수행이라는 격려와 함께 단주를 선물해주셨어요. 연예계에 복귀한 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많이 긴장됐는데, 자승스님 말씀처럼 떨리는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고요함을 찾다보니 안정이 되더라고요. 스님의 격려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밝은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다시 선 그에게 앞으로 활동계획을 묻자 좋은 연기와 노래로 찾아뵙겠다며 환히 웃었다. 가장 먼저 정규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오는 7월엔 그가 출연하는 영화 소리꾼신황제를 위하여’ 2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두 영화에선 각기 다른 매력을 카멜레온처럼 뽐낼 예정이다. 그는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모든 게 지금 내가 있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생각한다많은 분들이 제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가수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 송민경의 꽃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