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생명나눔실천본부 공동기획 ‘가장 아름다운 나눔’
④ 6월6일 현충일 생명나눔 천도재 현장


현충일 불암사서 생명나눔천도재 봉행
코로나 19 희생, 불암산 유격대 영가도
장기 및 시신 기증한 의인들 정신 기려

일면스님 “생명나눔 가장 고귀한 보시”
생명나눔 회원 신도 등 참여 마음 모아

생명나눔실천본부는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남양주 불암사에서 생명나눔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진은 신도와 생명나눔 회원들이 위패를 들고 인사하는 모습.
생명나눔실천본부는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남양주 불암사에서 생명나눔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진은 신도와 생명나눔 회원들이 위패를 들고 인사하는 모습.

생명나눔실천본부가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생명나눔천도재를 봉행했다. 불교계 유일의 장기기증 운동 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생명나눔천도재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가를 기린다.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봉행하던 행사를 장기기증자 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군인 경찰 등 공무희생자 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2018년 부터 현충일로 날짜를 바꿨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희생사자 속출해 이들을 기리는 위패도 모셨다. 200여명이 사망한 한국을 비롯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미국의 10만여 명 등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4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위패는 불암산유격대 영가다.

불암산 유격대원은 6,25 발발 초기 불암산을 근거지로 삼아 북한군에 맞서 게릴라식 전투를 벌여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원 전사한 육군사관학교 생도와 기간병들을 일컫는다. 이들을 숨겨주고 음식을 제공하는 등 유격대원들을 적극 도왔던 불암사가 그 인연을 살려 2017년부터 생명나눔천도재에 위패를 모셨다.

천도재는 오전10시부터 진행됐다. ‘불암사 생명나눔회원 및 순국선열을 위한 제26회 장기기증자 특별 천도재’는 대웅전 앞에 마련된 법석(法席)에서 인간문화재 전수자의 살풀이와 바라춤, 정현숙마하무용단장과 무용단의 진혼무, 신도와 유가족의 헌화 헌다, 인사말, 일면스님 법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생명나눔 회원과 후원자, 신도, 유가족 등 500여명이 동참했다. 일면스님은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지난 해 보다 더 많은 인원이 동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를 극락전으로 옮겨 천도재가 열렸다. 스님들이 독송하는 회심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도와 유가족 생명나눔회원들은 제단 앞에 나아가 차를 올리고 절을 했다. 코로나 19 희생자, 장기기증 의인, 불암산 호랑이유격대, 전몰군경 등의 위패를 모신 제단 앞에는 차를 올리려는 신도들의 줄이 계속 이어졌다. 재는 오후2시 무렵 회향했다.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원, 코로나 19 희생자, 장기기증자 등 나라와 사회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원, 코로나 19 희생자, 장기기증자 등 나라와 사회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

천도재를 주관한 일면스님이 참가자들에게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 활약상과 그 분들을 추모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은 국가와 민족과 국민들을 위해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받친 의인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입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수호하다 산화한 군인 경찰 공무원과 병마와 싸우는 환자를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분들, 그리고 인연이 있든 없든 수많은 영가를 천도하고 그 분들의 고귀한 삶을 추모하는 날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현충일을 맞아 이 곳 불암산에서 은거하며 북한군의 주요 보급망과 수송수단을 공격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장렬히 산화한 불암산호랑이 유격대원들을 현충일을 맞아 특별히 기리고자 합니다.

그 유격대원은 박인기 김봉교 전희택 김동원 홍명집 이장관 조영달 한효준 박금천 강원기 김만석 등 육사 1기 생도 10명과, 2기생 3명, 중사 3명, 기간병 5명 등 총 20명으로 이들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퇴계원 창동 육사 진접 등으로 출병하여 적에게 많은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 분들은 불암산에 진지를 구축하고 서울 시민과 아군이 철수할 시간을 벌고 적이 장악한 후방을 교란하였으며 불암사와 석천암 스님들이 이 분들에게 먹을 양식을 공급하고 은신처를 제공하여 성공적으로 유격전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며 “제가 1970년대 이 곳 불암사에 왔을 당시만 해도 절 기둥 곳곳에 당시 전투 흔적이 남아있었으며, 유격대원들을 도왔던 스님으로부터 당시 활약상을 들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해마다 현충일 천도재에 참여해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함께 추모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국회의원(예비역대장,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도 참석해 유격대원들의 활약상을 전하며 그 정신을 기렸다.

김병주 의원은 “원래 배우는 학생인 생도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데, 이 분들은 워낙 전세가 급박해 의정부 전선에 투입됐다가 후퇴하며 이곳 불암산에 은거하며 4차례 출병을 통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는데 이는 세계 전쟁사에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위대한 업적”이라며 “그 분들의 잊지 않고 기리며 영가를 천도하는 불암사와 큰스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장엄한 법회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원래 육사 후배 생도가 천도재에 참석해 고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배웠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부득이 불참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불암사가 천도재를 지내면서 널리 알려져 지난해는 불암산 입구에 서있던 안내판을 새로 세우는데 이르렀고 올해는 충혼탑을 건립할 예정이다.

천도재에 참석한 생명나눔실천본부 박종우 홍보위원장은 “장기를 기증하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돌아가신 장기기증자,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국군, 국민 안전을 수호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경찰 해경 소방관 등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배려 덕에 살고 있음을 생명나눔 천도재에 참석하면 새삼 깨닫게 된다”며 “이처럼 사회와 이웃을 위해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생명추모재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이 날 행사장 입구에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사무처 직원들이 나와 신도들의 열을 재고 연락처를 적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극락전에서 열린 추모재에서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을 지켜 만약에 일어날지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려 애썼다.

이날 생명나눔천도재에는 육사 생도 영가를 비롯하여 장기 및 시신기증 영가 200여위와 일반 영가 등을 모셨다. 경내에 마련된 장기기증희망 등록서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천도재에 올린 영가들의 위패.
천도재에 올린 영가들의 위패.
천도재에서 마하무용단원들의 진혼무 모습.
천도재에서 마하무용단원들의 진혼무 모습.

남양주=박부영 주필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3589호/2020년6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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