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천 김성태 캘리그라피 작가(KBS 아트팀장)

‘진품명품’ ‘불멸의 이순신’ 등
KBS 인기 프로 타이틀 제작
영화 ‘아홉스님’ 글씨도 써

46년 간 묵묵히 작품 활동
“마음으로 써야 진짜 글씨”

수 많은 인기 TV 프로그램과 영화 공연의 타이틀 글씨는 물론,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천 김성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작의 모습.
수 많은 인기 TV 프로그램과 영화 공연의 타이틀 글씨는 물론,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천 김성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작가의 모습.

소년에게 글씨는 운명이었다. 경남 거창에서 최초로 서예 교실을 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6살 때부터 붓을 잡았다. 소년도 그 운명을 거스르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까지 더해지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원광대학교 서예과 1기 졸업생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 작가에도 뽑힐 만큼 성장했다. 예술가의 길은 고됐지만, 묵묵히 견뎌왔고 46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한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변함없이 지금도 손엔 붓이 들려있다.

장천(章川) 김성태 작가의 이야기다. 사실 이름과 얼굴만 보곤 그가 누군지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지금도 그의 글씨를 보고 읽고 느끼며 때론 감동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주요 프로그램 타이틀 다수가 그의 붓끝에서 태어났다.

KBS 아트비전에서 영상제작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그는 입사 이래 18년 간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필체를 알렸다.
KBS 아트비전에서 영상제작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그는 입사 이래 18년 간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필체를 알렸다. 그가 쓴 프로그램 타이틀 글씨.

현재 KBS 아트비전에서 영상제작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그는 입사 이래 18년 간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필체를 알렸다. ‘불멸의 이순신장영실’, ‘전설의 고향’, ‘신데렐라 언니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드라마는 물론 교양 프로그램인 ‘TV쇼 진품명품’, ‘영상다큐 산’, ‘한국인의 밥상’, ‘명견만리등 전 국민이 한 번씩은 봤을법한 수많은 프로그램의 타이틀 글씨가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대표작만 골라내도 이 정도다.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2003한국서예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의 개인 전시회와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이어오고 있는 전문 작가다. 영화 공연 등의 포스터 글씨는 물론, 편액과 각종 굿즈에 새겨진 글씨도 그의 손길이 담겨있다.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다. 상월선원 스님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다큐 영화 '아홉 스님'의 타이틀 글씨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다. 상월선원 스님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다큐 영화 '아홉 스님'의 타이틀 글씨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불교계와도 큰 인연이 있다. 2006년 복원된 금강산 신계사 상량문 및 편액을 썼으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위치한 불교중앙박물관의 현판과 조계종 교육원의 출가 포스터도 그의 글씨다. 스님들의 연수교육 강사로도 나서는 중이다. 특히 최근엔 위례 상월선원 스님들의 치열한 정진 현장을 생생히 담아 호평을 받고 있는 다큐 영화 아홉 스님의 타이틀 글씨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인터뷰를 위해 528일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도 KBS에서 생중계 예정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의 타이틀 제목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가 쓴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현판.
조계종 교육원 출가 포스터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불교와의 인연은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공부하면서 비롯됐다. “원광대 졸업 후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공부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불교미술사에 대해 배우면서 인연이 됐죠. 특히 은사이자 은인이신 문명대 교수님 지도하에 불교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평소엔 법정스님의 책을 탐독할 정도로 불교적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역동적인 힘과 세련함이 동시에 전해진다. 장천의 시그니처(signature)’ 필체라고 할 수 있는 고풍스런 느낌에 작품마다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이처럼 매번 영감을 얻는 방법을 묻자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알려줬다.

한문 부분으로 국전 초대 작가에 뽑혔으니 제 본래 전공은 한문이라 할 수 있죠. 이후 방송국에 입사한 뒤에는 아무래도 한글을 자주 사용하고 연구하다 보니 한글의 아름다움이 보이더라고요. 이처럼 한글과 한문을 넘나들며 쓰다 보니 열린 사고를 하게 됐습니다.”

동국대불자교수회에서 전달한 위례 상월선원 글씨도 그가 썼다.
동국대불자교수회에서 전달한 위례 상월선원 글씨도 썼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 2000년대 이후 상용화된 그래픽 디자인을 배운 이후로부터는 작품세계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한지 위에 쓸 땐 차마 느끼지 못한 필체를 모니터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고 고쳐 쓰다 보니 작품의 영감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글씨를 써왔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모든 정성과 진심을 쏟아 붓는다. 지난 2011년 개최한 법정스님 추모 1주기 전시회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향한 그의 헌신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스승이신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글을 발췌해 전시회를 기획했는데 그 때 준비 기간만 9개월에 걸렸습니다. 평소에도 법정스님의 책을 읽은 적은 있지만, 문장 마다 그 의미를 느끼고 작품으로 옮기기 위해 스님의 발간된 모든 책을 끊임없이 다시 정독했죠.” 그는 회사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법정스님의 가르침에 맞는 글씨를 쓰기 위해 스님이 머물렀던 송광사 불일암에도 몇 번이나 찾아갔다.

인터뷰를 위해 5월28일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도 KBS에서 생중계 예정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의 타이틀 제목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5월28일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도 KBS에서 생중계 예정인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의 타이틀 제목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전시회를 마친 뒤 그는 한 가지 깨달았다고 한다. “부처님 도량은 바깥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이처럼 모든 부분에 정성을 쏟아보니 자신을 성찰하게 됐고, 그냥 글씨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

그는 앞으로 지금까지 해온 명사들의 글씨 모음전을 비롯해 독립 운동가의 명언이 담긴 전시회 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의재필선(意在筆先), ‘붓보다 뜻이 먼저라는 말을 늘 마음에 품고 산다는 그는 대중들에게 글씨와 정신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묵직한 바람을 전했다. 그 바람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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