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사랑’ 동국대학교병원 투병 · 간병 수기 공모전
[참가상 수상작] 김인중 ‘심근경색을 겪고 나서’


의료진의 설명 듣고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그동안 참으로 무지했다
구급대원과 의료진 도움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 돼 있었을 것이다

몇 달 동안 너무나도 바빠서 그동안 해오던 조깅을 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오전에 열릴 예정이어서, 모처럼 조깅을 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축구를 볼 생각에 호수공원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하는 조깅이니만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평상시 조깅할 때와는 컨디션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안개 때문인지 호숫가가 온통 뿌옇고 흐릿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조깅을 포기하고 돌아왔겠지만 몇 달 동안 운동을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꼭 뛰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약 5킬로미터 정도를 뛰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했다.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면 자신감도 생기고, 나를 관리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있다.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김인중 씨는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한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귀한 인연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 또한 절절히 와 닿는다.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김인중 씨는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한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귀한 인연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 또한 절절히 와 닿는다.

모처럼의 운동을 그렇게 만족스럽게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앞마당 화단에 물을 주고 대문으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팔굽혀펴기를 너무 과하게 했을까? 뭐, 이러다 말겠지. 아마도 근육통이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방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는데 좌측 가슴 통증이 너무나도 심하게 느껴졌다.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동안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는 속이 쓰려 방구석을 맴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는 술 먹지 않을테니 제발 이번만은 나 좀 살려달라’고 애원한 적도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다.

간신히 물기만 닦고 나와서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줄담배에, 폭음에 몸이 견디지 못한 것일까’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겹치면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엎드려 있으면 통증이 줄어들까 싶어 자세를 고쳐보았다. 통증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삽시간에 식은땀이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 통증은 조금 가라앉는가 싶더니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이러다 말겠지’ 하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식은땀이 너무나도 많이 났다. 아내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했지만 주방에 있던 아내는 급한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아들에게 119를 부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들 역시 “조금 더 견뎌보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다. 

119대원 3명이 온 것은 한참 후였다. 아내와 아들이 내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도 걸어서 119구급차에 탈 수 있었고, 구급차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발산 주민센터 부근쯤에 와서는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유난을 떤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됐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내친 걸음이니 진찰이라도 받아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동국대병원 정문에서부터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했다. 가슴에 대포알이 뚫고 지나가도 이렇게는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모르핀, 모르핀” 이렇게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를 세 번까지는 기억 하는데, 그 이상은 듣지 못했다. 

얼마 후, 악몽 같은 통증은 사라지고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이제 소리 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극심한 통증에 고함을 지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악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또 다시 누군가가 “다 됐습니다. 시술은 잘 됐습니다. 이제는 눈을 뜨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눈을 떠보니 몸 전체가 실리콘 선으로 감겨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순간 눈물이 양쪽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일반병실로 내려왔다. 심근경색이라고 했다. 심근경색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나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게 됐다. 참으로 무지했던 것이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 돼 있을 뻔 했다. 응급상황을 넘기고 나면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 상황을 넘기기까지는 참으로 힘들고 위급한 것이 심근경색이었던 것이다.

입원 3일째가 되니 특별한 처방이나 주사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걸어 다닐 때 시술한 부위가 아픈 것 말고는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시술 부위가 아픈 것도 간호사에게 얘기했더니 깔끔하게 치료해 주었다. 고마운 생각에 병원 밖의 마트에 가서 참외를 사와서 간호사들에게 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는 심장이 가슴 어느 쪽에 있는지도 모르고 뛰어 다녔다. 살아오면서 눈 감으면 죽은 거고, 눈 뜨면 생업에 매달리면서 사는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사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귀한 인연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탈한 성격의 간호사들과, 나를 지금까지 돌봐 주시고 집도했던 심혈관내과 교수님께 늘 고맙고 감사하다. 스탠트 하나가 심장 어딘가에 박혀 있는데도 전혀 불편함 없이 그 전과 동일하게 생활 할 수가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은 3개월마다 통원하면서 건강을 체크한다.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예 동국대일산병원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걸어서 10분이면 병원에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늘 꼼꼼하게 살펴주시는 동국대병원 교수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 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불교신문3587호/2020년6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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