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명상지도자
서양심리학과 대별되는
불교심리학 가치 조명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고통 치료법”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잭 콘필드 지음 /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잭 콘필드 지음 /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서양심리학은 아픔(Pain)은 치료하고 고통(Suffering)은 받아들이라고 권고한다. 서양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꼽히는 프로이트는 “우리가 당하는 괴로움을 일상적 차원의 신경증”이라고 불렀다.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사르트르나 카뮈 같은 위대한 실존철학자도 우리가 당하는 괴로움의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적 불행을 철학·심리적 차원에서 그저 받아들이는 것은 이야기를 완결 짓는 방법이 아니다. 때문에 미국 출신으로 태국, 미얀마, 인도에서 출가 수행한 뒤 1974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명상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임상심리학 박사 잭 콘필드는 최근 펴낸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에서 “불교심리학에서는 이런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대인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저자는 미국에 테라와다 불교를 소개한 1세대로 꼽힌다. 통찰명상수행원(Insight Meditation Society)과 스피릿록(Spirit Rock) 명상센터 등 현재 미국 내 최대 불교 수행 그룹이 된 곳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100년 전통의 영성 매거진인 영국의 <왓킨스>이 달라이 라마 등과 함께 매해 그를 ‘현존하는 영성 지도자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불교는 수치심, 우울, 불안, 슬픔 등을 받아들이는 대신 ‘직면’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아들이 죽어 정신을 놓고 이리저리 헤매던 고타미에게 부처님은 아이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조건은 겨자씨 하나를 구해 오는 것이었다. 단,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에서 얻어야 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이집 저집 돌아다니던 고타미는 그런 집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음은 괴로운 것이지만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다. 피해갈 수 없다면 ‘직면’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통을 직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선 고통을 느끼게 됐을 때 만나게 되는 것은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고, 대부분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라며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목격자로 함께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목격은 연민의 마음을 담은 알아차림이다. 이렇게 직면했다면 그 다음은 소멸이다. 불교 경전에서는 흔히 ‘고(苦)의 소멸’이라고 표현한다.
 

미국에 테라와다 불교를 소개한 1세대로 꼽히는 명상지도자 잭 콘필드 박사의 마음치유 안내서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미국에 테라와다 불교를 소개한 1세대로 꼽히는 명상지도자 잭 콘필드 박사의 마음치유 안내서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고통을 소멸하는 방법은 집착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더 많이 붙잡을수록 괴로움을 더 크게 경험한다. 주변 사람을 소유하고 통제하려고 애쓸 때 우리는 괴로움을 겪는다. 자신의 몸과 느낌을 통제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받아들임과 내려놓음을 불교에서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다. 부처님이 강조한 ‘괴로움에 끝이 있다’는 뜻은 고통이 더 이상 없다는 말이 아니다. 고통이 휘두르는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양심리학에서도 ‘지금, 여기’를 살펴보기를 권장하지만, 불교심리학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프로이트는 ‘에고(자아)’를 정신건강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불교는 고정 불변하는 ‘자아(에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치료의 방법도 다르다.

서양 심리학은 의식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으로 수많은 창의적 치료법을 만들어냈음에도 이를 통해서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불교심리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전환을 일으킨다. 즉, 생각의 내용에서 물러나 정신적 상태 자체가 일어나는 과정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핀다는 것이다.

저자는 “피치 못한다면 마음 치료를 위해 약물 사용을 마다 않는 서양의 치료법에 동의한다”면서도 아픔과 고통은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픔을 혼란, 상실, 좌절, 두려움, 수치심으로 승화시키는 상태는 이미 고통으로 접어든 단계다. 그때는 병원이 아니라 방석 위로 올라가 호흡을 관찰하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법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저자는 상실, 두려움, 좌절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100여 명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00여 명에 가깝다. 내려놓기, 용서, 연민, 자애 등 치유 방법도 다양하다. 모두 각 장의 말미에 실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수련 방법을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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