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한 끼

박경은 지음 / 서해문집
박경은 지음 / 서해문집

“스님은 음식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속세에선 날고뛰는 요리사가 이곳에 와서 무엇을 배우는 걸까?” 산사의 국수를 포함한 사찰음식에서부터 부활절 식탁, 할랄과 코셰르에 이르기까지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종교와 음식에 관한 39편의 흥미진진한 지식교양서 <성스러운 한 끼>가 최근 출간됐다.

경향신문에 입사해 25년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은 기자가 펴낸 이 책은 맛과 종교의 실크로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음식인문학이라 할만하다. 특히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들과 함께, 신문사 문화부 기자가 수년 동안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며 직접 취재한 글쓰기가 돋보인다.

저자는 먼저 “음식을 먹는 것은 저마다 고유한 존재의 본질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위”라며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먹는 행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상대의 식문화에 대한 낯섦이 상대의 세계를 거부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하면서 심지어 상대가 먹는 음식이나 또는 먹지 않는 음식, 그 숭고한 음식이 조롱의 수단이자 공격의 칼날로 변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전했다.

“그 낯섦이 배척이 되고 혐오로 커지는 상황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는 저자는 서로의 낯섦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불가에는 ‘승소(僧笑)’라는 말이 있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슬며시 미소가 나오는 음식이라니, 얼마나 맛있는 것이기에. 바로 국수다. 탐식을 죄악시하는 승가에서도 국수는 과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음식도 국수였다. 스님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이들이 스님을 추억하며 떠올리는 것이 법정 스님표 간장국수다.”

이처럼 책에는 불교를 비롯해 ‘이브를 유혹한 선악과는 토마토였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최후의 만찬 빵 논쟁’, ‘사육제 소시지와 사순절 청어의 싸움, 프레첼 빵‘, ‘아라비아는 어떻게 디저트의 천국이 되었을까?’ 등 종교적이면서 세속적인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셰프의 테이블’에 소개된 이후 글로벌 스타가 된 사찰음식전문가 정관스님 인터뷰와 한중일 삼국의 사찰음식 비교, 임실 치즈로 지난 60년간 불모의 땅에서 기적을 일궈낸 벨기에인 신부의 생애 마지막 인터뷰, 라마단 기간의 성대한 저녁 만찬 ‘이프타르’ 체험기 등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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