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 부처가 있다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손꼽아 기다린 순간을 조금이라도 천천히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두근거리는 설렘을 좀 더 길게 누리고 싶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과 풀, 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자주 눈을 돌렸다. 산비탈에 자리 잡은 암자보다 고요하게 펼쳐진 봉우리들과 안개, 그 아래 바다와 섬이 눈보다 먼저 가슴을 멈춰 세웠다. 찌르르 한 기분이 덩어리가 되어 목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보리암과 금산, 남해의 풍경 앞에서 내가 아파하고 조급해하는 문제들과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조급해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늘 그러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 부처님의 마음이 있어, 보이는 것을 통해 진리를 일깨워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내려가 다시 시간이 지나면 지금 느낀 나의 사소함과 부족함을 잊고 또 마음이 바빠지겠지만, 잠시라도 작은 나를 큰 내가 되어 바라볼 수 있음에 뿌듯했다.

글ㆍ그림=배종훈 bjh4372@daum.net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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