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법념스님

요즘은 어디서든지 거리를 두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를 떼어놓는 ‘사회적 거리’라는 규칙을 만들게 해서다. 그로 인해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의 씨앗을 곳곳에 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로 인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으로부터도 거리가 멀어질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거리’는 또한 이익이나 이윤을 재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가뜩이나 정이 메마른 사회에 삶의 여유가 없어져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해 주변이 점점 암담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이웃뿐만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과의 내왕도 뜸해져 사회적 거리가 점점 벌어지니 ‘사이’라는 우리말이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이’는 넓힐 수도 있고 좁힐 수도 있는 여유나 겨를이 있어 희망적이지만 거리는 한 번 벌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성싶다. 그런 여파로 삶이 점점 빡빡해져 친한 이들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하지만 걱정을 한시름 놓아도 될 일이 생겼다.

조계종단에서 큰 단안을 내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해 스님 및 종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여타 다른 종교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을 실천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어려운 시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흐뭇하다. 가뭄에 한줄기 단비를 내려준 선행이 아닐까 싶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중생과 이익을 같이 하면서 고락을 같이 하고 화복을 같이 하자는 동사섭(同事攝)이란 보살행이 있다. 그 가르침을 이번 기회에 종단에서 솔선수범해서 실천한 것이다.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시기이기에 더욱더 빛나지 않았나 싶다. 

시간적 여유나 겨를을 가질 수 있는 사이가 될 때까지 우리는 서로 노력해야겠다. ‘사회적 거리’가 하루 빨리 없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이럴 때 일수록 부처님의 동사섭이란 가르침을 잊지 말고 서로 고락을 나눌 수 있는 보살행 실천을 다 같이 하도록 서로 독려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라는 공간 속에 서로가 멀어지지 않고 예전대로 다시 사이가 좋아지는 날이 오기를 다 같이 기도드려보자. 하늘이 흐렸다가 다시 맑은 하늘이 되는 것처럼.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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