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눈인 꽃과 
물의 손인 잎사귀와
물의 영혼인 그림자와
나무여
너는 불의 꿈인 꽃과
이 지구의 춤인 바람과
오늘은 어디에서 만나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오느냐

- 오규원 시 ‘나무에게’ 전문
 


새잎과 연두의 빛을 자랑하던 나무는 이제 초여름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한다. 꽃과 잎사귀와 그림자와 바람은 나무의 생명살림. 이것들은 나무 스스로 지닌 것이고도 하고 나무가 활발하게 만나는 바깥이기도 하다. 나무의 안쪽과 바깥은 서로의 조건이 되어서 서로 돕는다. 

나무는 물과 불의 기운으로 성장하고 변화한다. 나무는 굳고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물을 빨아들여서 응집시키고, 불의 성품과 바람의 성품으로 생명활동을 이어간다. 불교에서는 흔히 사대(四大)를 말하는데, 이 시에서는 이 사대를 나무의 생명활동을 설명하는 조건으로 보아서 그것을 은유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오규원 시인은 사물 하나하나가 전부 도(道)이고 사물 하나하나가 전부 진리라고 보았다.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현상을 시로 옮기려고 했다.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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