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지혜와 자비로 상생하는 삶”

인구스님
인구스님

사월초파일!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신 날. 오색의 연등이 바람 따라 희망의 불국정토를 노래하듯,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도 평화로운 마음과 향기로운 마음이 가득하시기를 두 손 모아 축원드립니다.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처음 걸으신 일곱 걸음으로 이 땅에는 새로운 광명이 비치게 되었습니다. 이미 모든 만물은 부처의 성품을 갖추었으니, 깨어있는 눈으로 바로 보아 무명의 어둠을 떨쳐내고 바른 마음과 바른 노력으로 고해의 실상을 밝혀 어떻게 이 바다를 건너야 할지를 직접 보이신 날입니다.

생사를 넘어 열반에 이르신 부처님께서는 수백겁의 인연으로 얻은 불생불멸의 열반언덕을 등지고, 대희대사 대자비행으로 고해의 뜨거운 불꽃 속으로 돌아오셨으며,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중생들과 고통을 함께 하시기 위해 사바세계에 출현 하셨습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사월 초파일인 오늘만 오시는 게 아니며, 매순간 탄생하고 계십니다. 중생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우리들의 부처님이 되며, 개인의 마음에는 탐심의 불꽃이 보시의 강물로 흐르는 모든 순간에, 화내는 마음의 불길이 자애로운 비로 변화하는 그 순간에, 어리석음과 무지의 칼날이 지혜의 꽃잎으로 변하여 허공에 흩날리는 그 모든 순간에 여러 부처님들께서는 탄생하고 계시는 부처님오신날이 됩니다.

존경하는 이천만 불자 그리고 국민 여러분! 다사다난한 지구촌 소식들과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두움과 두려움으로 물들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두려움으로 물든 우리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은 생멸하는 중생계의 실상이니, 오직 인간들의 지혜로운 용기와 타인과 자연에 대한 자비의 배려심만이 두려움과 어두움의 폭풍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로부터 선조들께서는 자비로운 존중심으로 인간계는 물론 물질의 자연계와 유정의 생명계까지도 자존과 품위를 지키며 참나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은 탐진치 삼독에서 출발한 무명의 폭풍들이 되돌아와 인류는 물론 지구촌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시점에 와있습니다. 

신라시대 의상스님은 ‘한 티끌의 먼지 속에도 천지의 요소가 함께 있고, 짧은 한 생각이라도 삼라만상의 기억으로 이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한 사람의 한사람의 마음은 현재의 우리 모두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지금 우리의 한 생각은 미래 후손들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남북이 따로 없고 동서가 따로 없으며 나와 남이 따로 있지 않기에 모든 나라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그러하기에 찰나에 깨어서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항상 살펴보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불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사바세계의 번뇌가 다하는 날은 기약할 수 없으며, 고통의 바다 아닌 곳 또한 어디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오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혜로운 마음과 자비로운 행동으로 고통 받는 중생들과 깨어있는 마음으로 상생하는 길로 함께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울러 지구촌곳곳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상의 환란이 속히 종식되기를 두손 모아 간절히 부처님께 기도드립니다. 우리 모두 성불합시다.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