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부처님오신날에 생일 맞는 불제자들
- 인천 연화사 주지 일지스님과 김병철 불자


일지스님 “출가 후 40여년 연화사
불자들과 전법활동 해서 큰 보람”
불자들 건강과 행복위해 늘 기도

김병철 “어려울 때마다 기도해 준
가족들 덕분에 하는 일 잘 풀려”
모친 病魔 이기며 건강회복 기뻐

불기 2664년 부처님오신날은 어느 해보다 남다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를 엄습해, 역병공포에 휩싸였고 그로인해 대한민국에서도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봉축하는 행사를 한 달 연기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윤 4월이 있어, 온 국민의 건강도 감안하고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생일로 맞는 스님과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어떻게 맞이하고 생일을 어떻게 보낼까. 어런 스님과 불자들 찾은 끝에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주지 일지스님과 사찰신도인 김병철(51) 불자가 부처님오신날이 생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때마침 지난 4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관련 행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가 보았다.

지난 4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화사 법당에서 생일을 맞은 3명의 불자(주지 일지스님, 김병철 불자, 공순련 불자)와 사찰 관계자들이 축하 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4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화사 법당에서 생일을 맞은 3명의 불자(주지 일지스님, 김병철 불자, 공순련 불자)와 사찰 관계자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오전 11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한창이었어야 할 사찰이 때 아닌 때처럼 조금은 한산하다. 인산인해(人山人海)로 북적여야 할 법당에는 드문드문 거리를 둔 불자들 100여 명이 마스크를 하고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랜만에 절에 온 연화사합창단 단원 30여명도 법단 옆에서 음성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이 날은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로 음력 4월8일이다.

예년 같았으면 봉축법요식이 한창 열렸을 시간이었으나 이날은 주지 스님과 부전스님들이 목탁과 요령을 잡고 한 영가의 49재를 지내고 있었다. 왜 그러한지는 동참한 신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황.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한 달 뒤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부처님오신날이라 봉축연등을 밝히려 사찰을 방문한 신도들이 법당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날 사찰의 공식행사는 공순련 불자의 모친인 고(故) 김성봉(金成鳳) 영가의 49재 마지막 7재일이었다. 주지 일지스님은 간간히 49재를 올리며 법당을 찾은 신도님들을 위해 간단한 부처님오신날 관련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 앞 법단에 올려진 대형 케이크가 남달랐다. 여기에 대해 주지 스님이 간단한 안내방송을 했다.

“지금까지 6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저는 이번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일을 당해보지 못했어요. 역병(疫病)으로 인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제대로 봉행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저를 비롯해 여러분들 모두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어찌됐든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났어도 부처님오신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특별히 오늘 부처님과 같이 생일을 맞은 분들이 몇 몇 있는데 저와 김병철 불자입니다. 때마침 영가님의 따님이신 공순련 불자님도 오늘이 생일이네요. 두 분은 잠시 앞으로 나와 주세요.”

감정평가사인 김병철 불자와 가정주부인 공순련 불자가 앞으로 나왔다. 공순련 불자는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날 생일을 맞아 기쁨보다 슬픔이 앞을 가렸다. 어렵게 스님과 불자 2명이 생일을 맞아 생일을 맞이한 부처님 앞에 서서 생일 케이크를 잘랐다.

사찰 스님과 여법성 신도회장도 함께 축하를 해 주었다. 이날은 부처님과 더불어 연화사주지 스님과 연화사 신도인 김병철 불자와 모친의 49재를 올리는 공순련 불자도 생일을 맞이한 희유(稀有)하고 희유(희유)한 날이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생신날을 맞이한 3명의 불제자가 부처님 앞에 나란히 선 것이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연화사합창단의 축하 음성공양이 이어졌고, 49재가 이어졌다. 부처님오신날 생일을 맞은 불자들과 스님은 그동안 어떤 생일행사를 했을까가 궁금했다. 슬픔에 젖어있는 공순련 불자는 당일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하고 생일케이크만 절단했다. 며칠 후 전화를 통해 들을 수 있었는데 “어머니의 명복을 위해 절에서 49재를 모셨는데 공교롭게 제 생일이어서 기쁨보다 슬픔이 앞섰다”며 “평소에도 사찰에 자주 못 다니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고 발원했다.

온 가족과 연화사를 찾은 김병철 불자는 점심공양 후 차실에 모여 생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아버지 김태경(77) 불자와 어머니 이영분(77) 불자가 나란히 참석해 부처님오신날 아들의 생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이 초파일(부처님오신날)이 생일이라 어릴 때 소아과에 진찰을 가면 불자가 아닌 의사선생님도 ‘아드님 때문에 천상 절에 다니셔야겠어요’했어요. 그런 인연인지 일찍이 인천의 모 사찰에 다니기도 했고 연화사가 부평에 마하연포교원을 개원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어머니 이영분 불자)

“저희 아들은 생일이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날이어서인지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일을 즐겁게 하기도 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어렵게 공부해 새로운 길을 가면서도 정도(正道)를 잘 지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활동하고 있어 아비로서 자긍심을 가집니다.”(아버지 김태경 불자)

“남동생 생일이 부처님오신날이어서 모태부터 불자가 되었어요. 어릴 때 크리스마스날 친구들이 교회가면 맛있는 거 준다고 가자고 할 때도 동생이 부처님오신날이 생일이라 따라가면 벌 받을 것 같더라구요.” (누나 김영선 불자)

어머니의 지극한 기도 덕분에 오늘의 자신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김병철 불자는 도전의 삶의 살아왔다. 서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대기업에서 순탄하게 지내다가 30대 중반에 모험을 한다.

“늦은 나이에 감정평가사 준비를 하면서 신림동 고시원 신세를 6년여 동안 졌어요.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텐데 믿고 기도해 주고 응원해 준 부모님과 아내(김미미 불자) 덕분에 전국 수석이라는 영예도 안았어요.”

지금은 서울에 금천구에 위치한 (주)감정평가법인 정도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철 불자는 “모든 일을 정도(正道)로 해결해 가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해 나가겠다”며 “근자에 어머니가 쓰러졌지만 무사히 병마(病魔)를 이겨내고 있어 열심히 기도해 주시는 주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부처님오신날이 생일인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주지 일지스님 역시 불연(佛緣)과 지중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출가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중한 인연이지만 출가 전부터 업연(業緣)이 있었다고 했다.

“평소에 옷 입을 때 회색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모친께서는 늘 지나가는 소리고 ‘중 되려고 그런 옷 입는 거 좋아하느냐’고 하셨는데 지나가는 소리가 현실이 되어 40여 년이 넘었네요.”

출가 후 스님은 매년 맞이하는 생일을 제대로(?) 챙겨 먹지는 못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님 또한 출가자의 생일에 대해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신도님들에게도 절대 생일상을 들이지 말라고 했어요. 설령 생일상이 올라와도 받지 않았어요. 어렵사리 생일 케이크라도 사 오기라도 하면 생일 전날 간단히 기념하긴 했어요. 그런데 환갑이 지나고부터는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어요.(웃음)”

‘부처님과 생일이 같아 지금까지 어느 누구보다 성대한 생일을 보냈다’는 일지스님은 “출가후 부처님 제자로 인천에서 지금까지 포교활동을 펼쳐 연화사에서 많은 불자님이 신행생활을 하고 계시니 저에게는 부처님 품안에 살아 온 날마다가 생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지스님은 이날 인천불교회관 연화사를 찾은 김병철 불자 가족에게도 생일덕담을 전했다. “부처님 품안에서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있는 김병철 불자님 가족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며 특히 어머니의 지극한 기도의 가피력으로 가내평안과 병고를 이겨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부처님오신날이 생일인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기원하며 김 거사님 가정의 앞날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부처님 전에 발원드린다”고 말했다.

좋은날 좋은 사람들을 만난 날이어서일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들리는 뉴스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감염자 0명’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인 음력 4월 8일이 생일인 인천불교회관 연화사주지 일지스님과 김병철 불자가 연화사 부처님 앞에 섰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인 음력 4월8일이 생일인 인천불교회관 연화사 주지 일지스님과 김병철 불자가 연화사 부처님 앞에 섰다.
연화사 일지스님과 김병철 불자 가족들이 차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화사 일지스님과 김병철 불자 가족들이 차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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