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터뷰 / 불자 경정선수 권일혁-안지민 부부


경정 6기 동기생으로 인연
같은 불자로 서로 호감
2011년 백년가약 맺어

찰나의 순간 승패 결정되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불교, 집중‧긴장완화 도움

> 4월22일 서울 봉은사에서 만난 불자 부부 권일혁-안지민 선수. 두 선수는 “선수 생활을 서로 잘 이해해주는 점이 부부 선수로 활동하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도반이자 라이벌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 고충을 나누고 이해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경정은 6명의 선수가 모터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600m 거리를 3바퀴 돌아 순위경쟁을 펼치는 수상 스포츠다. 평균 시속 80㎞대로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수상 스포츠의 꽃’이자 ‘물 위의 격투기’로 불리기도 한다.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곳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불자들이 있다. 바로 불자 경정선수 권일혁(40세, 법명 정행) 안지민(36세, 법명 진여성)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4월22일 서울 봉은사에서 권일혁 안지민 부부를 만났다.

경정의 시초는 1904년 영국에서 열린 국제레이스다. 1885년 독일에서 모터보트가 최초로 제작된 이후 1904년 첫 대회가 열렸고, 1905년 미국에서 세계선수권대회인 제1회 골드컵이 개최됐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1952년 4월 경정이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2년 6월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미사리 경정장에서 처음으로 경정이 시작됐다.

경정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2차례, 하루 16차례 경주로 치러진다. 하지만 경정 역시 코로나19를 비껴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경정은 2월23일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평소 같으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과 경주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권일혁, 안지민 부부는 개인 훈련으로 일상 보내며 경기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경주에 나가지 못해 아쉽지만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나가는 시간으로 삼으며 체력단련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주가 중단되면서 아쉬움이 크죠.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종식이 우선입니다. 경주 중단으로 여유가 생긴 만큼 체중 관리과 개인 훈련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권일혁 선수)”

“올해 컨디션이 좋았는데 아쉬워요. 경주 중단으로 실전 경기 감각을 잃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요. 성적이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좋아져 빨리 경주에 나가고 싶어요.(안지민 선수)”

권일혁 안지민 부부가 경정의 세계에 뛰어든 것은 2007년이다. 경정 6기 선수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그렇듯이 두 선수 모두 불교 집안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고된 훈련원 생활을 견디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됐다. 종교가 같은 불교라는 점 역시 크게 한 몫 했다. 그렇게 좋은 인연을 이어 가던 두 선수는 2011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을 계기로 심리적 안정을 찾아 경기력 역시 상승했다.

안지민 선수는 꾸준히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경정을 대표하는 여자 간판선수다.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경기력으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08 신인왕 및 여왕전 1위를 비롯해 매년 두자리 승수를 쌓으며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권일혁 선수 역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으며, 매 시즌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1000분의 1초 차이로 1위와 2위가 갈리고 성적에 따라 승급과 강급이 존재하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싸우는 선수들인 만큼 특히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한 상황. 스포츠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 기술력 향상 못지않게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권일혁 안지민 부부에게 불교는 매 순간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힘이 되고 있다.

평소 시합이 없는 날이면 시간을 내 사찰을 자주 찾는 권일혁 안지민 부부. 권일혁 선수는 “쉬는 날에도 체력 관리를 위해 등산을 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면 꼭 사찰에 들러 부처님 전에 참배하고 한다”며 “한 번씩 사찰에 다녀오고 나면 부처님께서 지켜주시는 기분도 들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 모두 “불교가 집중력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권일혁 선수는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승패가 결정되곤 한다. 때문에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할 때면 항상 긴장되고 떨린다. 긴장될 때면 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한다”며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마음이 심란한 때면 평소 집에서도 108배를 하거나 향을 피워 놓고 잠시 명상을 한다. 그러고 나면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안지민 선수 역시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지만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의 경우 체력과 기술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경정 역시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측면”이라며 “누가 더 멘탈 관리를 잘 하고 집중하며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르는 요인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지민 선수가 모터보트를 타고 경주하는 모습.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

경주가 잘 풀리지 않고 슬럼프가 찾아 올 때도 불심으로 극복하고 있다. 안지민 선수는 “가끔 슬럼프에 빠질 때면 항상 스스로를 돌아본다. 너무 승패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지 하며 반성하게 된다”며 “그럴 때마다 하심(下心)을 생각한다. 겸손한 마음을 갖고 마음을 비우면 자연스럽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권일혁 선수 역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은 것’이라는 뜻처럼 힘든 순간 이 경구를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르고 경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자인 동시에 훌륭한 도반인 권일혁 안지민 부부. 경정선수라는 같은 길은 걷고 있는 만큼 장점도 많다.

두 선수는 “무엇보다 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선수 생활을 서로 잘 이해해주는 점이 부부 선수로 활동하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도반이자 라이벌로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 고충을 나누고 이해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에 대한 각오와 개인적인 바람도 덧붙였다.

“우선 가장으로서 가족들 모두가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경정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서로를 이해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 헌혈도 하고 법회도 연기하며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불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권일혁 선수)”

“법륜스님이 쓴 <인생수업>에서 ‘오늘 못 살면서 내일 좋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수 안지민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항상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안지민 선수)”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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