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개운사 훼불사건 사과…‘종교평화’ 실천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김천 개운사 훼불 사건을 사과하고 법당 복구 비용 모금 운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복직 판결을 받은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그를 만나 진정한 종교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천 개운사 훼불 사건을 사과하고 법당 복구 비용 모금 운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복직 판결을 받은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그를 만나 진정한 종교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61,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한 60대 남성이 침입했다. ‘개신교 신자인 이 남성은 불상을 바닥에 내던지고 목탁 등 법구를 부수는 등 차마 하지 말아야 훼불 행위를 저질렀다. 훼불 사건 이후, 자신의 SNS에 불자들에게 용서를 대신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친 한 남자가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바로 학생들에게 신학을 가르치는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였다. 목사인 그가 같은 개신교인이 저지른 만행을 대신 사과하는 등 종교평화를 위해 앞장서자 모두가 박수를 쳐줬다. 하지만 정작 그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선 징계위원회를 열고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은 언행등을 근거로 손 교수를 파면했다. 그는 곧바로 파면 무효 소송을 냈다. 20181심도, 20192심도 법원은 손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 이사회에서도 복직을 인정했다. 우리 사회 진정한 종교평화를 실천한 그와 5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년간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법원에서 승소 판정을 받았는데 소감은?
우선 개운사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에 동참해준 많은 분들, 또 파면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승소하기까지 각계에서 응원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들 덕분에 승소할 수 있었다. 특히 불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그간 힘들었지만, 이 시간 동안 느낄 수 있었던 건 우리 사회가 종교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처럼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종교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길 바란다.”

개운사 훼불 사건이 일어난 뒤, 법당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웃 종교인으로써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종교인으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종교를 떠나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당시 개신교를 대표하는 공적 기관들은 개운사 신도와 불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성명이든 아니면 보상이든 어떤 행동을 보여줬어야 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했다. 침묵하는 한국교회를 보면서 한 개신교인으로서 너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당시 개신교를 대표하는 기관들이 유감표명이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내가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개신교 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는데
한마디로 답답했다. 어떻게 예수를 따른다는 이들이 예수의 복음을 저렇게 이해하지 못할까 답답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가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어려웠던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솔직히 소송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으로 많이 외로웠다. 하지만, 특정 종교를 떠나 저의 진심을 알고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박경양 목사(전 동덕여대 이사장)를 중심으로 40여 명의 종교계·학계·시민단체 대표들이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큰 힘을 보탰다. 불교계 NGO단체들이 모인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서를 발표하며 도움을 줬다. 특히 항소심 재판이 진행하고 있을 때가 특별히 기억난다. 당시 한기총에서 나를 이단으로 몰아 법원에 이단증명서를 제출했는데, 그 때 나를 지지하는 교수 및 연구자 2501명이 탄원서를 제출해줬다. 외로움이 한순간 싹 사라지면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처님오신날은 곧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둠은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다. 오직 빛이 있을 때에만 어둠이 사라진다. 결국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어둠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환한 빛을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간 마음 속 숨겨져 있는 ’ ‘’ ‘삼독(三毒)을 한순간에 없애주는 마음의 등불로 오셨다. 모쪼록 모든 인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종교평화가 요원하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부처님오신날 의미에 맞춰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마음의 등불을 하나씩 준비해야만 한다. 즉 우리 마음 속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탐··치 없앨 때 종교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탐진치는 곧 폭력이다. 그것은 개운사 훼불사건으로 나타났으며, 옛 중세 때 일어난 십자군 전쟁에서도 표출됐다. 물론 우리는 100% ··치를 없앨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 따라서 종교평화는 우리들 마음속 탐··치를 줄여나가고, 폭력을 줄여나가는 () 폭력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종교는 어느 때나 한 사회의 등불과 같은 희망의 존재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그 역할을 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 깊이 반성한다. 이제 사회적 신뢰를 다시 얻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종교간 함께 연대하며 노력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은 ?
나는 종교교육을 전공한 학자로 한국 종교교육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최근 신천지 파동에서 보듯이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어떤 종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 안타깝다. 몇몇 종립학교를 제외하곤 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란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2의 개운사훼불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종교교육학자로서 하루 빨리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이 시행될 수 있도록 알리는 일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

손 교수는 지난해 10월에는 훼불사건으로 파손된 개운사 불상을 새로 봉안하는 점안법회에 직접 참석하며 끝까지 종교평화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에서도 학교 이사회에서도 손 교수의 복직을 인정하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 듯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외로운 시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총장이 중심이 돼 학교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의 복직을 막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산하 손원영 교수의 문제 대책위원회는 그의 이단성 문제를 적극 다루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아직도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답답할 법도 하지만 손 교수는 오히려 예수가 지금 있다면, 개운사에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하며 피해에 대해 보상했을 것이라며 지금 학교와 교단의 행동은 전혀 예수의 가르침과 맞지 않다고 학교와 교단을 걱정했다.

어느 때 보다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지금, 하루 빨리 교단에 복귀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신학을 가르치고 싶다는 손 교수의 작은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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