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운영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MBC ‘피디수첩’과 후속 보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가장 큰 희생자이지만 가족과 사회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듬고 보살펴 온 불교계의 지난 30년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다. 

나눔의 집이 정부 및 기부자들의 후원을 받는 만큼 운영 전반이 투명하고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회계 운영상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하고 책임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도처럼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을 잘 못 모시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인정할 수 없다.

본지 취재기자가 나눔의 집을 찾아가 만난 조리사와 자원봉사자들 이야기는 언론 보도와 많이 다르다. 할머니들은 음식을 충분하게 제공받고 있으며 건강관리나 생활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나눔의 집이 위안부 할머니를 모시고 기리는데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나눔의 집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시고 상처를 치유하고 자취를 남기는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잊은 적이 없다.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에게서 나아가 식민지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받은 성 피해, 착취, 노동억압, 미혼모 등으로 외연을 넓힐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나눔의 집이 한국여성 인권 역사관이며 피해여성들의 쉼터로 남기를 염원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에 따른 구상이다. 

언론 보도 중에는 침소봉대한 것도 있고, 종단과의 관계를 애써 부정하거나, 복지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도한 내용도 적지 않다. 거짓 침소봉대 왜곡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2년 전 떠난 총무원장 스님을 기습 취재하여 자극적 화면을 내보낸 제작진의 저의도 의심스럽다. 굳이 불교계 가장 큰 축제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방영한 시점도 묘하다. 

직원을 대표한다는 김모씨가 기독교방송에 나와 이사들 잘못으로 몰아간 발언도 심상치 않다. 나눔의 집은 스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돈을 대고 재가불자가 집을 희사해서 시작한 불교자비의 결정체다. 정부나 다른 단체 지원 없이 스님과 불자들이 원력을 내 할머니들을 모셨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실태를 증언하고 공론화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불교인권위원회 상임대표 월주스님이 마음을 내고 당시 종정 월하스님이 1억5000만원을 보시하는 등 스님과 불자들 원력으로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할머니들과 이웃으로 살기를 거부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스님과 불자들은 할머니들을 더 따뜻하게 감쌌다. 불안하게 떠돌던 할머니들을 위해 집을 내놓은 이는 재가신도였다. 

스님과 불자들은 지난 30년간 나눔의 집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며, 역사교육관이자, 역사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와 정체성에 흠집을 내고 무시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물론 이유여하를 떠나 충격받고 상처받은 후원자와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며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한다.

[불교신문3585호/2020년5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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