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터뷰 / 불자방송인 김병조


1980년대 방송 풍미한
인기 코미디언 김병조

불교방송 개국과 함께
24년 진행 ‘불자방송인’

조선대 특임교수 재임
‘명심보감’ 명강사 활약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월12일 서울 자택 인근에서 만난 불자방송인 김병조 씨는 “어려울 때 웃는 것이 진짜 웃음”이라며 “힘든 시기지만 여유와 유머를 갖고 이웃을 생각하며 너그럽게 살아가자”고 불자들에게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김형주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월12일 서울 자택 인근에서 만난 불자방송인 김병조 씨는 “어려울 때 웃는 것이 진짜 웃음”이라며 “힘든 시기지만 여유와 유머를 갖고 이웃을 생각하며 너그럽게 살아가자”고 불자들에게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1980년 MBC 인기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대행진’ MC를 맡으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코미디언 김병조. 당시 독특한 헤어스타일 덕분에 ‘배추머리’로 유명했던 그는 극중 천태만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일침을 놓는 “지구를 떠나거라”, “먼저, 인간이 되거라” 등 수많은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현재 톱 연예인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에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렸다.

더불어 불교방송이 개국한 1990년부터 2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라디오 ‘김병조의 이야기쇼‘를 통해 포교에 매진한 신심 깊은 불자방송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조선대와 인연을 맺고 현재까지 20년 넘게 특임교수로 학부와 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로서 희극인으로서 교수로서 남다른 열정을 펼쳐온 김병조 씨의 삶의 소회를 들어봤다.

5월12일 서울 노원구 석계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병조 씨는 일흔을 넘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오래전 TV에서 보여줬던 그대로의 반듯한 자세와 어투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배추머리가 이제는 시래기가 됐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는 노련한 희극인으로서 위트가 엿보인다.

더불어 “어머니가 백양사에서 10년 불공으로 얻은 장손”이라는 그에게 있어 불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 인근 종가집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독실한 불자였던 할머니, 어머니 등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친숙했다. 특히 보리쌀 한 말을 머리에 이고 40리 길을 걸어서 백양사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애틋하다.

그는 “평생 매일 108배로 하루를 시작했던 어머니는 연로하셔서 몸이 불편한데도 앉아서 108배를 올릴 정도로 불심이 깊은 분”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불교방송에서 받는 1회 방송 출연료가 10만 원도 채 되지 않은 시절에도 서울과 광주를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라디오 진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 역시 어머니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생전에 눈이 어두웠던 어머니가 접하는 유일한 매체가 라디오였고, 불교방송은 그만두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출연료에 얽매이지 않으며 20년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방송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불심과 장손으로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그였지만, 희극인으로 타고난 끼만큼은 가족들도 어쩌지 못했다. 비평준화 시절에 지역 명문고인 광주고를 입학했지만, 결국 고교 졸업 후 대학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것도 예술대학 전체 수석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회는 항상 내 몫이었고, 일찍부터 코미디언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했다”면서 “가세가 기울어 육군사관학교 생도를 많이 배출하는 광주고에 진학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어 4년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중앙대 예술대에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TBC의 개그 프로그램 ‘살짜기 웃어예'를 통해 꿈에 그리던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1980년 MBC ‘일요일 밤의 대행진’ MC를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콩트와 슬랩스틱 위주였던 당시 코미디가 아닌 뉴스 보도 형식의 시사개그로 일요일 오후 황금시간대 시청률 60~70%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러던 중 신군부 군사정권이 한창이던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사회를 보며 한 그의 멘트가 일간지 가십란에 본의와 다르게 소개되며 방송하차 등 인기 코미디언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인기라는 것이 ‘명암’이 있고 영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절감했다는 그는 “아직도 당시 사건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도 많아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코미디언으로 방송인으로 원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았던 만큼 이제 더 이상 후회도 여한도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코미디언 김병조’를 ‘교수 김병조’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95년 고향 인근에 KBC 광주방송이 개국하면서 열창무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조선대학과 인연을 맺어 학부와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 <명심보감>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서당훈장이었던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우며 소질을 보였던 그의 재능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 순간이다. 올해로 23년째 매주 수요일 강단에 서고 있는 김병조 특임교수의 높은 한학지식 덕분에 지역 학계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인기 높은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중국 고전에 나온 선현들의 금언(金言)과 명구를 담은 책인 <명심보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아직도 강의준비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그는 “성현의 말씀을 대중에게 쉽게 알리는 것 자체가 법보시로 이를 실천하는 불자로서 큰 복덕”이라며 “더욱이 <법구경>과 <금강경> 등 불교경전의 좋은 구절을 서문에 다수 포함하고 있는 <명심보감>인 만큼 ‘명심(明心)’은 ‘밝은 마음’이 아니라 불교의 ‘청정한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명심보감>이 불교계 안팎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이는 그 동안 유통과정에서 원문이 훼손된 부분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있는 만큼 앞으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명심보감>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전범을 만들고 싶다”고 한학자로서 향후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맞는 불자들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거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사회를 볼 때부터 실감했지만, 연등회가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아 불자로서 큰 환희심을 느낀다”면서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또 유례없는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불교계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는 우리의 웃음소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하하(下下下, 나를 낮추고 낮추며)’, ‘허허허(虛虛虛, 나를 비우고 비우며)’, ‘호호호(好好好,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하며)’, ‘후후후(後後後, 타인 뒤에서 양보하며)’, ‘희희희(喜喜喜, 기뻐하고 행복하며)’, ‘해해해(解解解, 이렇게 살면 해탈할 것이다).’ 어려울 때 웃는 것이 진짜 웃음입니다. 힘든 시기지만 여유와 유머를 갖고 이웃을 생각하며 너그럽게 살아갑시다.”
 

 김병조

 

불자방송인 김병조는...
1950년 전남 장성 출생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75년 TBC ‘살짜기 웃어예’로 데뷔했다. 1980년 MBC ‘일요일 밤의 대행진’ MC를 맡으며, MBC 방송연기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하는 코미디언으로 한 획을 그었다. 또한 1990년 불교방송 개국과 함께 24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며 방송포교에 매진한 신심 깊은 불자인 그는 그 동안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행원문화상 대중예술상, 2009년 제21회 포교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소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대 사회교육원 초빙교수를 시작으로 교육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특임교수와 평생교육원 명예원장을 맡으며 올해로 23년째 <명심보감> 명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2014년에는 <명심보감> 해설서 <김병조의 마음공부> 上·下권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 아들인 뮤지컬 배우 김형주 씨와 함께 유튜브 채널 ‘시래기톡’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아내와 아들, 딸, 며느리 등 온 가족이 출연해 가정사 등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세대 간 간극을 줄이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격려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만큼 불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기대했다.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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