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특별인터뷰 / 봉화 축서사 무여대종사


부처님은 중생들의 고통구제
불생불멸 佛性 깨쳐 참된 삶
진리의 삶 살게 하려 오신 것

참선수행은 생활 속 스트레스
번뇌 없애 마음 편안하게 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 느껴

“금생에 할 일은 오직 이 공부
한국불교 사활도 여기에 달려”

많은 사람들이 무여스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스님이 말씀하는 ‘마음공부’의 결과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신재호 기자
많은 사람들이 무여스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스님이 말씀하는 ‘마음공부’의 결과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축서사는 경북 봉화군에 있는 전통사찰이다. 30여 년 전 무여스님이 주지로 부임할 당시에는 초라하고 작은 암자에 불과했지만 중창불사를 거듭하며 크고 작은 전각이 16~17동에 이르는 대가람이 됐다.

축서사로 들어올 때는 짧은 기간 머물다가 나갈 생각이었는데 사찰 복원과 정비에 대한 원력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사이 스님의 법계도 종단 최고인 대종사에 이르렀다. 평소 계율(戒律)을 강조하며 선(禪) 위주로 사찰을 운영해 와서 그런지 도량에 들어서면 ‘아! 이런 곳이 바로 수행처구나’,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 말씀대로 “계(戒)는 불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받아 지니고 지켜야 할 행위의 기준이고 생활의 규범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계행이 없는 것이 한국불교의 실상이다.” 그런 이유로 스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불교는 계율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모든 일상이 정지된 듯한 계절을 보내면서 스님을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 혹 우리들이 생활에서 간과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공부하려는 이들이라면 승속을 불문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스님을 5월13일 축서사 응향각에서 만났다.

“그동안 많은 분이 감염되어 고통을 받으셨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도 종식되지 않아 환자가 계속 나오니 안타깝습니다. 그간 안간힘을 다하여 애쓰신 관계 당국과 의료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의를 표합니다.”

스님은 인터뷰에 앞서 아직도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들에겐 위로를, 감염증 예방과 치유를 위해 고생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질문 하나하나 자상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 코로나19의 원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그간 우리 인간들의 무리한 환경파괴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박쥐가 서식지를 잃고 사람들에게 밀접하게 이동하면서 전염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주변은 점점 파괴되어 가고, 환경은 온갖 공해물질로 오염이 되어가고 있으며, 토지는 심하게 황폐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로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저지른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다행히 범국가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등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한국사회가 선진국 사회로 성큼 다가와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우리 종단이 어느 종교나 사회단체보다도 앞선 선제적 대응으로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앞으로도 국가적 사건이나 세계적 큰 문제가 있을 때는 대승적으로 지혜롭게 잘 대처하여, 모범이 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종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윤4월 초파일에 봉행하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예년보다 한 달 늦게 봉행하게 됐지만) 부처님께서 어둡고 척박한 이 사바세계에 오신 뜻을 각별하게 새기고 기념하여, 온 인류와 더불어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야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려고 오셨습니다.

태양보다도 더 밝은 지혜의 등불을 밝혀 온 누리 중생들에게 어리석은 삶을 버리고 가장 이상적인 원만한 삶을 살게 하려고 지혜의 등불을 환히 켜들고 오셨습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려고 오셨으며, 우리 중생들이 영원히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는 불생불멸의 불성(佛性)을 깨달아 참된 삶, 진리의 삶을 살게 하려고 오셨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어느 해보다도 간절하고 지극하게 맞이해야겠습니다.”
 

대웅전에서 본 축서사 전경.
대웅전에서 본 축서사 모습.

-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심리적 치유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불교, 우리 사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불교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불자라면 하루에 한두 시간 마음공부를 꼭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인연에 따라 참선이나 명상을 하든지, 염불을 하든지 한 가지는 해보십시오.

참선을 예로 든다면, 참선은 자기를 찾는 최상승법이라 합니다. ‘나란 누구인가?’, ‘이 뭣꼬?’, 나를 움직이고 나의 주인공을 찾는 작업이 선(禪)입니다. 화두 참구법은 간절하게 성심성의껏 끊임없이 의심을 지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는 것 같은 화두라도 애쓰다보면, 가나오나 앉으나서나 한결같이 들리는 상태가 됩니다. 이 정도만 되도 마음이 고요하고 몸도 가볍고 기분이 좋습니다. 화두가 더 잘 돼서 새벽에 눈뜨자마자 화두가 이미 성성하고 적적하게 들려있는 경계, 밤에 자면서 꿈속에서도 한결같이 들리는 상태는 꼭 체험해 보십시오.

이런 선정의 경계를 체험하면 마음은 더 고요하고 몸은 새털처럼 가볍고 걸어다는 데도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러면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기쁘다고 할 수도 있고 즐겁다고 할 수도 있는 오묘한 행복을 느낍니다. 이렇게 마음이 고요한 상태가 되면,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잡스런 생각은 거의 없어지고, 화도 사라지고 남을 해치겠다, 도둑질하겠다, 싸우겠다는 마음도 다 없어지고 마음은 편안하기만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말하면, 코로나19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고, 방송도 보고 실상을 알면, 괴로운 생각이 들고 주변이 어렵고 힘들기도 하며, 스트레스도 받으며 공포심도 느낄 것입니다. 외출도 못하고 답답하고 짜증스럽기도 하여 어떤 때는 자기를 억제하기가 어려운 때도 있을 것입니다. 참선(마음수행)은 이런 번뇌와 망상을 다 없애고 마음을 고요하게 해줍니다. 일체의 괴로운 생각이나 어려운 마음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마음은 고요하고 편안해집니다.

이 정도 마음수행이 되면 주변에서 코로나19에 대해서 떠들어도 무심하며, 어떤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아무 감각도 없는 사람처럼 마음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온 나라가 안절부절 하며, 세계가 비상사태로 긴장하며 떨고 있는데도, 거의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고 거리낌 없이 생활하며 묘한 즐거움까지 느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온 몸에서 오묘한 즐거움까지 느끼며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 경계가 되면 안 좋던 건강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허약하던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능이 원만해지고 신진대사가 촉진됩니다. 그래서 옛 어른은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참선을 잘 하라, 고목에서도 꽃이 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참선을 잘 하면, 지혜가 계발되고, 집중력 향상으로 공부나 일의 성취가 빠르며, 서서히 큰 사람으로 인격을 갖추는 등 참선하는 공덕과 보람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사실 이 공부 외엔 더 바랄 것이 없어집니다. ‘아, 이 공부(참선)뿐이구나. 이 공부는 목숨을 걸더라도 안 할 수 없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흔히 이 공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공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하고 꼭 해야 되는 공부가 이 공부라고 합니다. 옛 어른들도 금생에 할 일은 오직 이 공부뿐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 앞으로 세상은 더 복잡하고 다단해지고, 우리가 사는 환경도 점점 어려워지고, 코로나19 사태 같은 예기치 않은 재난도 자주 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에게 좋은 말씀을 주고 가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닦음’, ‘마음공부’입니다. 요즘 우리 스님들 중에서 신도들이 줄고, 절을 찾는 분이 적어질까 걱정하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전국 사찰에서 절마다 선방을 열든지, 염불당을 만들든지, 명상센터를 개원하든지, 한 가지는 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절은 상당수가 산중에 있습니다. 조용하고, 공기 맑고, 오염이 안 된 위치라서 수행처로는 최적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불교가 잘 되느냐, 못 되느냐는 스님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봅니다. 참선이나 염불, 명상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다보면 축서사 법회의 근간을 왜 참선법회에 두고 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축서사는 일반법회 이외의 참선법회만 해도 다양하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철야참선법회’, 철야법회 뒤 일주일간 ‘쉬고 쉬고2 정진법회’, ‘동안거 하안거 21일간 정진법회’, ‘봄ㆍ가을 일주일간 용맹정진’등이다.
 

응향각 앞 무여스님.
축서사 응향각 앞 무여스님.

무여스님은…
무여(無如)스님은 194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8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1년 금정산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법호는 금곡(金谷).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관음사 칠불사 망월사 등 제방 선원에서 20년 동안 수선 안거했으며, 칠불사ㆍ망월사 선원장을 역임했다. 1987년부터는 경북 봉화 축서사에 주석하며 제방의 수좌들과 재가불자들의 수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계종 초대 기초선원 운영위원장,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소임을 맡은 이후 한국선의 가풍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더 정성을 쏟고 있다. 저서로 <쉬고, 쉬고 또 쉬고>가 있으며 2018년 5월 종단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품수했다.

봉화=김선두 기자 sdkim25@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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