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5월23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를 대폭 축소하여 개최키로 했었다. 이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 달 연기돼 열리는 연등회라 아쉬움을 접고 생활속 방역을 준수하면서 조심스럽게 준비하던 차였다.

행사 참여 인원을 지난해에 비해 대폭 축소했고 많은 사람이 등장하던 율동 연희는 생략한채 운동장에서 연등법회만 봉행하며 제등행렬 참가 인원도 대폭 줄였었다. 사람이 모이는 관람석 등도 일체 만들지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비해 사전에 사찰 단체 인원을 특정하여 준비되고 검증된 인원만 참여하도록 제한하였으며 행사장에 열감지기 체온계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이중 삼중 조치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일부에선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벌어진 ‘이태원발 집단감염 사태’로 인한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면서 다소 진정됐던 코로나 국면이 다시 되살아나는 형국이다. 급기야 연등회를 주관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원행스님은 예정된 연등회를 나흘 앞둔 5월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봉축 연등회를 전격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처님오신날봉축위원회 집행위원장 금곡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심사숙고 끝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님은 “최근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는 우리들 일상생활이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시사한다”며 “우리 모두 방역당국의 지침을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연등회 취소결정에 따른 사부대중의 이해를 구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몇 개월간 전염병으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폐업 실직 이별 격리 등 우울하고 슬픈 봄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믿고 현명하게 잘 대처한 결과 국제적 위상이 향상되는 전화위복을 맞았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는 희망과 연대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의 힘은 정부와 질병관리본부 전문가들을 믿고 함께 한 국민이다. 사재기가 전혀 없고 일탈자, 거짓뉴스도 적었던 이유는 현명한 국민들 덕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고 함께 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비록 연등회는 취소됐지만 부처님이 우리 곁에 오신 뜻을 함께 하면서 소통과 화합으로 희망을 일궈내야 할 때다. 

전쟁 천재지변 전염병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 민족은 불교를 의지하고 부처님의 법력을 믿고 함께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올해는 가정마다 사찰마다 연등을 밝히면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더불어 ‘소박한 연등회’를 열어도 좋을 것이다. 다함께 마음의 등을 밝히고 합장하고 희망을 밝히자.

[불교신문3584호/2020년5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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