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위한 삶으로 무게중심 바꿔야

삿된 의도 가진 이타는 가식
진정으로 남의 고통 공감하고
연민으로 이웃 돕는 게 수행

등현스님
등현스님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이다.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오장육보와 몸에 관련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러한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그러므로 이기심은 모든 동물과에 속하는 존재의 당연한 속성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수행이란 이기적인 마음에서 이타적인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왜 이기적이지 않아야 하는가? 첫째, 나라고 하는 것이 오온의 안팎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五蘊無我). 수행을 통해 깨달은 자는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아상을 다스린다는 것은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둘째, 대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소유를 남에게 나누어 주거나, 뺏기기 싫은 감정에 대한 집착이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하는 대상(法) 가운데 아무것도 집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없고, 가장 최고의 가치는 그 대상들이 무자성이고 잡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이고, 그래서 결국은 이기적인 삶을 살지 않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수행의 결과가 되는 것이다. 

아공과 법공을 깨달은 깨달음은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의 전향 속에서 결과가 드러나져야 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깨달음을 주장할 때는 이타적인 삶 속에서 깨달음이 보여야 한다. 이기적인 삶을 살면서 수행이라고 말하거나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체 모순이다. 이타적인 삶으로 나아가는데 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이타적인 삶을 따라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보살의 수행이고, 금강경에서는 그것을 아상과 법상에 대한 집착을 다스림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의 가르침의 요체이고, 대승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인 것이다.

그러나 경계하고 주의해야만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마음속에는 삿된 욕망과 삿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남에게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가식이며 수행이 아니다. 왜냐하면 의도가 삿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남을 도와준다, 연민심을 발한다고 하는 것은 첫째, 진정으로 남의 고통을 느껴야만 되고, 둘째, 마음속에서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남을 위한 삶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때 귀가 있고 마음이 있고 눈이 있는 자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의 신음소리와 모든 생명들의 고통의 신음소리, 모든 대자연의 꿈틀거리는 고통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들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고통스럽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거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고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의 생각에 가로막히고, 생각에 사로잡히고, 이 생각의 껍질에 갇혀 있어서, 그들의 감수성이 닫혀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껍질을 벗기고, 눈과 귀와 피부를 열어 버리면, 모든 생명들의 고통의 울부짖는 소리를,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처럼 듣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을 가진 자들에 대해서 연민심을 발해야 되고, 이러한 연민심이 바로 이웃에 대한 배려, 이웃을 위한 삶으로 전환되는데,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말해서 수행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수행은 첫째, 오온무아를 자각하여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벗어버림이고, 둘째, 안의 오온과 밖의 오온이 연기 속에서 한 몸임을 깨달아 온 생명들의 고통에 대해 연민과 자비심을 발해야 하며(同體大悲), 셋째, 대상(法)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서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금강경 9장에서 수다원에서 아라한까지의 수행과정을 통하여 표명하고 있는 것이고 금강경에서 말하는 대승 아라한이다.

[불교신문3584호/2020년5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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