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 개관
빛으로 수놓은 국보 경천사 십층석탑 ‘백미’
불교 내세관 바탕 사후세계 콘텐츠도 눈길

국립중앙박물관은 실감 콘텐츠로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 문을 열었다. 사진은 이번 실감 영상관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경천사 십층석탑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은 실감 콘텐츠로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 문을 열었다. 사진은 이번 실감 영상관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경천사 십층석탑의 모습.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둑해지자 박물관 조명도 함께 꺼진다. 이어 형형색색으로 빛으로 되살아난 국보 제86호 경천사 십층석탑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불교적 사후세계를 그려낸 영화 신과 함께주인공처럼 죽음 심판과 형벌 환생으로 이어지는 사후세계 여행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불교문화유산이 실감콘텐츠와 만나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520디지털 실감 영상관문을 열고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실감 콘텐츠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융합 콘텐츠를 뜻한다. 잘 알려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비롯해 혼합현실(MR), 홀로그램,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등을 활용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국립문화시설이 소장 중인 문화자원을 실감콘텐츠로 제작하고, 이를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불교유산을 비롯한 우리 문화유산을 살아 있는 모습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영상관 3관에서 만날 수 있는 불교 내세관을 바탕으로 한 사후세계 콘텐츠. 시왕도 등 불화를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영상으로 만들었다.
영상관 3관에서 만날 수 있는 불교 내세관을 바탕으로 한 사후세계 콘텐츠. 시왕도 등 불화를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영상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실감 영상관의 백미는 박물관 1층 복도 끝에 놓인 경천사 십층석탑의 화려한 변신이다. 13.5m의 웅장한 규모의 고려말 조성된 석탑으로 각 면마다 부처님과 보살, 사천왕, 나한, 불교 설화 등이 층층이 조각돼 있다. 이처럼 높은 가치를 지닌 국보 석탑이 실감 콘텐츠와 만났다.

낮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각 면의 조각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일몰 후에는 석탑의 각 층에 새겨진 조각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숨은 이야기들을 외벽영상 기술로 구현해냈다. 시시각각 빛나는 모습과 함께 부처님의 삶과 열반 등 석탑에 새겨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장은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경천사 십층석탑의 경우 그동안 가까이에서 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 실감영상으로 구현했다동아시아에서 서유기로 알려진 이야기가 미술적으로 표현된 오래된 작품으로서 불교사상 등의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을 통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박물관 수장고도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박물관 수장고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도 3개의 영상관마다 다채로운 실감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특히 영상관 1관에서는 불교적 사후세계를 폭 60m, 높이 5m3면 파노라마 영상으로 만난다. 시왕도 등 불화를 소재로 불교의 내세관을 소개한다.

온몸을 감싸는 초대형 영상은 관람객들에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해 마치 불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와 함께 계절의 변화 속에 구룡폭포 장안사 삼불암 등 금강산의 절경과 십장생도(十長生圖) 등을 소재로 한 신선의 세계도 영상관 1관에서 파노라마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영상관 2관에서는 조선 후기 이상적인 도시풍경을 그린 태평성시도를 8K 고화질 이미지로 관람할 수 있으며,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박물관 수장고와 보존 과학실도 가상현실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3관에서는 북한에 있는 안악3호 고분 등 고구려 벽화 무덤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실제 무덤 속에 들어간 듯한 체험도 가능하다.
 

고구려 벽화 무덤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실제 무덤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구려 벽화 무덤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실제 무덤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우리 문화유산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실감 영상관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디지털 실감영상관 관람은 누구든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다만 경천사 십층석탑 외벽영상은 일몰 후에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야간 개방이 이뤄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에 상영된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청주박물관(520), 국립광주박물관(521), 국립대구박물관(6월 중)에서 디지털 실감영상관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시시각각 빛나는 모습과 함께 부처님의 삶과 열반 등 석탑에 새겨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