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소임은 청정도량 가꾸기…행자시절 초심으로”

새벽예불 시작 도량청소
인근 암자까지 풀 베고
텃밭 가꾸고 쓰레기 정리

‘전법도생’ 가르침 따라
지역포교 앞장 원력보살
20여 년 복지관장 인연
노인복지도 남다른 열정

포교의 조직화와 체계화를 도모하는 종단 전법도량인 대전 백제불교회관을 설립한 금산 보석사 주지 장곡스님. 논산 관촉사를 시작으로 부여 고란사, 공주 갑사 주지 등을 역임하며 지역 포교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스님 가운데 하나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대전 서구노인복지관장 소임을 맡으며 지역 노인복지에 헌신하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원력보살이다. 오는 6월 서구노인복지관장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장곡스님을 만나 그동안 걸어온 수행자로서의 소회를 들어봤다.

지난 8일 금산 보석사에서 만난 주지 장곡스님은 “보다 많은 이들이 보석사를 찾을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아름다운 도량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시영 충청지사장
5월8일 금산 보석사에서 만난 주지 장곡스님은 “보다 많은 이들이 보석사를 찾을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아름다운 도량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사월 부처님오신날을 20여일 앞둔 5월8일 금산 보석사는 화창한 봄 햇살 사이로 봉축 연등이 경내 곳곳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곳은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건 당시 사찰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부처님을 조성했다고 해 ‘보석사(寶石寺)’라고 불린 이 사찰은 지역민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부처님의 말씀과 따뜻한 자비심을 전하는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3월 보석사 주지로 부임한 장곡스님은 매일 새벽예불을 올리고 도량 구석구석을 다니며 정비하는 것이 주요 일과다. 특히 “도량이 깨끗해야 부처님도 오는 사람도 좋아한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사찰 입구부터 숲길, 인근 암자까지 직접 예초기를 들고 풀을 베고 쓰레기를 줍는다. 또 경내에 나무와 꽃을 심고 신도들에게 나눠줄 채소를 기르기 위해 텃밭도 가꾸고 있다.

부전 스님 한 명 없이 스님 홀로 사중에 머물며 종무원 몇 명과 사찰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요즘 행자 된 기분으로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환하게 미소 짓는 스님의 모습이 그저 엄살만은 아니었다.

현재 ‘행자 아닌 행자’처럼 살고 있다는 장곡스님은 올해로 출가한지 40년이 훌쩍 넘은 종단 중진이다. 스님은 1973년 17세 나이에 고향인 부여 소재 무량사에 입산해 진경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국대를 졸업한 스님은 1981년 논산 관촉사에서 첫 주지를 맡게 됐다.

당시는 계층포교가 붐을 이룬 시기였다.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부와 대학부, 학생부, 어린이부까지 아우르는 눈높이 포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대 젊은 주지로 임명된 스님은 신도회를 새롭게 조직했고, 고등부를 중·고등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의욕과 열정이 넘쳤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84년 논산읍내에 관촉사 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또 고등부 동문들을 모아 청년회를 만들고 어린이부까지 신설해 사격을 일신해 현재의 관촉사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스님은 “당시 불교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이 어느덧 40~50대 중년이 돼 지역 불교를 이끌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젊은 시절 첫 주지를 맡은 곳이었던 만큼 원 없이 일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장곡스님의 다음 주지 소임지는 부여 고란사와 공주 갑사다. 부여읍내 불교문화원과 대전 백제불교회관이 모두 이 때 이뤄진 불사다. 특히 2001년 3월 조계종 대전 전법도량으로 개원한 백제불교회관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행단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의 포교 1번지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대전시청불자회를 시작으로 동구청, 서구청, 유성구청, 대덕구청불자회와 대전불교언론인회, 대전충남농협불자회, 한국장애인불자회, 대전 5개 경찰서 등에 불자회를 창립했으며, 다시 이들이 모여 백제불교신행단체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포교의 조직화와 체계화를 통해 지역 포교의 거점역할을 했다.

당시 스님은 대전시청불자회 지도법사를 비롯해 충남지방경찰청 경승지단 고문, 대전불교언론인회 지도법사 다양한 신행단체들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불교문화센터, 불교대학 등을 운영하고 체육대회, 문화예술제, 자비의 탁발행사 등을 진행하며 지역 불심을 모으는데 앞장섰다.

스님은 “조주스님이 말씀하신 ‘끽다거’의 화두처럼 일상에서 차를 마시듯 포교를 해야 한다”면서 “전법도생(傳法度生)하라는 부처님의 유훈은 불자들이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의무인 만큼 백제불교회관이 이런 뜻을 실천하는 도량이 될 수 있도록 나름 열심히 달려 왔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장곡스님은 2000년대 초 대전지역 최초의 노인복지관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전 서구노인복지관장을 맡게 됐다. 스님은 이곳에서 어르신의 고독, 소회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무료급식도 진행했다.

또 노인성 질병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보건의료사업, 일자리 제공사업도 병행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복지관은 매년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회 연속으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시설평가원에서 시행한 전국 노인복지관 평가에서 최우수(A)등급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명실상부 지역을 대표하는 노인복지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단법인 백불복지회 산하에 대전 유성, 중구시니어클럽도 운영하고 있는 스님은 “세대,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사회에 종교인으로서 지금이 바로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와 이타자리(利他自利)의 보살사상이 사회저변에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한다”면서 “우선 의지할 곳 없고 병약한 노인,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증대시키고 복지사업을 개입시켜 그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연구해 불교적 치유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직원들과 합심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느덧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지 20여 년이 흐른 가운데 장곡스님은 정년을 맞아 오는 6월 관장 소임을 내려놓는다. “기관의 운영목표인 건강한 노인, 참여하는 노인, 봉사하는 노인, 존경받는 노인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치를 걸고 쉼 없이 달려온 복지 불사에 곧 마침표를 찍게 된다.

스님은 “관장 초기에는 복지를 잘 몰라 하나하나 공부하며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13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성실하게 일해 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면서 “곧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든든한 후원자로 남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곡스님은 새로 자리를 옮긴 보석사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보석사를 수행자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는 도량으로 삼겠다”는 스님은 불사보다는 내실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스님은 “목탁소리가 끊기지 않는 기도도량은 물론 사찰 인근 숲길에 공원을 조성하고 가을에 국화전시회도 여는 등 보다 많은 이들이 방문해 불교와 친숙해 지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이어 “흔히 ‘사부대중’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스님과 불자가 하나가 돼 같이 가야 하는데 현실에서 쉽지 않다”면서 “유난히 힘든 올해 부처님오신날 만큼은 스님과 불자들이 스스로 주인이 돼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곡스님은…
197317세 부여 무량사에 입산해 진경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1981년 논산 관촉사에서 첫 주지를 시작으로 부여 고란사, 공주 갑사 주지를 역임하고 현재 금산 보석사 주지를 맡고 있다. 특히 20013월 조계종 대전 전법도량으로 개원한 백제불교회관 관장을 맡으며 대전시청, 대전 동구청, 서구청, 유성구청, 대덕구청불자회와 대전불교언론인회, 대전충남농협불자회, 한국장애인불자회, 대전 5개 경찰서 등에 불자회를 창립을 지원하며 지역 포교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대전 서구노인복지관장, 사단법인 백불복지회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지역 노인복지에 헌신했다.

금산=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3584호/2020년5월2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