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명 존자의 ‘불소행찬’ 중에
“가르침대로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부처를 만난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록 부처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르침을 실천하면
나와 함께 있는 것이요
나와 함께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멀리 있는 것이다
나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말씀이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곱씹어 볼만한 귀중한 말씀이다

진광스님
진광스님

부처님오신날이 한달 연기돼 윤사월 초파일에 봉행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이 이제는 진정국면인지라, 거리마다 오색연등이 걸리고 사람들은 일상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부처님께서 당신의 생일인지라 이 세상에 다녀가시러 오셨다. 그런데 세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통 아수라장인지라 몸소 중생과 함께 하셨다. 인도의 마명 존자는 부처님의 일대기를 ‘불소행찬(佛所行讚)’이란 아름다운 글로 남겼다. 이에 필자는 현대판 ‘신(新)불소행찬’을 나름대로 기록해본다.

“나는 이와같이 들었노라(如是我聞).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전염병이 창궐할 적에 대비구 1250인과 함께 이 땅에 오시었다. 부처님께서는 먼저 늦은 밤에 쪽방촌을 찾아 어르신들의 수발과 끼니를 손수 챙기시고는, 아침 일찍 지하철 역사의 노숙자를 찾아 먹을 것과 함께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는 종묘공원에 들려 당신 연배의 노인분들과 4천원짜리 해장국을 함께 드시고는 장기나 바둑을 두며 오후를 함께 지내셨다. 

돌아가는 길에 폐지 줍는 노인의 수레를 뒤에서 가만히 밀어 주시기도 하고, 아이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자 번쩍 뛰어올라 잡아 주시었다. 때론 홀로 반려견이나 스틱을 집고 걸어가는 맹인 장애우의 손을 잡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하셨다. 혹은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이나 꽃과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셨고, 길을 잃거나 버려진 반려동물들을 껴안은 채 밤을 함께 보내기도 하셨다.

다음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피곤한 직장인들의 머리를 당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하셨고, 장애를 지닌 맹인 가수의 구슬픈 하모니카 연주에 눈물 흘리시며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몸소 보시를 행하셨다. 간혹 ‘예수천당 불신지옥’ 팻말을 든 이상한 사람도 있어 곤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위해서도 자비와 연민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그날 저녁은 조계사 옆 우정국공원에서 노숙자와 함께 하시다가 조계사 대웅전 처마 밑에서 함께 주무셨다.

다음 날에는 방역복을 입은 채 온종일 모든 거리와 집들을 돌아다니시며 손수 방역을 하시고는, 저녁 무렵에는 시장이나 노점을 돌아다니시며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하시었다. 그 후로는 부처님께서 본래 대의왕(大醫王)이자 양의(良醫)인지라 의료현장에 내려가 재능기부 겸 자원봉사를 몸소 행하셨다. 

그것도 모자라 사대천왕과 팔부신중과 팔만의 옹호성중들을 전 세계로 파견하여 코로나19 전염병에 대처케 하시었다. 그런 까닭에 곧 전염병을 퇴치하고 온 세상이 청정한 정토와 불국으로 화(化)하게 하시었다. 이에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자비로운 말씀과 자비실천행을 듣고는, 매우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問佛所說 皆大歡喜 信受奉行)고 전해진다.”

마명 존자의 ‘불소행찬’중에 “가르침대로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부처를 만난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록 부처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르침을 실천하면 나와 함께 있는 것이요. 나와 함께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멀리 있는 것이다. 나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말씀이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곱씹어 볼만한 귀중한 말씀이다.

[불교신문3583호/2020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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