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종스님
목종스님

지난 4월30일(음 4월8일)이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종단의 지침에 따라 5월30일(윤 4월8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를 연기했다.

봉축행사는 중생인 우리들의 사정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변경할 수 있겠지만 2644년 전 룸비니동산에서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일이 어찌 달리 바뀌겠는가. 하여 아쉬움 속에서 간소하게 봉축법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어리석음의 모습일 것이다. 

부처님에 대한 한 생각을 일으키면 부처님 오시고 한 생각 소멸하면 부처님 입멸인 것이다. 부처님은 이 땅에 왜 오셨을까. 우리들에게 바른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이다. 중생들은 매순간 더 나은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오히려 고통을 만들어가고 종국에는 가장 큰 고통과 두려움인 늙고 병들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나 조건들을 구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중생들에게는 선행과 보시의 공덕을 가르쳐 주신다. 생로병사를 벗어나야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아는 중생들에게는 즐거움과 고통, 생로병사의 근원인 ‘나’가 실체하지 않으니 나의 즐거움과 기쁨, 내 몸의 생로병사 등이 모두가 마음의 허상임을 가르쳐 주셨다. 이것이 연기와 무아이다.

또한 보다 완전한 행복은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함께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는 것임을 아는 중생들에게 대승의 육바라밀, 십바라밀, 사무량심 등등 법무아를 가르쳐주신 것이다. 나아가 인무아, 법무아를 성찰해보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진여자성에 비친 견(見), 문(聞), 각(覺), 지(知) 업식의 환영이다.

고통과 즐거움, 생노병사, 해탈, 중생, 부처, 연기법, 고집멸도, 팔정도, 육바라밀, 아공 법공 등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진여자성에 비친 환영들이다. 이것이 바로 마하반야의 가르침인 것이다.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해보자. 

[불교신문3583호/2020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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