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청허(淸虛)당 휴정(休靜),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이다. 대사는 1520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나 1604년 열반에 든 조선 시대 최고의 선승이며 전쟁의 아비규환에서 백성을 구한 민족 영웅이다. 

탄신 500주년을 맞아 불교중앙박물관은 대사를 기리는 전시회를 열었다. 6월3일까지 열리는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 기념 위대한 호국, 호법의 자취’ 전시회는 제22교구본사 대흥사가 소장 중인 서산대사 유물을 선보인다. 대흥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던 대사의 귀한 유물을 수도권 시민과 불자들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회는 임진왜란 중에 선조가 대사의 구국 정신을 기려 보낸 하사품이 중심이다. 금란가사를 비롯하여 승군 지휘를 제자 사명과 처영에게 맡기고 묘향산으로 돌아가는 대사에게 선조가 써준 칭호와 품계 교지를 볼 수 있다. 선사로서 대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유품도 보인다. 

서산대사 탄신 500주년이 특별한 이유는 대사가 우리 불교사와 민족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산대사는 태고 보우로부터 시작해 환암, 벽송, 부용으로 이어지는 임제종 법맥을 이은 선사다. 서산의 임제법통은 사명, 편양, 소요, 정관 등 제자에게 전해져 조선 선불교 전통을 확립하고 오늘의 조계종단에까지 이르게 됐다. 선교를 회통하는 한국불교 전통을 수립한 업적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자 유정에게 보낸 글에서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말씀이며, 선은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이고, 교는 말 있음으로써 말 없는 데 이르는 것’이라 정의함으로써 선과 교가 하나가 되고 둘의 차이도 갈등도 사라졌다. 서산이라는 큰 봉우리가 있어 조선시대 불교 탄압 속에서도 정통 선맥이 오늘까지 올곧게 계승됐음을 잊지 않아야한다. 

서산대사는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매일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경책하는 살아있는 선지식이다. 대사가 경전의 보배를 추려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나침반으로 삼게 했던 <선가귀감>은 매일 생생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옷깃을 바로 여미게 만든다.

“이 말로써 엄한 스승을 삼아 연구를 다해 묘한 이치를 얻으면 글 구절마다 살아있는 석가가 나타날 것”이라던 대사의 뜻 그대로 500년간 공부하는 이들의 스승이 되었으니 그 은혜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73세에 묘향산에서 나와 승군을 일으켰을 때 전국에서 수천의 스님들이 스님의 주장자 아래 모였으니 대사의 수행력과 인품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쾌거였다. 

85세 되던 해 묘향산 원적암에서 ‘80년 전에는 그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그이구나’라고 자신의 영정 뒤에 임종게를 쓰고 열반한 대사의 가르침을 탄신 500주년을 맞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부는 서산대사의 법통을 간직한 대흥사를 비롯하여 우리 종단이 오래 전부터 요구해온 대로 승병의 업적을 기리고 이들을 정부 차원에서 추모하는, 역사를 올바로 쓰는 일에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불교신문3583호/2020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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