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사랑’ 동국대학교병원 투병 · 간병 수기 공모전
[참가상 수상작] 선재숙 ‘다시 태어난 나의 인생’


5년 전 왼쪽 편마비로 쓰러져
오른쪽 경동맥이 막혀 뇌경색
‘스텐트 시술’한 뒤 재활 매진

불편한 왼손 대신 오른손 쓰다
‘손목터널증후군’ 발생해 수술

병원 가지 않고 건강 맹신 후회
“내 건강은 내가 잘 지켜야 해”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이날은 나의 삶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 엄마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직장을 다녀야만 했다. 비록 여자벌이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대형마트에 다니면서 일이 끝나면 또 알바를 다녀야만 했다. 쉬는 날에는 또 아는 동생의 횟집에서 일을 도와가며 돈벌이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 온 나에게 뇌졸중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딸과 아들이 달려와서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난 아이들 때문이라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에서 여러 가지 시련을 이겨 내면서 체험을 통해 알게 되고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될 만한 분들에게는 도움을 주고 싶다. 
 

선재숙 씨는 5년 전 경동맥이 막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선 씨는 “빨리 회복한 뒤 더 열심히 살면서 여러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선재숙 씨는 5년 전 경동맥이 막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선 씨는 “빨리 회복한 뒤 더 열심히 살면서 여러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11월11일은 내게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해 준 날이었다. 불과 5년 전의 일이지만 매년 그 날이 다가오면 두렵고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날은 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날이다. 건강을 챙길 겨를도 없이 일만 하며 살았지만, 그런 내게 너무 가혹한 벌이 내려진 것이다.

왼쪽 편마비가 오고 얼굴이랑 반쪽이 거의 마비됐다. 동국대일산병원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당시 나는 김포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밥을 해주는 일을 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점심식사 준비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는데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왼쪽 다리와 팔이 돌아가고 입과 코가 반쯤 돌아가면서 마비가 왔고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곁에 있던 선생님들과 봉사하던 사람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달려와서 119에 신고를 해주었다. 당시 혈압이 200㎜Hg가 넘었을 정도니 생사가 오가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119에서 도착할 때까지는 10분이나 걸린다고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곁에 있던 선생님들과 봉사하던 사람들이 나를 들것으로 옮겨주었고,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선생님 정신 잃으면 안돼요!” 하고 말을 걸면서 나를 진정시켜주려고 했고, 나는 돌아간 입으로 핸드폰을 찾으며 “예쁜 딸, 예쁜 딸” 이렇게 두 번 외치면서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선생님들은 나를 들것에 실어 바로 앞 제이에스 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응급처치를 하였다. 다행히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아 더 큰 마비는 오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자기가 할 도리는 다 하였으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셔서 사설 앰뷸런스를 타고 동국대일산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가는 시간이 40분정도 걸렸는데 느낌상으로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MRI 촬영과 경동맥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가 진행되었고,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겨내야 된다는 생각도 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10층 병동의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겨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경동맥이 막혀 뇌경색이 온 것이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김동억 교수님으로 나의 신경과 주치의였다. 이틀 있다가 스텐트 시술이 시행 되었다.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어 누워서 결과만 기다렸는데, 다행히 시술이 잘 되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였다. 

그 후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당뇨와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혈액종양내과 김도연 교수님께서 내 상태를 봐 주셨다. 빈혈 수치가 정상인은 13g/dL 정도 되는데 8g/dL밖에 안된다고 하시면서 심하면 수혈까지 받아야 된다고 하셨다. 또다시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산부인과 검진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산부인과 교수님으로부터 자궁근종을 진단받았다. 결국 자궁근종 수술을 받게 되었고, 다행히 빈혈은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왼쪽 편마비였다가 2주 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두 달이 지나 퇴원을 하게 되었다. 퇴원하자니 매우 좋았지만 병원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아마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동국대병원만큼 신뢰하지는 못했을 것 같았다. 

나는 김포에서 버스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4년 넘게 동국대일산병원 재활의학과를 다니며 재활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재활을 열심히 받은 덕분에 다리에 힘도 생겨서 잘 걷게 되었고, 팔에 힘도 많이 생겨 완전히 못 쓸것만 같았던 팔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다.

보통사람들처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주먹을 쥘 수 있게 되었고,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큰 지장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당구장 일을 하고 있는데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한테는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왼손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있어 모든 일을 오른손으로만 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오른손 손목이 저리고 마비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재활을 받으러 갔더니 재활의학과 교수님께서 검사를 해봐야 된다고 하셔서 근전도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본 결과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정형외과로 연결해주셨고, 날짜를 잡고 다시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다시 해보니 수술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가장 빠른 날짜로 입원 예약을 잡아 수술을 받았고, 비록 하룻밤 입원이었지만 4년 만에 입원한 것이어서 다소 어색했다. 그래도 병실 간호사님들도 잘 대해 주시고 모든 직원들의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수술 후 양 손을 쓸 수가 없어 힘들었지만 수술결과는 아주 좋았다. 손의 저림도 사라지고 손 마디마디가 부드러워지고 너무 편안해졌다.

나는 예전에는 병원 근처도 가지 않았고, 감기약을 먹지 않아도 금방 나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라도 자신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되었고 조금만 아프면 바로 병원에 달려가는 병원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꼈고, 내 건강은 내가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동국대일산병원에서 나를 치료해주고 보살펴 주셨던 교수님들과 간호사님들, 재활의학과 선생님들 덕분이다. 살면서 그 감사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새 삶을 얻은 느낌이다. 아직까지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기적이라는 것이 또 찾아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빨리 나아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면서 여러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나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를 받은 만큼 내 몸 상태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시련을 잘 이겨내고 모두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나는 기적이라는 것을 믿는다. 동국대병원을 통해 나도 새로운 삶을 찾았고, 여러 교수님들과 선생님들은 기적이 바로 내 옆에 있음을 가르쳐 주셨다. 앞으로도 지인들에게 동국대병원을 추천할 것이며, 나 또한 동국대병원에서 더 열심히 재활을 해서 날마다 새로운 기적을 체험할 것이다.

[불교신문3583호/2020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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