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탁
박인탁

‘굿즈(goods)’는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을 일컫는다. K-POP을 내세운 한류 열풍에 발맞춰 연예인 팬덤 문화가 날로 발전하면서 굿즈 시장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평창동계올림픽, 펭수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이나 이벤트, 캐릭터들도 잇따라 굿즈로 출시되고 있다.

굿즈로 출시되는 품목도 날로 증가해 옷과 가방, 인형은 물론 음식물, 가전제품 등 갖가지 형태로 기획 판매되고 있다. 출시한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굿즈가 판매 완료됐다는 기사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취미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덕후’ 문화가 발전하고,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 이른바 ‘가치소비’를 중시한 소비문화의 변화가 굿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굿즈 열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불교 굿즈’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게 불교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창업동아리와 스타트업 기업 몇 곳에서 불교 굿즈를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 굿즈 시장규모를 논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도 미약하기만 하다. 

이로 인해 불교신자이거나 불교에 우호적인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불교 굿즈를 선물하려고 해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굿즈 종류가 한정적이다보니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염주나 법복 위주로 판매중인 전국 사찰의 불교용품점에서는 젊은 층을 겨냥한 불교 굿즈의 흔적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 

수년 전 불자인 지인 몇 명에게 이동식 메모리(USB)가 들어가 있는 단주인 ‘USB 단주’를 선물한 적이 있다. 다들 실용성과 디자인에 감탄하며 ‘몇 개 더 구해 달라’고 부탁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들은 연초 모임에서도 “요즈음은 핫한(인기 있는) 불교 굿즈 없어?”라고 물었다. 그들의 눈높이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추천할 만한 불교 굿즈가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170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불교의 유무형 문화자산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불교 굿즈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더 이상 늦출 게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불교 굿즈를 양상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불교신문3583호/2020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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